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용 조이콘 그립 – Joytron 조이폰 그립 사용기

요즘은 스팀덱 덕분에 휴대용 PC 게임기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스팀덱에 대한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이야기를 썼었는데 제 우려와는 달리 시장에서 나름의 포지션을 차지하여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저도 스팀덱에 관심이 많지만 이미 갖고 다니는 기계는 넘쳐나는 지경이고 집에 사용 중인 “컴퓨터”(아이패드 등의 디바이스는 제외하고)만해도 6대라(맥북두 대, 데스크탑 3개, 아이맥 1개) PC를 추가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에 있는 스위치도 안들고 다니는 마당이라 휴대용 게임기를 산다고 해도 얼마나 쓸지 확신도 없었죠.

그래서 차라리 찍먹(?)해보는 마음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iOS용 휴대용 컨트롤러를 달아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도 구독하고 있고 애플 아케이드 게임도 컨트롤러로 해보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iOS16부터 아이폰에서 공식적으로 조이콘 연결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한가지 생각을 떠올렸죠. 아이폰에 조이콘을 스위치처럼 연결해서 쓴다면 어떨까? 집에 이미 스위치가 있으니 좀 더 저렴하게 휴대용 콘솔을 찍먹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의외로 아이폰에 조이콘을 연결하는 악세사리가 따로 없어서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지 못했는데, 마침 국내에서도 아이폰에 조이콘을 연결할 수 있는 악세사리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직후 바로 질러버렸죠.

외관

해외에는 비교적 이런 형태의 그립이 많은데 국내에는 이 제품 하나 밖에 없습니다. 스위치 악세사리로 유명한 조이트론에서 만든 “조이폰 그립”입니다.

저는 출시 직후에 구매해서 절반인 7,400 원 정도에 구매했지만 요즘은 14,8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말해주는 것처럼 구조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조이폰 그립은 배터리가 따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이콘과 아이폰을 고정해주는 역할만합니다.

뒷 부분은 가운데가 볼록하게 올라온 좀 특이한 구조로 생겼는데 스탠드 기능을 위한 축을 위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아래 쪽에 스탠드를 돌려서 아이폰이나 조이콘을 결합한 상태로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탠드 각도가 너무 가파르고 평소에는 꽤 거추장스럽습니다. 보관하는 용도로는 좋지만 거치 목적으로는 각도 조절이 되지 않아 불편합니다.차라리 가격이 더 나가더라도 스탠드가 다른 방식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조이콘과 결합하면 이런 방식입니다.

아이폰까지 결합시키면 이런 모습입니다. 다 결합시키니 그럴듯하죠?

제 아이폰은 11 Pro라 크기가 좀 작은 편이라 약간 허전한 모양새입니다. 참고로 이 제품은 아이폰 14 프로 맥스까지 커버가 된다고 하니 Pro Max나 플러스 사이즈의 제품을 쓴다면 좀 더 밸런스가 좋은 크기일 것 같습니다.

집에 놀고 있는 스위치의 조이콘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찍먹하기에는 딱입니다.

사용기

아이폰과 조이콘을 연결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양쪽 조이콘의 페어링 스위치를 눌러서 페어링 모드에 둡니다.

페어링 모드에 들어가면 LED가 왔다갔다 하면서 연결 신호를 찾습니다.

아이폰의 블루투스 설정 화면으로 이동해서 각각의 조이콘을 연결해주면 됩니다.

그 다음 조이콘을 각각 그립으로 결합해주면, 세팅이 끝납니다.

아이폰에서 지원되는 게임 중 컨트롤러가 지원되는 게임들은 거의 모두 가능했습니다. 생긴건 이래도(?)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컨트롤러이기 때문이죠.

원신

Grid Auto Sport

소닉2

하지만 아이폰에서 직접 실행되는 게임도 좋지만 사실 아이폰에 컨트롤러 연결의 진가는 클라우드 게임과 스트리밍에서 발휘됩니다.

게임패스 클라우드 게임 같은 경우 컨트롤러가 있어야 제대로 사용 가능합니다.

화면에 있는 게임은 Hifi Rush라는 게임인데 리듬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게임 + 조이콘 세팅으로 클리어했습니다.

마지막은 문라이트를 통해 스팀을 실행해서 게임을 해봤습니다.

스팀 Big PIcture 모드에서 실행하니 스팀덱 같기도 하네요.

스파이더맨을 실행해봤는데 무리 없이 잘 됩니다.

장점

조이콘 그립의 장점은 일단 별도의 전용 아이폰 컨트롤러 없이도 갖고 있는 조이콘으로 아이폰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 아케이드나 iOS 전용 게임, 심지어 클라우드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로지텍 GCLOUD 같이 클라우드 게임 전용 휴대용 게임기도 나오는걸 생각해보면 기존에 사용 중인 아이폰을 저렴하게 클라우드 휴대용 게임기로 변신 시킬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죠.

