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패드 프로는 업계 최고 수준의 텐덤 OLED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는 M4 모델입니다. 맥북 에어를 같이 쓰고 있는 입장에서 맥북 에어 쪽이 화면이 좀 더 커서 가끔 영상 볼 때 맥북 에어를 쓸 때도 있지만, 나란히 맥북 에어와 비교해보면 막눈인 제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질 퀄리티가 차이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는 사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용되어있습니다. LCD에 비해 기기의 두께나 전력 소비 등에서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제 업계의 표준은 거의 OLED로 거의 넘어간 것 같습니다.(물론 아직도 번인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최근에 아이패드 프로를 오래 쓰면서 눈이 침침해지는 경험을 한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게 OLED의 문제인가 싶어서 인터넷의 여러 글을 찾아봤는데 뚜렷한 결론은 없더군요. 다들 경험적인 관점에서 LCD가 눈에 더 편하다, OLED가 더 편하다는 의견만 있을 뿐 이었습니다.
OLED가 눈에 더 좋다는 입장
일단 OLED가 눈에 더 좋다는 입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명암비와 연관되어있습니다. 주로 디스플레이가 눈에 악영향을 미치는 케이스는 어두운 환경에서 밝은 화면을 볼 때인데(특히 자기 전) OLED는 픽셀 단위로 빛을 제어하므로 아무래도 눈 부심 효과도 적고 방출되는 블루라이트 양도 절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입니다.
이 이론의 경우 환경이 어두울 때의 비교라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크모드를 쓸 때라는 조건이 있죠. 저 같은 경우 자기 전에 아이패드 프로로 책을 보는데 완전 다크모드로 보면 글씨 부분만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확실히 눈이 편합니다. 애초에 이 용도 때문에 좀 무리해서라도 프로 모델을 선택한거기도 했죠.
그 외에 OLED가 LCD보다 응답속도가 더 빨라서 잔상이 없어서 눈에 편하다거나, 명암비가 높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러워 눈이 편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문제는 주변 환경이 밝을 때입니다. 주변 환경이 밝은 환경에서 너무 어두운 화면을 오래보면 일시적으로 눈이 침침해질 수 있습니다. LCD와 달리 OLED의 다크모드는 실제로 빛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두운 허공을 오랫동안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 눈의 조리개 조절에 영향을 줍니다.
LCD가 눈에 더 좋다는 입장
LCD가 눈에 더 좋다는 입장은 크게 두가지 측면인데, 일단 균일한 화면 밝기, 그리고 OLED의 플리커 이슈입니다.
LCD는 OLED와 달리 LED 백라이트가 뒤에서 LCD 화면을 비추는 형식입니다. 최근에는 미니 LED라고 하여 화면의 컨텐츠에 따라 백라이트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로컬 디밍을 갖춘 디스플레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LCD는 화면 밝기가 균일합니다. 완전히 검은 화면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완전히 어두운게 아닌거죠.
이 경우는 제가 겪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화면 밝기가 균일하기 때문에 밝은 환경에서 어두운 화면을 오래 본다고 해도 눈이 일정한 밝기 수용을 유지하므로 조리개 조절의 일시적 혼란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LCD가 더 눈에 편하다는 입장은 균일한 밝기보다 OLED가 갖고 있는 플리커 이슈가 덜하다는 부분이 더 큽니다. OLED는 발광 다이오드의 특성상 자체적인 밝기 조절이 어렵습니다.(켜거나 끄거나 둘 중 하나 뿐) 그래서 OLED는 소자가 깜빡거리는 주기를 늘려서 명암을 표현합니다. 인간이 눈으로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주기로 덜 깜빡거리면 어두워지고 많이 깜빡거리면 밝아지는 식이죠.
문제는 이 깜빡거리는 주기가 눈에 피로를 일으킨다는겁니다. 사람이 눈으로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주기라고 하지만 민감한 사람들은 이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OLED 화면이 일정 밝기 이하로 어두워지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심하면 멀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LCD도 이런 플리커링이 존재하지만 OLED처럼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LCD가 더 눈에 편하고 좋다는 주장입니다.
정답은 있나?
양 쪽 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하나 문제는 모두 경험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겁니다.
다만 대부분 연구에서의 공통적인 주장은 어두운 환경 + 다크모드 사용시 OLED는 블루라이트를 줄여서 눈을 덜 피로하고 수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플리커링의 경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줄 수 있다는 것도 IEEE 등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즉 LCD나 OLED나 쓰는 사람, 환경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하고 있어 간단한 정답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용 습관
사실 제가 안과에서 의사 선생님께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때 선생님이 하신 답변이 가장 정답에 근접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LCD건 OLED건 화면 오래 보는게 제일 안좋아요.”
결국 제일 중요한건 디스플레이의 기술 차이가 아니라 화면을 보는 시간과 사용 습관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ChatGPT의 도움을 받아 관련 논문을 찾아봐도 디스플레이의 기술 차이는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유의미할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화면에서 주기적으로 멀어지거나, 눈 운동을 해주는 게 더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 같은 경우 눈이 침침했던 이슈도 집에 와서 의식적으로 아이패드나 맥북을 쓰는 시간을 줄이고 종이책을 보는 시간을 늘리면서 점점 나아졌습니다.
마무리
관련 기술에 관심이 많고 이런거 검색해보는걸 좋아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건 놔두고 중요하지 않은 차이에 몰두하는 경향이 저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를 쓰면서부터 OLED와 LCD의 차이를 검색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답은 엄청 평범한 곳에 있었던거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처럼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해볼 수 있는 몇가지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OLED를 쓰고 계시다면 아래 팁을 참고해주세요.
- 되도록 화면을 밝게 해놓고 쓰는게 좋다. 특히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더더욱 높여야 한다.
-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라이트 모드, 어두운 조명에서는 다크모드가 좋다. iOS에 내장되어있는 자동 모드를 활용하면 시간에 따라 이 두 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
- 다크모드를 심미적인 이유나 전력 소모 때문에 쓰고 있다면 아예 배경이 검은 앱은 되도록 지양하자. 어두운 회색이라도 배경이 있는 편이 훨씬 낫다.
- 화면을 1시간 이상 연속해서 보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먼 곳을 봐주자.
-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건 화면을 보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화면을 보는 시간을 줄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