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2018년에 구매했던 두개의 애플 제품이 있다. 하나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1세대, 하나는 애플워치 시리즈 4다. 당시에는 매년 좋아지는 애플 제품을 굳이 한 해에 두개나 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2023년 시점에서 보면 저 두 제품을 가장 오래 쓰고 있고 업그레이드할 가치를 못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애플워치 시리즈 4는 배터리가 노후되어 이미 두번이나 교체해야했고, 이미 한번 교체한 상태에서 10만원 넘는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싶어서 이번에는 애플워치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약간 홧김에 애플워치 울트라 2를 지르게 되었다.
왜 애플워치 울트라 2를 구매?
애플워치 울트라 2 구매는 여러가지 고민을 했다. 일단 애플워치 시리즈 10이 대대적으로 디자인 등이 개편될 거라는 루머 때문에 가장 많이 고민했다. 애플워치 시리즈 4의 배터리가 버텨줬다면 굳이 구매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일반 애플워치 시리즈 9와 애플워치 울트라 사이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애플워치 울트라는 너무 컸으니까. 하지만 애플워치를 시리즈 0부터 시리즈1, 시리즈4까지 거의 9년을 써오면서 이 디자인이 너무 질렸던 탓이 컸다. 그래서 애플워치 울트라를 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애플워치 울트라1과 울트라2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울트라 2가 개선된 부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매할 당시만해도(10월에 구매) 울트라1과 울트라2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기왕이면 새로운 프로세서가 가져올 미래가치(?)를 믿고 애플워치 울트라 2를 구매하기로 했다.
참고로 나는 운동도 거의 안하고 모험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애플워치가 필요한데 기존 디자인은 질려서 구매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애플워치 울트라 2 개봉기
요즘은 개봉기를 따로 올리진 않지만 애플워치 울트라 2 같은 경우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포장에 있기 때문에 안 올릴 수 없다.
포장 자체는 일반적인 애플워치 포장과 다르지 않지만..
포장 옆면에 보면 탄소중립 인증 마크가 붙어있다. 애플워치 울트라2는 애플워치 시리즈 9와 더불어 탄소중립을 실천한 최초의 애플 제품이라고 한다. 친환경은 2023년에 나온 애플워치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모든 애플워치 울트라 2가 탄소 중립인 것은 아니고 밴드에 따라 다르다.
밴드는 블루 알파인 루프 밴드로 선택했다. 알파인 루프는 착용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밴드지만 뭔가 애플워치 울트라에 가장 어울리는 밴드라서 선택했다.
애플워치 울트라 2 디자인
애플워치 울트라 2의 디자인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애플워치 울트라의 디자인과 완전히 동일하다. 어떤게 새로운 모델인지 구분이 어렵다.
기왕이면 어두운 색상도 나오길 원했지만, 애플은 별도의 코팅이 들어가는 어두운 티타늄은 울트라가 함께 하는 모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들 울트라가 지나치게 러기드한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모험을 위한 워치 치고는 너무 우아한 디자인 같다. 지샥 같은 러기드한 느낌보다는 오메가 같은 아날로그 툴워치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블루 알파인 밴드는 블루 색상을 좋아해서 선택했는데 실제 밴드의 색상은 약간 주황색이 섞인 느낌이라 새 제품임에도 빈티지한 느낌이 난다. 블루 뿐 아니라 이번 애플워치 2와 공개된 알파인 루프 밴드는 색상이 다 약간 바랜 느낌이다. 이미 낡아 있어서(?) 튼튼한 느낌을 준다고할까? 등반가의 배낭 끈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다.
새롭게 추가된 울트라 모듈러 페이스는 러기드한 느낌과 울트라의 큰 화면의 특징을 잘 살리는 페이스다. 울트라 2와 같이 소개되었지만 기존 울트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보가 많아서 애용하는 페이스.
어두울 때는 조도센서를 이용해 야간 모드로 변한다.
WatchOS 9까지는 크라운을 돌려서 야간 모드로 변경해야했지만 WatchOS 10에서는 크라운을 돌리면 스마트 스택이 나오기 때문에 조도 센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변한 것 같다.
수동으로 야간 모드로 변경할 필요는 없어서 좋긴 한데 긴팔 소매를 입으면 야간 모드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시계를 볼 때 주간 모드로 돌아오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되면서 좀 더 불편해진 것 같다. 차라리 밤에만 활성화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애플워치 울트라 2가 전작과 달라진 점
기능적으로 애플워치 울트라 2가 오리지널 울트라에 비해 달라진 점은 딱 두개다. 오프라인 시리 지원과 더블탭. 근데 이 장점이 좀 오묘하다.
오프라인 시리는 한국어에서는 쓸 수 없다. 현재는 영어만 지원된다. 즉 적어도 한국어 환경에서는 쓸데 없는 기능.
더블탭이 그나마 바뀐 점인데, 현재까지 두달 정도 쓰고 있지만 크게 유용한 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생각보다 약간 천천히 탭해야 하는게 쓰기 어렵다. 게다가 더블탭이라는 제스쳐 하나만 지원되니 기능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기존 애플워치에도 Assistive Touch로 비슷한 기능이 있었는데 더블탭 쪽이 기능은 더 제한적이다보니 메리트가 크게 없는 느낌. 기존 Assitve Touch보다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좀 적다는 정도가 나아진 점이랄까? 공식 문서나 기사에서 분석한건 없지만 일반 애플워치, 특히 애플워치 시리즈4에서는 확실히 배터리 부담이 좀 있었는데 울트라2의 더블탭은 배터리 부담이 없다.
