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를 쓰는 사람”의 M2 맥북 에어 (2022) 간단 리뷰

얼마 전 명동 애플 스토어에서 요즘 한창 핫한 m2 맥북 에어를 보고 왔습니다. M2 맥북 에어는 얼마전 6월 WWDC 이벤트에서 처음 소개되었죠. 개인적으로 WWDC 이벤트에서 맥프로가 소개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을 깨고 M1에서 업그레이드된 M2 프로세서를 단 맥북 에어가 발표되어 놀랐습니다.

이번 맥북 에어가 눈에 띄는 것은 M2 프로세서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8년에 출시된 레티나 맥북 에어 이후로 풀 체인지된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죠. 특히 맥북에서 보기 드문 검은색에 가까운 미드나이트 컬러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 하얀 플라스틱 맥북이 존재하던 시절에 검은색 맥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이렇게 어두운 색상의 맥북은 처음입니다. 스페이스 그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실물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결국 더운 날 굳이 명동까지 나가서 보러 간 맥북 에어.

아무래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게 미드나이트 맥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스페이스그레이 맥북 쪽에는 줄이 한산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스페이스그레이 맥북을 먼저 써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색상이 마음에 드는겁니다. “아니 스페이스그레이가 이렇게 이뻤나?” 싶어서 직원 분께 “이거 스페이스그레이 맞죠?”라고 물어보니 지금 보고 있는게 미드나이트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갖고 있던 M1 맥북에어(스페이스 그레이)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차이가 나더군요. 그냥 애플스토어 조명이 너무 밝았던 겁니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명동 애플스토어 조명에서는 스페이스그레이는 실버처럼 보이고, 미드나이트가 스페이스그레이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미드나이트의 은은한 파란색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옆에 있던 실버인줄 알았던 스페이스 그레이 맥북 에어와 제 맥북 에어를 비교해보니 ‘저게 스페이스 그레이구나!’ 싶은 생각이 바로 듭니다. 애플스토어는 아무래도 제품을 팔기 위해 최적의 조명을 세팅 해놓을텐데 왜 색이 왜곡될 정도로 강한 조명을 쓰는지는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같이 보던 분도 어떤게 실버고 어떤게 스타라이트인지 구분을 못하셔서 애플 지니어스 분께 물어봤는데 지니어스도 구분을 못하시더군요(…) 충전선 보고 구분해야 한다고.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M2 맥북 에어는 모든 면에서 다 바뀌었습니다. 기존 맥북 에어의 점점 얇아지는 날카로운 디자인이 사라지고 전체가 평평한 디자인이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그 외에도 맥북 에어에 미묘하게 남아있던 곡선을 없애고 전체가 플랫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아이폰 12나 아이패드 프로처럼요.

위 사진만 봐도 위에서 보면 제 맥북 에어가 어쩐지 볼록(…) 해보이죠. 이 부분이 구형과 신형 디자인의 느낌을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입니다.

화면을 열었을 때도 차이가 보이는데, M2 맥북에어가 살짝 더 길어진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치가 생김으로서 배젤이 크게 줄어들어서 화면이 전체적으로 커졌죠. 13.3인치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맥북 에어는 13.6인치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아이폰에 있는 노치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맥북에서는 덕분에 베젤이 크게 얇아졌기 때문에 좋아 보입니다.

다시 미드나이트 맥북 에어와 비교. 스페이스그레이도 어두운 색상이라 좋아했는데 미드나이트의 느낌을 따라갈 수는 없네요. 조명이 밝아서 그런지 더 실버로 보입니다.

미드나이트 맥북 에어는 지문이 많이 남는걸로 악명이 자자한데 저도 손바닥으로 여러번 하판을 만졌는데 지문이 그렇게까지 많이 묻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제 손이 건조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맥북 에어가 처음 발표 되었을 때 생각보다 날카로운 느낌이 없어서 실망했습니다.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맥북 에어라면 뭔가 좀 더 아이패드 프로 같은 아주 날카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물은 충분히 얇았습니다. 특히 하판이 아이패드 프로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얇아요. M1 맥북 에어(오른쪽)의 가장 얇은 부분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두께입니다.

닫은 상태에서도 두께가 잘 드러나죠. 시각적으로는 M1 맥북 에어가 더 얇아보이지만 실제 두께는 M2 맥북 에어가 훨씬 얇습니다. 이 사진은 가장 얇은 면을 비교한 사진이지만

이렇게 나란히 비교해보면 두께 차이가 보입니다. 약 0.5mm 정도의 두께를 줄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m1 맥북 에어의 상판 두께만큼만 차이가 나서 생각보다 차이가 안나는데? 싶지만

이렇게 놓고 보면 트릭이 보입니다. M1 맥북 에어는 볼록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옆면보다 가운데 부분이 좀 더 두껍습니다. 그래서 나란히 비교했을 때보다 실제로 두께 차이가 더 나는 것이죠. 참 이렇게 보니 눈 속임이긴 해도 기존 맥북 에어 디자인도 대단했네요.

바뀐 디자인은 의외의 장점도 있었는데, 무게 밸런스가 참 좋았습니다. M1 맥북 에어를 비롯해 전 세대의 맥북 에어는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뒷면이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아무래도 앞면으로 올 수록 점점 얇아지는 디자인이니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M2 맥북 에어는 모든 부분에 무게가 고루 분산 되어있었습니다. 스펙상의 무게 차이는 50g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M2 맥북 에어 쪽이 훨씬 가볍게 느껴집니다. 약간 두꺼운 아이패드 같달까요?


