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랜 기간의 고민 끝에 M2 맥북 에어를 질렀습니다. 여러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도 했고, 명동 애플스토어를 이틀 연속으로 서성거려보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맥북병은 구매해야 낫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애플이 맥 제품군을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사실 저는 애플 실리콘을 최대한 활용한 폼팩터의 맥북 에어를 구매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M1 맥북 에어가 나왔을 때도 바로 구매하지 않고 좀 더 기다려볼 생각이었죠. 하지만 M1 맥북 에어의 자자한(?) 명성 때문에 M1을 구매했고, M1을 약간 애플 실리콘 체험판처럼 써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M1 맥북 에어는 제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기 때문에 정작 애플 실리콘에 맞춰 폼팩터를 일신한 M2 맥북 에어가 나왔어도 선뜻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기를 오래 쓰는걸 좋아하는데 M1 맥북 에어는 바꾸기엔 너무나도 쓸만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오픈마켓에서 진행한 행사에서 45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M2 맥북 에어 고급형에 16기가 메모리 업한 CTO 모델을 구매해버렸습니다.
디자인
이번 맥북 에어의 디자인은 익히 알려진대로 맥북 에어의 상징적인 쐐기 형태(또는 물방울 형태라고 불리는)에서 벗어나 전체가 플랫한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프로나 맥북 프로의 플랫한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맥북 에어가 플랫하게 바뀐게 좋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추가된 미드나이트 컬러는 출시 직후부터 확 마음에 꽂혔던 색상입니다. 블랙 맥북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색상이랄까요. 사실 미드나이트 컬러가 아니었다면 굳이 M1 맥북에서 옮겨오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조명에 따라 파란색이기도 하고 검은색처럼 보이기도 하는 다크블루 마감입니다.
다만 미드나이트 마감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는데 바로 지문과 도색 까짐 이슈입니다. 지금까지 쓰면서 지문 이슈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쓰던 스페이스 그레이 마감도 지문이 안 묻었던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도색까짐 이슈는 가장 우려되는 점입니다. 사실 예전에 썼던 아이폰 7 플러스 색상도 제트 블랙이었는데 도색이 까지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어두운 색상일 수록 이런 도색 벗겨짐 문제는 눈에 잘 띄죠.
저도 이미 USB-C 포트 부분이 언뜻언뜻 은색이 비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어느정도는 각오했던 부분이라 괜찮은데 다른 부분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됩니다. 오히려 조심해서 꽂기 어려운 맥세이프 부분은 스크래치가 아직 없어서 도색까짐 이슈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만한 분들을 위해 M1 맥북(스페이스 그레이)과 여러 측면에서 디자인을 비교해봤습니다. 시각적으로 맥북 에어가 더 얇아보이지만 실제로는 M2 맥북에어가 전체적으로 더 얇습니다. 옆구리에 끼고 있으면 약간 불안할 정도랄까요.
노치가 추가되고 배젤이 얇아지면서 화면 크기가 0.3인치 커졌는데 시각적으로도 훨씬 시원합니다. 14 / 16인치 맥북 프로처럼 작업 표시줄과 노치가 통합하면서 공간 활용이 훨씬 효율적으로 좋아진 느낌입니다.
M1 맥북 에어와 비교했을 때 가로 사이즈는 거의 같아서 기존 제품용으로 나왔던 13인치 정품 슬리브를 M2 맥북 에어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로로 약간 커진만큼 삐져나오고 있어서 M2 맥북 에어에 쓰기 위해 굳이 정품 슬리브를 구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이 비슷한 아이패드 프로 모델과 비교해보자면 아이패드 프로 쪽이 아무래도 훨씬 얇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두께는 맥북 에어의 하판 두께보다 얇습니다.
하지만 매직키보드와 결합한다면 맥북 에어보다 살짝 두꺼워집니다. 키보드까지 포함되어있는걸 생각해보면 맥북에어의 두께도 충분히 얇은 편입니다.
성능
이번 맥북 에어에는 그 유명했던 M1 프로세서의 뒤를 이어 성능이 강화된 M2 프로세서가 탑재되어있습니다. 인텔에서 M1으로 전환했을 때의 어마어마한 성능 업그레이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15%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벤치마크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맥북 에어를 쓰는 주 용도에서는 벤치마크 성능 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더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거든요.
여러 리뷰에서 M1 맥북 에어와 체감 성능 차이는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의외로 일상적인 사용에서 체감이 꽤 됩니다. 단순 웹 서핑이나 트위터를 해도, 반응 속도가 한박자 더 빠른 느낌이랄까요? 물론 M1 맥북 에어도 빠르지만, 확실히 그보다 더 빠르다는게 체감 됩니다.
