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연말 맞이 구독 서비스 정리

2023년도 어느덧 마지막이 되었다. 2023년에는 블로그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블로그 글을 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게 트위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트위터를 그만둔 지금도 블로그를 게을리하는거 보면 트위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가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컨텐츠 구독 서비스들이 내 시간과 돈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디즈니, 넷플릭스, 애플TV도 봐야하고, 게임패스와 애플 아케이드에서 게임도 해야하고 밀리의 서재로 책도 봐야한다. 할게 정말 너무나도 많은데 시간이 없다.

그렇다보니 2023년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포스팅은 지금 사용 중인 구독 서비스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았다. 2024년부터는 시간을 좀 더 나 답게 쓰기 위해.


🤔 애플 원(Apple Music, iCloud, Apple Arcade, Apple TV+)

가장 정리해야할 것은 역시 매 월마다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는 애플원 서비스다. 가족 플랜으로 구독하고 있으며 20,900원씩 나가고 있다.

사실 애플원은 매월마다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애플 뮤직과 iCloud는 필수지만 애플 아케이드와 애플 TV+는 좀 애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아케이드는 출시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했지만, 올해 6월부터는 아무런 게임도 안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소닉 드림팀을 간간히 하고 있지만 이 게임 하나 때문에 매월 구독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애플TV+ 는 더 심한데, <세브란스> 이후 애플TV+ 에서 뭔가를 본 기억이 없다. 나는 심지어 <파친코>도 안봤다. 어쩐지 손이 잘 안간다고 할까.

애플 아케이드와 애플 TV+가 아니라면 애플원 요금제도 메리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진작에 구독을 해지했으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지만, 문제는 현재 사용 중인 iCloud 용량이 200기가로는 모자르다는 것이다. 애플원에 iCloud 200기가를 결합하면 가족이 총 400기가의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데, 애플원을 해제하고 각각 구독하면 각각의 계정에 200기가가 귀속된다.

문제는 나 혼자 사진 라이브러리만 162기가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족 공간을 따로따로 만들면 금방 용량이 다 차버릴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 iCloud 요금제는 2TB로 한달에 11,100원이나 들기 때문에 결국 애플 원을 구독하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즉 아래처럼 원래는 애플원을 구독하지 않았을 때가 4,100원 저렴해야하지만

애플원을 안쓴다면 용량 부족으로 얼마안가 아래와 같은 상태가 될 거라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애플원을 구독하는게 3,700원 더 이득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하는) 애플 아케이드와 (안보는) 애플 TV+도 따라온다.

결국 가족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애플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 애플 장사 잘한다(…) 애플이 200기가와 2TB 사이 요금제를 하나 더 출시하면 되겠지만, 이런저런 계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나중에 400기가가 부족하게 되어도 2TB 용량을 애플원에 붙이는게 가격적으로나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더 낫기 때문에 애플원 구독을 쉽게 끊을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애플원은 2024년이 되어도 쉽게 끊지 못할 것 같다.

결론 : 유지 🤔

🙁 넷플릭스

그 다음은 넷플릭스. 하지만 사실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 않다. 지인의 계정으로 공유 받아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가구 외의 계정 공유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안가서 계정이 차단될 운명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로 아쉬울게 없는 것은, 나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는다.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컨텐츠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도 드라마 같은 호흡이 긴 컨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는 편인데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오리지널 컨텐츠는 뭔가 결이 잘 안 맞는 느낌이다. 너무 불필요하게 잔인하거나 불필요하게 선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컨텐츠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재밌게 봤던건 <블랙미러> 하나 정도. 그래서 넷플릭스가 언젠가 안나오게 된다고 해도 별로 아쉽지 않을 것 같다.

결론 : 언젠가 정리될 예정 🙁


🥰 디즈니 플러스

반면 내가 유일하게 잘 보고 있는 영상 플랫폼은 디즈니 플러스다. 디즈니는 나와 가족들 모두 좋아한다. 나 같은 경우 워낙 픽사나 마블, 스타워즈를 좋아하는데다 유일하게 <심슨>이 전 시즌 올라와있고 자막이 지원되는 플랫폼이라 즐겨 보고 있다.