로지텍의 클라우드 전용 게임기(…지만 셀룰러를 지원하지 않는) GCLOUD

다른 컨트롤러에서는 없는 장점도 갖고 있는데, 닌텐도 스위치처럼 분리해서 사용하면 2인용 컨트롤러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두 컨트롤러를 연결한 상태에서 조이콘의 홈 버튼을 5초 정도 눌러주면 각각의 컨트롤러가 개별로 인식되어 2인용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의 경우 컨트롤러를 각각 인식하는 게임이 거의 없어서 이 장점이 무색해지긴 합니다. 게다가 2인용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길건너 친구들 캐슬 같은)에서도 정상 동작 안하는 등 문제가 다소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이콘이다보니 취향에 맞는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저는 젤다의 전설 한정판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는데 취향에 맞는 디자인이라 매력적입니다. 다만 이렇게 조이콘을 따로 살거면 위에서 말한 비용적인 장점이 퇴색하긴 합니다(…)

블루투스 연결 또한 장점인데, 루머대로 아이폰이 USB-C로 갈아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아이폰 전용 컨트롤러는 대부분 라이트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아이폰의 포트가 바뀌면 교환해야한다는걸 생각해보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죠.

또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덕분에 아이폰 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 연결해서 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스위치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도 연결해서 쓸 수 있다보니 조이콘과 그립만 챙겨 다니면 되어 휴대성이 상승합니다.

단점

가장 큰 단점은 연결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블루투스다보니 때로는 자동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폰 컨트롤러는 라이트닝에 직접 연결하도록 되어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죠.

또 여러 기기를 넘나들 수 있지만 조이콘 자체가 멀티페어링을 지원하지 않아서 여러 기기를 오가는게 불편하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실제로는 거의 아이폰에만 연결해놓고 쓰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결한 상태의 디자인도 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아이폰이 스위치보다 훨씬 작다보니 조이콘과 크기 차이가 많이나서 어딘지 좀 썰렁한 느낌이 들죠. 딱 맞게 연결되는 다른 컨틀로러에 비하면 아쉽습니다.

이미지의 제품은 아이폰 전용 컨틀로러인 Backbone One 클라이언트

만약 아이패드 미니에 연결한다면 밸런스가 딱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 제품은 아이패드 미니는 지원하지 않습니다.(해외 제품 중에는 아이패드 미니를 지원하는 제품도 있긴 함) 아마 아이폰 프로 맥스 정도 된다면 어울리는 크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조이콘을 사용하다보니 충전이 불편하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조이콘은 스위치 본체에 연결해야만 충전이 가능하죠. 서드파티에서 별도의 충전 악세사리도 지원하긴 하지만 어쨌든 매번 충전을 해줘야합니다. 다행히도 조이콘은 연속 사용 시간 20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해서 충전을 자주 안해줘도 됩니다.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조이콘의 특성상 L 트리거와 R 트리거가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라 똑딱이라 레이싱 게임에서 정밀한 컨트롤이 안된다는 것도 단점이었습니다.

총평

사실 이 제품은 작년 12월 쯤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출시 직후에 샀으니 벌써 사용한지가 6개월 정도 되었네요. 아이폰을 저렴한 비용으로 휴대용 게임기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물건입니다. 특히 클라우드나 스트리밍으로 게임하는 경우에는 꽤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만 스위치 없이 조이콘만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스위치 본체 없이 조이콘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추가 구매한 젤다 에디션 컨트롤러 같은 경우 왼쪽 컨트롤러는 스위치에 연결하지 않고도 연결되었지만, 오른쪽 컨트롤러는 스위치를 통해 활성화를 시켜줘야 했습니다.

또한 스위치 본체가 없다면 펌웨어 업데이트도 안되기 때문에 만약 iOS 업데이트로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수 있습니다. 만약 스위치가 없으시다면 아이폰 전용 컨트롤러를 하나 구매하시는 것이 기능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조이트론에서는 이 제품과 함께 서드파티 컨트롤러도 같이 판매하고 있는데, 전 개인적으로 서드파티 컨트롤러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드파티 컨트롤러를 끼울 경우 대부분 두꺼워져서 가장 큰 장점인 휴대성이 사라져버리는데다, 대부분 서드파티 컨트롤러는 BLE를 지원하지 않아 배터리가 3시간 ~ 4시간 정도 밖에 안가기 때문에 여러모로 정품 조이콘을 사용하시는게 나은 선택입니다.

전체적으로 기존에 스위치랑 아이폰이 있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용 게임 콘솔을 체험해본다는 관점에서 추천할만한 조합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기존에 스위치가 없다면 아이폰 전용 컨트롤러를 추천합니다.

이 조합으로 쓰다보니 엉뚱하게도 스팀덱의 뽐이 다시 오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역시 집에 있는 6개의 컴퓨터가 문제입니다. 안쓰는건 빨리 처분해야하는데..ㅠㅠ 일단 저는 역시 다음 세대를 노려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