아무래도 디스플레이된 상품이다보니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를 돌려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으로 설치된 파이널컷 프로로 1분 30초짜리 4k 영상을 간단하게 Export 해봤는데요, 역시 속도는 엄청 빨라서 10초도 안되어 Export가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Export 하고 난 다음 키보드와 모니터 쪽의 발열이 “뜨겁다” 싶을 정도였는데 M1 맥북 에어로 비슷한 작업을 했을 때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근데 뜨거운 것보다 더 신경쓰였던 것은 열이 잘 식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M1 맥북 에어와 비교했을 때 체감되더군요. M1 맥북 에어를 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풀 쓰로틀링을 걸어서 게임을 하고 난 다음에도 끄면 팬이 없음에도 곧 바로 열이 식는다는거였는데 M2 맥북 에어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iFixit의 분해 영상에 따르면 M1 맥북에어에 있었던 알루미늄 방열판(히트싱크)이 M2 맥북 에어에는 절연 테이프와 다량의 써멀 페이스트로 대체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영향일지도 모르죠. 쿨링 시스템이 따로 없는 맥북에어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간 김에 갖고 있던 13인치용 맥북 정품 슬리브와의 호환성도 한번 살펴봤습니다. 디자인이 바뀌긴 했지만 기존 맥북 에어에서 크기 자체가 바뀌진 않았기 때문에 호환이 가능할지 궁금했거든요.

직원 분께 양해를 구하고 슬리브에 한번 넣어 봤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빡빡해서 잘 안들어갑니다. 그래도 억지로 넣으니까 들어가긴 하더군요. 이렇게 보면 다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윗 부분을 자세히 보면 딱 길어진만큼만 약간 노출됩니다. 보호의 측면에 있어서는 아쉽죠.

정품 슬리브는 발판까지 딱 맞게 설계 되어있는데 M2 맥북 에어는 발판의 위치와 모양이 달라서 전혀 호환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호환이 안된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죽 재질이고 쓰다보면 늘어나긴 하겠지만, 이 슬리브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굳이 M2 맥북 에어에 사용하기 위해 그 가격을 주고 살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슬리브도 조만간 단종되겠네요.(물론 아직 M2 맥북 프로에는 맞기 때문에 계속 팔긴 할겁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M2 맥북에어는 성공적인 업그레이드인 것 같습니다. 보통 애플 제품들이 새롭게 풀 체인지 되면 전 세대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종종 보이곤 하는데 이번 맥북 에어는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M1 맥북 에어와 비교해봐도 넓어진 디스플레이, 좋아진 스피커, 빨라진 성능, 더 얇아진 디자인 등 모든 방면에서 업그레이드입니다.

저도 그래서 참 탐이 났지만 전 M2 맥북에어를 구매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좋아졌지만, 그 좋아진 부분만큼이나 가격도 40만원 정도 올랐기 때문입니다.(출고가 기준 M1 맥북 에어 129만원 vs M2 맥북 에어 169만원) 물론 최근의 환율 인상도 원인이겠지만, 그 가격 차이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명분은 아직 찾지 못한거죠.

또한 여러가지 신경 쓰이는 이슈들도 있습니다. 256기가 모델의 SSD 속도가 전 세대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나온다는 이슈도 있고, 발열에 대한 이슈도 나오고 있으며, 새로운 색상인 미드나이트 색상은 아이폰5나 아이폰7의 블랙 컬러가 그랬던 것처럼 도색이 까진다는 이슈도 보고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M1 맥북에어를 안쓰고 있었다면 이번 M2 맥북 에어를 반드시 구매했을 것 같아요.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여 인텔 맥북에선 불가능할 정도로 얇아진 디자인은 앞으로 몇 년은 더 갈 것이고, 업그레이드 된 디스플레이와 스피커, 웹캠은 전 세대 맥북 에어들의 문제점을 해결했으니까요. 만약 2020년 이전에 나온 인텔 맥북 에어나 13인치 인텔 맥북 프로에서 업그레이드 하신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업그레이드일겁니다. 물론 기존 M1 맥북에어도 139만원에 팔고 있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게 아니시라면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미 M1 맥북에어를 쓰고 계시다면? 글쎄요. 컴퓨팅 성능만 봤을 때는 넘어갈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한테 맥북을 팔아야하는 애플스토어의 직원 분도 “아니, 벌써 바꾸시게요?”라고 할 정도 였으니까요. M2는 분명히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M1도 인텔 시절의 맥북 프로와 맥 프로와 같은 괴물들과 겨룰 수 있는 성능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맥북 에어를 쓰는 사람들이 할만한 작업 뿐 아니라 프로 급 작업도 M1으로 아직 충분합니다.

하지만 미드나이트가 땡기고 새로운 디자인이 땡겨서 업그레이드하는 거라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저도 그래서 하루에 12번씩 맥북 에어 리뷰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만약 구매하실 생각이라면 알려주세요. 마음껏 부러워 하겠습니다. 😭


덧. 개인적으로 미드나이트 맥북 에어와 제가 사용하고 있는 에르메스 점핑 싱글투어 밴드와의 궁합도 궁금했습니다. 블루 사피흐/느와르 색상이 같은 블루 블랙 계열의 색상이라 얼마나 깔 맞춤이 될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명동 애플스토어의 조명 환경 때문에 제대로된 비교는 어려웠습니다. 일단 미드나이트가 아무리 봐도 파란색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다만 밴드의 파란색이랑 미드나이트가 지향하는 색상 자체가 달라서 그리 잘 어울리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