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는 서브 노트북이 될 수 있을까?

회사에서 맥북 프로가 지급된 이후로 개인용으로 쓰고 있는 맥북 에어의 포지션이 살짝 애매해졌습니다. 물론 개인용 랩탑과 회사용 랩탑은 분리해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더이상 맥북 에어로 일을 하지 않으니 안그래도 잉여로운 맥북 에어의 쓰임새가 더 잉여롭게 되었습니다. 완전 개인 소비 목적으로 사용하다보니 다시 충돌하는 기기가 바로 아이패드 프로더군요.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서 용도나 라인업이 겹치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다보니 예전부터도 이런 쓸데없는 고민들을 하곤 했는데요, 다시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 사이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나는 팔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시작된 아이패드 프로 vs 맥북 에어 고민 2탄. 서브 노트북으로서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 에어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서브 노트북?

일단 서브 노트북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메인 노트북이 있고 그 아래에 개인적인 용도를 보조하는 노트북을 의미합니다. 보통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성능이 높은 노트북은 무거웠기 때문에 성능 좋은 노트북은 집에다 두고 원활한 외부 작업을 위해서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노트북을 서브 노트북으로 들여서 갖고 다니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23년인 지금은 컴퓨터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모바일 기기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아이패드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이폰만해도 성능 자체는 옛날 서브노트북보다 훨씬 좋습니다. 게다가 고성능의 노트북도 많이 들고다닐만 해졌습니다. 14인치 맥북 프로만해도 1.6kg 정도인데, 이정도면 좀 무겁기는 해도 과거에 비하면 휴대는 아예 꿈도 못 꿀 정도는 아니죠.

그렇다보니 서브 노트북의 필요성 자체가 요즘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노트북을 굳이 두개 들고 다닐 필요가 없죠. 아예 고성능 랩탑을 하나 들고 다니거나, 2 in 1 으로 노트북과 태블릿 둘 다 되는 것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노트북을 사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의 서브 노트북이란 그냥 노트북을 좋아하는 사람이 노트북을 한 대 더 들이기 위한 핑계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서브노트북으로서 맥북 에어

현재 제 맥북 에어가 서브노트북으로서 수행하는 가장 주요한 임무는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Workflowy로 블로그 개요와 초안을 만들고 사파리를 통해 포스팅을하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의 휴대성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포스팅할 수 있죠.

또 게임을 할 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로 무슨 게임이냐 하시겠지만 대부분 스트리밍하는 용도입니다. Moonlight를 이용하여 서재 방에 있는 게임용 데스크탑을 TV에 연결해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는 팬리스라서 거실에서 4k 해상도에 풀옵션으로 게임을 해도 조용하게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상당히 쾌적합니다. Xbox Cloud Gaming을 통해 클라우드 게임도 즐기고 있습니다. 화질은 TV에 연결하는 것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노트북 화면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제가 맥북 에어를 사용하는 주요 용도 중 또 다른 하나는 RSS 피드 읽기입니다. 주로 NetNewsWire라는 앱을 사용해서 기사를 읽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도 가능하지만, 맥북의 넓은 화면에서 보는 것이 더 편리하더군요. 그리고 최근에 체험하고 있는 Deepl의 웹페이지 번역 기능을 파이어폭스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사파리에서는 불가능) 외신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회사 업무에는 맥북 에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회사에서 제공하는 맥북 프로가 있기 때문에 두 대의 노트북을 함께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는 것은 좀 어색하기 때문이죠. 맥북 에어는 주로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브 노트북으로서의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프로로 위와 같은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맥북 에어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 같은 경우 아이패드 프로에 매직키보드를 결합하면 맥북과 거의 비슷하게 할 수 있었고, 아이패드에서는 Jetpack(구 워드프레스)과 같은 전용 앱을 사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게 포스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아이패드 프로에도 제가 사용하는 Workflowy, Moonlight, NetNewsWire와 같은 앱들이 다 지원되다보니 맥북에서 했던 다양한 작업을 그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클라우드 게임도 아이패드 프로에서 웹앱으로 설치해서 할 수 있다보니, 개인적인 목적의 컴퓨팅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어쩌면 아이패드 프로는 맥북 에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회사 업무를 할 때도 회의록 작성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하다보니 어쩌면 맥북 에어보다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었죠.