물론 요즘은 디즈니에서 나오는 것들이 모두 평이 좋지 않고 마블도 옛날 같지 않다. 그래도 디즈니에는 여전히 추억이 있다. IP 괴물이 된 디즈니 답게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우연찮게도 전부 디즈니 소속이 된 탓도 크다. 물론 실망을 안겨주는 시리즈도 많이 나오지만, 가끔 <만달로리안>이나 <안도르>, <What if?> 같이 훌륭한 컨텐츠도 많이 나온다.(근데 아직 <무빙>은 안봤다.)

무엇보다 전 시즌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는 <심슨>.. 포기 못한다. 심슨은 밥 먹으면서 정주행하는게 벌써 다섯번째 정도 된 것 같지만 여전히 재밌다.

결론 : 유지

😃 쿠팡 플레이

쿠팡 플레이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처럼 딱히 뭔가 이유가 있어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쿠팡 와우 멤버십에 따라오는 혜택이라 유지하는 측면이 더 크다. 하지만 국내 컨텐츠가 약한 디즈니 플러스를 보완하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이 두개가 있으면 넷플릭스도 안 부러울 지경.

결론 : 유지

😀 유투브 프리미엄

유투브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미 현대 한국인에게 유투브란 필수 플랫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유투브 광고를 안보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었지만 결국 나는 투쟁에서 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유투브 프리미엄 구독료도 올렸는데, 그래서 더더욱 마음에 안든다. 사실 위에 많은 영상 플랫폼이 있지만 유투브가 내 시간을 뺏는 가장 주범이다. 그래서 더더욱 정리하고 싶지만, 이미 그럴 수 없게 되었다.(나만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론 : 유지

😩 게임 패스

개인적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 특히 게임 패스에 거는 기대가 컸다. 구독만하면 어떤 게임이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고, 특히 클라우드를 통하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어떤 하드웨어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비전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게임패스를 2년 째 구독하면서 깨닫게 된건 두가지였다. “나는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과 “게임 편식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게임이 가능하다고 해도 내가 하는 게임은 정해져 있었고 그마저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에 서너시간 정도 밖에 안되었다. 게임패스는 구독만 해놓고 거의 <포르자 호라이즌5>만 2년 내내 했던 것 같다. 이럴거면 포르자만 살걸.

최근 클라우드 게임의 화질이 급격하게 저하 되고 있고, MS의 퍼스트파티 게임들이 죽 쑤고 있는 것도 구독 해지의 이유였다. 특히 최근작인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적잖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요즘 게임은 거의 스팀덱으로만 한다. 그것도 옛날에 사둔 스팀 게임을 주로 한다.

결론 : 해지

😄 밀리의 서재

도서 구독 서비스는 그동안 밀리의 서재 빼고 다른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었다. 리디북스, Yes24, 알라딘 등에서 나온 전자책 서비스를 써봤지만 하나 같이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없는거야 당연하지만,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들도 없는 책이 많았다.

이번에 애플워치 울트라 때문에 KTM 모바일 요금제를 쓰면서 밀리의 서재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요금제가 있어서 써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은 다른 전자책 구독 서비스보다 밀리의 서재 쪽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보고 싶었던 책도 전부는 아니지만 있었고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이나 오디오북도 많았다. 14만권 정도 있다고 하니 다른 전자책 구독 서비스보다 양적으로 확실히 많은 것 같다.

2024년에는 독서량을 늘리리라는 부질없는 다짐을 해보면서 밀리의 서재는 유지.

결론 : 유지

마무리

이 글을 쓰기 전만해도 개인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엄청나게 구독하고 있어서 놀랐다. -_-;;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이 쓰고 있었구나.

구독 서비스를 정리하고보니 어느정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2023년에 했던 고민들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정리해본 느낌이었다. 2023년 회고로 나름대로 알맞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2024년에는 이렇게 정리한 시간과 비용, 체력으로 블로그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다짐과 함께 마무리.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2023년 정말 수고 하셨고, 열심히 사셨습니다. 2024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