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1.어느날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이를 닦다가 무심코 바라본 거울 속에서, 언제나 즐겨 듣던 흔해 빠진 사랑 노래 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맡았던 그 냄새에서 그녀를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몇번이나 몇번이나 반복해서 그녀를 보았으니까요.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대충 입고 나온 옷에서도,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예쁜 소리가 나는 종 소리에서도, 학교로 가는 길 버스의 유리창에서도 학교를 지나는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 속에서도 그녀는 항상 있었습니다.나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그녀가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름 없는 표정으로, 언제나 같은 말투로 나를 부르고 있는 그녀가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그렇지만 그녀는 그곳에 없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와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달라서라고 생각해요. 마치 현재의 우리가 과거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 속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그녀를 보고 있지만, 그녀를 만날 수는 없습니다.그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너에게 나는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떠났습니다. 그건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그녀에게 그 말을 들은 후부터 그녀가 미치도록 그리웠으니까요. 이 세상이 다 사라지고 세상엔 그녀만 존재하는 것 같았으니까요.그녀는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미 저란 놈은 그녀의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시간은 자꾸 현재를 달리는데, 제 시간은 점점 기억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이렇게 영영 만나지 못할 우리.. 그녀는 어디로, 그리고 저는 대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요.넬 – 기억을 걷는 시간2. 나는 네가 보이지 않아.우리가 만나고 있을 때도 나는 너를 볼 수 없었고, 내가 너를 먼저 떠나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너를 볼 수 없어.너를 만나기 위해 부던히도 애썼던 나와, 그리고 어떤 핑계를 대서든 빠져나가려고 했던 너. 우리의 만남은 항상 그런 식이었어.사랑에 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먼저 만나자고 하는 쪽은 언제나 내쪽이었고, 그러고도 먼저 보고 싶은 쪽도 언제나 내쪽이었어. 그래, 나는 그게 억울했었나봐.그래서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나는 너에게 대체 뭐냐고. 너에게 나는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지만 그 말, 진심은 아니었어. 하지만 나는 꽤 많이 지쳤었나봐. 너를 앞으로 사랑하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너를 떠나온 지금, 나는 가끔 이런 꿈을 꿔.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앉아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꿈. 네가 들어올 문은 매우 조금 열려있고, 나는 그 문틈사이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너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보면 어느덧 아침 햇살이 눈에 들어와.. 그리고 너는 끝까지 내가 기다리는 곳으로 오지 않고.. 항상 그런식으로 꿈을 꾸고, 잠을 깨곤 해.우리가 만났었던 그 끊임없이 엇갈렸던 시간들. 나는 그 속에서 사랑을 찾길 원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건, 그 엇갈린 시간들 모두가 사랑이었기 때문일꺼야. 그 시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음을 깨달은 지금,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볼 수 없구나..나는 이곳에서 여전히 너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어디에 있는거니. 왜 우리는 여전히 만날 수 없는걸까..박보영 – 아마도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