애플워치 울트라 2 사용기
애플워치 울트라2라고 해봐야 달라진 점이 없으니 아무래도 이건 애플워치 울트라를 처음 쓰는 사람 입장에서 사용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애플에서 광고하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거나 철인 3종 경기 같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 워치다.
나로 말하자면 그런 것과 정 반대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고 운동이라고 해봐야 걷기 운동 뿐이고, 도시를 벗어나면 죽을 수도 있는 몸(…)이다. 손목도 얇은 편이라 애플워치를 차면 엄청 거대해보인다.
하지만 그런 나한테도 애플워치 울트라는 충분히 매력적인 스마트워치였다.
일단 애플워치 울트라를 2개월 정도 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배터리였다. 일반 애플워치를 쓰는 경우에도 이틀 정도 간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한번도 하루를 온전히 충전하지 않고 썼던 적이 없다.
하지만 애플워치 울트라는 정말로 이틀은 충분히 간다. 저전력 모드를 활용한다면 72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울트라2 한정) 3일 ~ 4일 정도는 충전 없이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좋았던 점은 디스플레이. 49mm의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애플워치가 아니라 소형 스마트폰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단순히 시계에서 스누피가 뛰어노는 것만 봐도 좋고 게임을 해도 좋다.
물론 49mm 크기에 비해 디스플레이 크기는 일반 애플워치 45mm와 큰 차이는 없다. 베젤과 버튼 가드 같은 외장 부분이 큰 탓에 더 커보이는 것 뿐.
결국 애플워치 울트라가 좋았던 이유는 일반적인 스마트 기기와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오래 가는 배터리 + 큰 화면. 스마트폰부터 노트북까지 모두 배터리 오래가고 화면이 크면 다 좋은거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굳이 애플워치 울트라를 모험에만 쓸 이유가 무엇인가 싶다. 그냥 모험을 떠나지 않아도, 도시에서 출퇴근만해도 큰 화면과 오래가는 배터리는 좋으니까. 나 같은 사람도 만족하고 쓸 수 있는 워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애플워치 울트라 2는 셀룰러 요금제도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정도 되니 아이폰을 굳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느낌도 든다. 애플워치 셀룰러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한번 더 리뷰해보려고 한다.
애플워치 울트라 2 아쉬운 점
딱히 문제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문제라고 한다면 태생적인 한계인 무게와 크기에서 오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단 크기는, 확실히 크다. 하지만 애플워치 울트라의 디자인이 그 큰 크기를 어느정도 잘 포장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 같이 손목이 얇거나, 심지어 여성들이 착용해도 충분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메가나 롤렉스에서도 큰 워치가 나오니까.
무게는 확실히 무겁다. 61.4g으로 41mm의 작은 애플워치에 비교하면 거의 두배 수준이다. 수면 측정을 하거나 손목을 격렬히 흔드는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애플워치 울트라에 링크 브레이슬릿이나 노마드의 티타늄 밴드 같은 금속 밴드를 결합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뜩이나 무거운 무게를 두배로 올리는 셈이므로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노마드에서 나오는 티타늄 밴드의 무게가 70g 정도니까 울트라와 결합하면 손목에 무게만 130g정도 된다. 참고로 아이폰5가 112g이었다.
애플워치 울트라2에 한정해 보면, 애플워치 울트라 1세대에서 바뀐게 별로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건 시리즈 9와 울트라 2 모두 해당하는 부분인데 역대급으로 개선된 점이 별로 없다.
애플워치 울트라2는 이번에 새로운 S9 프로세서가 탑재되었다. 4 core에 뉴럴엔진이 탑재되어 있는 새로운 프로세서다. 60% 정도 빨라졌고 GPU도 30% 정도 빨라졌다..지만 체감은 별로 안되었다. 심지어 5년 된 애플워치 시리즈 4에서 갈아탔는데도!
물론 당연히 빠르지만 애플워치에서 CPU의 성능 증가를 체감할만한 작업을 하지 않으니 체감이 안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뉴럴엔진은 지금은 차이가 없어도 이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점점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긴 할 것이다. 지금 차이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또 하나,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색상이 아니라서 내가 가진 애플 기기 중에 혼자 따로 노는 색상이 아쉽다.
애플워치 울트라 2 결론
간단하게 애플워치 울트라 2를 리뷰해봤다. 사실 구매한 이유가 “기존 애플워치 디자인이 질려서” 였던지라 구매후에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생각보다 잘 쓰고 있다.(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어두운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모험과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지만, 그냥 도시에서 출퇴근만해도 화면이 크고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조금 다른 애플워치, 특히 화면이 크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근본적인 부분의 개선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애플워치 시리즈 10이 내년에 나온다는게 가장 큰 문제. 나 같이 기존 애플워치의 배터리가 퍼진게 아니라면 기다리는 것도 답일 수 있다.
참고로 지금 애플워치 울트라를 쓰고 있다면, 애플워치 울트라 2 구매는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현재 기준에서는 달라진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에는 프로세서의 차이 때문에 뭔가 더 차이가 벌어질 수 있겠지만, 미래의 약속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 지금 애플워치가 당장 필요한게 아니라면 애플워치 시리즈 10을 기다리는게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나는 당장 새로운 애플워치가 필요했고, 지금까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