또 아이패드 프로는 맥북 에어와 비교했을 때 그 자체로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아이패드 프로는 설계나 폼 팩터 측면에서 맥북 에어보다 훨씬 유연하죠. 맥북 에어는 키보드를 항상 붙이고(?) 다녀야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디스플레이만 휴대할 수 있어서 유연성과 휴대성이 높습니다. 물론 매직 키보드를 연결하면 무게가 늘어나긴 하지만, 여전히 13인치 맥북 에어보다 휴대성이 좋기도 하구요.(11인치 기준).

그렇다보니 이럴 바에는 맥북 에어를 팔아버리고 서브 노트북으로 아이패드 프로만 남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며칠간 아이패드 프로를 서브노트북으로 사용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하나하나 목록 상으로는 대체가 가능할 것 같던 것들이 의외로 보이지 않는 이런저런 곳에서 삐걱거렸습니다.

일단 아이패드 프로는 웹이나 앱 사용시 데스크탑 운영체제와 비교했을 때 이해가 안되는 제한이 있거나 오류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사파리에서 Google Docs 같은 웹앱을 사용하려면 오동작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또한 Workflowy 같은 앱도 맥북과 아이패드를 비교해보면 미묘하게 보이지 않는 기능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트북 대용으로 아이패드를 구매했다가 좌절하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의 제한도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 에어를 대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최신 아이패드는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이 지원되면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일부 앱들은 외부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Moonlight나 윈도우 RDP 같은 경우 스테이지 매니저로 실행해도 아이패드 화면 비율로 유지되기 떄문에 전체 화면을 다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iOS에서 허락하지 않은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맥북 에어가 훨씬 편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단일 앱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파일 관리를 사용해서 여러 앱 간 작업물을 공유해야하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작업들은 맥북 에어 같은 노트북 컴퓨터에서는 굳이 설명도 필요 없는 일상적인 작업들이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로 ~~하기” 같은 글들이 따로 존재해야할 정도로 아이패드에서는 작업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Six Colors의 Jason Snell도 비슷한 주제의 글을 작성했는데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결론

아이패드 프로를 서브 노트북으로 사용하기 위한 이런저런 사투(?) 끝에 저는 (뻔하지만) 다시 맥북 에어와 아이패드 프로를 모두 사용하는 결론으로 돌아왔습니다. 맥북 에어는 개인 용도의 컴퓨터로 사용하고, 아이패드 프로는 개인 용도와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하이브리드형 휴대용 PC 같은 느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겹치는 영역이 적어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트럭과 스포츠카의 비유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회사용 맥북 프로는 업무용 트럭에 해당하고, 아이패드 프로는 업무와 개인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가벼운 승용차, 맥북 에어는 개인적인 생산성 작업이나 컨텐츠 소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픽업 트럭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로 업무 환경과 개인 환경을 분리하고, 그 중간을 아이패드로 이어주니 오히려 구성이 더 만족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매번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 두 기기가 많은 부분에서 중복되는 것 같아도 아이패드 프로만 있으면 아쉽고, 맥북 에어만 있으면 아쉽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기기 중 하나를 팔려고 할 때마다 항상 고민이 되는 거죠. 결국 애플은 포지션을 일부러 겹치지 않게 만들어서 이런 고민 말고 둘 다 사용하라는 상술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을 것입니다. 만약 개인용 노트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에어 중 하나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저는 맥북 에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로도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하려는 앱에 따라 맥과의 기능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노트북으로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인 노트북을 보조하는 태블릿 PC라면 아이패드 프로가 훨씬 좋습니다. 용도도 겹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서브 컴퓨터”로서 여러 측면에서 메인 노트북을 보조하는데 사용하기 좋은 기기입니다.

결국 아이패드는 태블릿 PC고, 맥북 에어는 노트북이라는 본질에서 접근하신다면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