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러시아 인형)을 소재로한 어드벤쳐 게임 Stacking

더블파인(Double Fine)이라는 개발사를 아시나요? <원숭이섬의 비밀>로 유명한 게임 제작자 론 길버트가 몸담고 있던 개발사이자, 최근에는 킥스타터를 통해 성공적인 모금을 해서 유명해진 제작사이지요. 바로 이번 Humble Bundle은 바로 더블파인 특집입니다.

https://www.humblebundle.com/

더블파인은 제 기억에 Humble Indide Bundle 5에 있던 Psychonaut를 만들었던 제작사였죠. 기형적인 그림과 맥과 리눅스에서 보여주는 최악의 최적화로 인해 즐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평은 상당히 좋았던 어드벤쳐 게임이었습니다,

이번에도 Psychonaut가 포함되어있어서 구매를 고민했지만 제 시선을 잡아끈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Stacking이었습니다.

Stacking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안에서 똑같은 인형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살고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인형이자, 굴뚝 청소부의 아들로서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연가시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하지만, 기본적으로 마트료시카 인형이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게임의 분위기 또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음악, 게임 배경, 중간 중간 나오는 무성영화스러운 애니메이션까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이 묻어나는 게임입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주인공의 가족들. 굴뚝 청소를 가업으로 삼고 있다.

기본적인 게임 형식은 GTA 같은 오픈월드입니다. Psychonaut도 오픈월드 형식이긴 했지만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캐릭터로인한 제약이 많이 느껴졌었는데, 기본적으로 많은 캐릭터와 넓은 맵이 제공되다보니 자유도가 훨씬 더 높은 느낌이 듭니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은 바로 ‘인형 안으로 들어가기’인데요, 아래 그림처럼 인형의 뒤로 살짝 돌아가서 상대편 인형에 파란색 빛이 돌기 시작하면 그대로 인형에 들어가 인형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단, 들어갈 수 있는 인형은 자기보다 한단계 더 큰 인형 밖에 안됩니다.)

각 인형은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인형 중에는 그냥 재미를 위한-_-; 능력을 지닌 인형도 있고, 게임을 풀어가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능력을 가진 인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에 돌아다니는 미녀 인형 안으로 들어가서 “유혹” 스킬을 발동시키면..

문지기를 꾀어내어..

이렇게 문지기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수 있습니다.

게임은 이렇게 여러 인형 들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혹은 조합해서 퍼즐을 풀어나가는 형식입니다. 특히 여러 인형 중 게임 스테이지에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 인형’을 사용하면 게임을 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퍼즐 난이도는 어렵지는 않지만, 해결 방법이 한가지가 아닙니다. 여러가지 해결 방법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으며, 게임을 완전히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해결 방법을 다 찾아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중 기차역에 줄이 너무 혼잡해서 기차표를 못팔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방귀 뀌는 캐릭터를 이용해 지독한 냄새로 사람들을 해산 시키거나..

노조위원장(..?)을 이용해 리더십 스킬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질서를 유지시키거나..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는 교훈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개구쟁이 막내가 가족을 구하는 내용이지만 한꺼풀 까보면 사뭇 철학적입니다. “아동 노동(Child Labor)"이라는 당시의 이슈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니까 그제서야 관심을 갖는 시민들의 모습. 티 주전자, 삽, 석탄 등을 머리에 이고 있는 젊은(혹은 어린) 노동자 계급의 모습과 높은 중절모를 쓰고 하는 일이라고는 "비켜!(Make Way)” 하거나 홍차를 “홀짝 거리기"만 하는 상류층의 모습. 파업을 하며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과 기름을 뿌리고 대기 오염을 시키는 공장장들(부르주아). 정의 구현을 위해 역에서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있는 판사 등등 인형들의 여러가지 모습을 대비시키며 그 당시, 혹은 어떤 나라에서는 지금도 이슈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배경처럼 흘러갑니다.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아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19세기 영국의 분위기를 느끼며 가볍게 플레이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게임입니다. Humble Bundle에는 DLC까지 포함되어있으며, 언제나 그렇듯 리눅스, 맥, 윈도에서 모두 실행 가능합니다.

덧. 한가지.. 이 회사 게임이 다 그렇듯 이 게임도 맥 버전은 최적화에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리눅스 버전은 실행을 해보진 못했네요) 제 맥북에어에서는 너무 힙겹게 돌아가는게 안쓰럽네요. 하지만 생각보다 고사양 게임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