높아진 성능에도 불구하고 배터리는 여전히 오래갑니다. 일부러 카페에서 세시간 정도 글을 쓰면서 배터리를 닳게 해보려고 했는데 이런 가벼운 작업으로는 배터리가 닳는 것조차 보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세시간 정도 써보니 8% 정도만 소모된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M2 맥북 에어는 CPU 성능 차이는 15% 정도지만, 그래픽(GPU)은 40% 정도의 향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구매한 모델은 기본형보다 그래픽 코어를 2개 더 넣은 10 코어 모델이다보니 그래픽 스펙에서는 M1 맥북 에어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그래픽 성능 테스트에는 게임만한게 없죠. 맥북에서 돌릴 수 있는 고사양 게임 중 하나인 Rise of the Tomb Raider로 벤치마킹 해봤습니다.
둘 다 높음 옵션으로 두고 1920 * 1200 해상도에 SMAA 안티앨리어싱을 두고 테스트해봤습니다. 총 평균 프레임이 M1 맥북 에어는 32점이지만 M2 맥북 에어는 45점으로 성능 향상폭이 체감됩니다.
물론 둘 다 게임 중에는 엄청 뜨거워지기 때문에 쓰로틀링이 걸리는데, 동일 옵션에서 M1의 경우 프레임이 오르락 내리락해서 옵션을 내리지 않으면 정상 플레이가 불가능했지만, M2의 경우 설정을 바꾸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30 프레임을 유지하여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확실히 강화된 그래픽 성능만큼 M2 맥북 에어에서 게임 플레이가 좀 더 안정화되었다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하니 생각난건데 M2 맥북 에어가 많은 비판을 받았던 지점 중 하나는 바로 “발열” 이슈 였죠. M1 맥북 에어는 팬이 없어도 차가웠는데 M2 맥북 에어는 M1보다 발열이 높아서 훨씬 뜨거워지고 쓰로틀링도 더 빨리 걸린다는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M1 맥북 에어를 2년 동안 쓴 입장에서 M2 맥북 에어가 특별히 더 발열이 많은 것 같진 않습니다. 일상적인 웹 서핑이나 트위터, 글 쓰기를 할 때는 둘 다 여전히 차갑고, 게임 같은 무거운 작업을 할 때는 거의 똑같이 뜨겁습니다. 둘 다 팬 같은 액티브 쿨링 시스템이 따로 없기 때문이죠.
근데 왜 M2가 더 뜨겁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M1 맥북에는 팬이 달려있다가 새삼 M2 맥북 에어에 와서 없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 의외로 간단한 문제였다고 보는데 출시 시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출시 시점을 보면 M1 맥북 에어는 겨울에 나왔고, M2 맥북 에어는 여름에 나왔습니다. M1 맥북 에어가 나왔을 때 유독 차갑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던 것도 같은 시점이죠. 반대로 M2 맥북 에어는 여름에 출시되었습니다. 보통 출시 시점에 리뷰가 쏟아지기 때문에, 가장 많은 평가를 받은 시점도 여름이었죠. 여름에는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당연히 컴퓨터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M2 맥북 에어 입장에서는 억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M2 맥북 에어의 성능 이슈 중 또 다른 하나는 기본형 모델의 SSD 성능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문제였죠. 이건 앞의 다른 이슈와 달리 진짜 이슈입니다. 구형 모델보다 더 느려진거니까요. 하지만 제가 구매한 모델은 512 기가 모델이라 이 문제를 테스트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위 벤치마크에서는 M2 맥북 에어의 읽기 쓰기 속도가 좀 더 빠른데 아무래도 용량이 높을 수록 SSD 속도는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서 발생하는 차이이며, 큰 차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이슈도 맥북 에어를 쓰는 목적을 생각해보면 과연 벤치마크 상의 성능을 다 쓸 일이 얼마나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10기가 미만의 파일 작업이라면 크게 체감될만한 속도 차이는 아닐 것이고, 100기가 정도의 대용량 파일을 읽고 쓰는 작업은 애초에 256 기가의 맥북 에어에서 하지 않을 작업 중 하나겠죠.
저는 게임 때문에 용량이 부족해서 512 기가를 선택했지만 속도 이슈 때문에 굳이 기본형 맥북 에어를 피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맥북 에어니까요. 애초에 더 큰 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한다면 맥북 프로 쪽이 더 적합할겁니다.
여전히 아쉬운 점들
저한테는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컴퓨터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무게입니다. M2 맥북 에어의 무게는 1.24kg으로, M1 맥북 에어의 무게인 1.29kg에 비해 50g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졌다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변화죠. 맥북 “에어”인데 타사 13인치 노트북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무겁습니다.
나아진 부분도 있긴 합니다. M1 맥북 에어의 경우 점점 두꺼워지는 특성상 대부분의 무게가 뒤쪽에 쏠려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노트북을 들 때 뒷 부분이 상당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M2 맥북 에어는 전면이 고르고 무게도 잘 분산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체감 무게는 스펙보다는 좀 더 가볍게 느껴집니다.
