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머니 애플페이 지원 발표 후 충전과 발급은 나오자마자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제로 쓰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처음 써봤습니다. 많은 애플 사용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치고는 사용 후기가 그저 그래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아무래도 기후동행카드 미지원, 후불 카드 미지원이 크리티컬한듯) 실제로 써보니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애플워치에서 쓰는게 더 편할까 아이폰에서 쓰는게 더 편할까 였습니다. 카드가 두 기기 사이에서 호환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아서 주력으로 쓰는 기기를 하나 정해두면 좋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애플워치에서 쓰는게 더 좋았습니다. 아이폰을 꺼내서 태그하는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심지어 제 지갑은 맥세이프 지갑입니다) 기존이랑 크게 달라진 점을 체감하지 못했거든요. 그에 비해 항상 손목에 부착되어있는 애플워치로 태그하는건 차원이 다른 편의성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굳이 폰을 꺼낼 필요가 없다는거였습니다. 아이폰도 점점 무거워지고 날씨도 더워지고 하면서 항상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만 꺼내서 쓰고 있었는데, 버스나 지하철 탈 때는 어쨌든 둘 다 꺼내야했습니다. 이젠 교통카드 태그도 애플워치로 해결되니 주머니에 굳이 지갑이랑 폰을 둘 다 넣고 다닐 필요가 사라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멀리에서 버스가 온다고 하면 1) 아이폰에서 맥세이프 지갑을 분리하고 2) 맥세이프 지갑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카드를 밀어올린 다음 3) 버스를 탈 때 결제하고 다시 주머니에 아이폰에 부착하는 구분 동작을 충실히 수행해야했지만 그냥 시계로 띡 하고 찍으면 끝나니 인생의 은근한 고통 중 하나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손에 우산이나 가방을 들고 있어도 찍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인식 속도도 빠르고 환승 할인도 문제 없었습니다.(당연하겠지만) 특히 버스 같은 경우는 근처 가기도 전에 인식되는데 일본이랑 파리에서 썼던 것보다 더 빠른 느낌이에요. 결제 되는 순간 햅틱으로 손목에 바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결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는지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애플워치에서 쓸 때 문제는 역시 지하철인데, 지하철에 카드 태그하는 곳은 일반적으로 오른쪽에 있다보니 왼손에 있는 애플워치로 찍으려면 자세를 약간 비틀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지하철 민원 중엔 애플워치로 왼쪽 개찰구에 태그해서 환불해달라는 민원들이 꽤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써본 결과 큰 문제는 없지만 한창 바쁜 시간에는 약간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 애플워치로 다녀본 결과는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둘 다 인식 속도도 빨랐고 무엇보다 주머니가 가벼워져서(아이폰이 가방에 있을 경우)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후불 결제가 지원되면 더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타고 다니진 않기 때문에 자동 충전 방식으로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 이렇게 애플워치로 교통 카드가 지원되니 다시 애플워치의 셀룰러를 살려서 아이폰 대신 들고다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그래도 역시 여러모로 폰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