M2 맥북 에어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여전히 외장 모니터 연결이 한대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랩탑으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제한입니다. 저는 집에 32인치 모니터 두대가 있는데 맥북 에어를 클램쉘로 활용하면서 이 두대의 모니터를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문제가 왜 M2까지 와서도 해결이 안되는걸까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아이패드 때문인 것 같습니다. M1 이후로 맥북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는 같은 프로세서를 쓰고 있죠. 아이패드에서는 굳이 모니터를 두 대 이상 연결할 일이 없습니다.(포트도 하나 뿐이죠) 아이패드 프로의 프로세서에서는 비용과 전력을 들여 두대 이상의 모니터 연결을 위한 컨트롤러를 추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덕분에 동일한 프로세서를 쓰는 맥북 에어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이어졌다고 본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앞으로도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계속 M 시리즈 프로세서를 쓸 거기 때문에 앞으로 맥북 에어도 설마 모니터 한대 연결만 지원되는 경향이 계속되는건 아닐까 염려됩니다. 반대로 아이패드가 멀티 모니터 연결을 지원하게 된다면 또 달라지긴 하겠지만요.
맥북 에어는 그렇게 쓰는게 아니다
제가 회사 동료에게 M2 맥북 에어를 샀다는 이야기를 하자 처음 나온 이야기는 “그거 문제 많다던데.. 괜찮아요?”라는 걱정 섞인 질문이었습니다. 확실히 유투브나 블로그를 봐도 M2 맥북 에어를 구매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리뷰만 봤을 때 M2 맥북 에어는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저도 오랫동안 써본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M1 맥북 에어를 쓰고 있던 입장에서 현재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이슈는 기대감이 너무 커서 나오는 실망이거나 과장된 비판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M2가 갖고 있는 많은 이슈들은 M1도 갖고 있던 문제들이고, 오히려 디자인이 바뀌면서 M1에 비해 나아진 부분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러한 실망감은 아이러니하게도 맥북 에어의 높아진 성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맥북 에어 M1과 M2의 성능은 인텔 맥북 프로 16인치 최고 사양보다 빠릅니다. 성능만 보자면 아이맥 프로에 필적할 정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예전에 프로급 노트북에서 했던 작업을 이제 맥북 에어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사람들은 프로급 노트북에서 하던 작업들을 맥북 에어도 동일하게 하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인텔 맥북 에어 시절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4k 동영상 두개를 동시에 렌더링하거나, 200기가 짜리 프로젝트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맥북 에어 리뷰에서 다루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당연히 맥북 에어는 저러한 작업들을 맥북 프로보다 잘 해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맥북 에어는 그렇게 쓰는게 아닙니다. 맥북 에어는 기본적으로 성능을 어느정도 양보하고 배터리와 휴대성을 강화한 모델이었습니다. 동영상 작업이나 복잡한 렌더링 작업, 컴퓨터의 날 성능 자체가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면 더 무겁고 견고한 프로 모델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다 못해 같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13인치 맥북 프로조차도 저런 작업에선 맥북 에어보다 나을 겁니다.
맥북 에어가 프로급의 작업을 어느정도 수행할 수 있게 된건 맞지만, 맥북 에어를 쓰는 사람들은 하지도 않을 작업으로 겁을 주는 리뷰들을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맥북 에어 라인만 10년동안 사용한 제가 직접 사용해본 M2 맥북 에어는 대부분의 사용 케이스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모델입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온 맥북 에어 중 가장 이상적인 “맥북 에어”에 가깝죠.
총평
M2 맥북 에어가 출시된 후 “맥북 에어를 쓰는 사람”으로서 M2 맥북 에어에 대해 간단하게 리뷰를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굳이 “맥북 에어를 쓰는 사람”이라는 전제를 둔 이유는 맥북 에어를 사용할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져있고, 맥북 프로를 보는 시각으로 맥북 에어를 보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M1 맥북 에어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맥북 프로를 보는 시각으로 맥북 에어를 보기 시작했고, 많은 곳에서 실망스러운 리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맥북 에어는 그렇게 쓰는게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만큼 맥북 에어의 성능이 좋아져서 프로의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10년 동안 맥북 에어를 썼던 사람”으로서 M2 맥북 에어는 가장 이상적인 맥북 에어입니다. 완전히 리프레시된 디자인은 더이상 눈속임 없이도 엄청나게 얇고, 인텔 시절 최고사양의 맥북 프로가 하던 작업을 맥북 에어는 팬 없이도 충분히 해냅니다. 그러면서도 예전 (인텔) 맥북 에어보다 배터리는 두배 가까이 오래갑니다. M2 맥북 에어는 맥북 에어를 쓰면서도 항상 기다려왔던 가장 이상적인 맥북 에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게다가 블랙 마감도 저한테는 +)
완벽하게 취향인 색상과 디자인 덕분에 이번 맥북 에어는 꽤 오랫동안 쓸 계획입니다. 그래서 항상 기본형만 쓰던 전례를 깨고 16기가 램에, 512 GB SSD까지 추가 업그레이드 했죠. 4년 동안 현역으로 버티고 있고 앞으로 1년 이상은 더 버틸 예정인 제 아이패드 프로(2018)처럼 이번 맥북 에어도 오랫동안 제 메인 컴퓨터로서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