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 for Speed Hot Pursuit – 옛날 게임 이야기

그냥 길 가다가 갑자기 옛날 게임이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그냥 퇴근하던 길에 갑자기 Need for Speed Hot Pursuit 가 하고 싶어졌습니다.(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다 때려부수고 싶었는지)

레이싱 게임을 찾을 때는 약간 무드가 있는데, 통제된 트랙에서 정교한 코너링을 돌고 싶을 때가 있고, 언제는 치고 박는 추격전이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Need for Speed Hot Pursuit 은 후자와 같은 기분일 때 주로 찾는 것 같습니다.

Need for Speed Hot Pursuit 은 2010년에 출시한 게임으로 15년 된 게임입니다. 예전에 스팀 머신 구매하고 난 뒤 가장 재밌게 했던 레이싱 게임이었습니다. 사양도 오래된 게임 답게 가벼워서 지금은 스팀덱에서도 최고 옵션으로 실행해도 잘 돌아가는 정도가 되었습니다.(배터리도 오래감)

제가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에서 피할 수 없는 차량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아예 없습니다. 차를 구매할 필요도 없이 그냥 타고 싶은 차를 골라서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물론 차량 간 성능 차이는 있지만)

스토리도 따로 없습니다. 그냥 코스를 선택하고 달리면 됩니다. Forza Horizon이나 Grid 같이 요즘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들은 아무리 단순해도 꼭 스토리가 있는걸 생각해보면 신선한 선택이죠.

스토리도 없애고 업그레이드 시스템도 없애면서 이 게임이 집중한건 추격전의 속도감과 박진감입니다. 이름 그대로 레이싱 자체, 추격전 자체에만 집중한 게임입니다.

규칙은 누구나 이해 가능한 경찰과 도둑 스타일입니다. 게임에는 양 진영이 등장하는데, 공공도로를 무법하게 달리는 폭주족(레이서)과 그를 잡으려는 경찰입니다. 플레이어는 각 코스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레이서를 잡아야하고, 레이서는 경찰을 피해 도망쳐야 합니다. 물론 단순히 추격전만 있는건 아니고 타임어택이나 단순 레이스(추격전 아닌)가 나오기도 합니다.

경찰은 폭주족을 검거하면 승리
폭주족은 경찰을 피해 도망치면 승리

게임이 단순한 만큼 게임이 보여주고자 했던 본질에 좀 더 집중합니다. 이것저것 복잡한 것 없이 도망치거나 쫓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레이서 쪽 보다 경찰 쪽이 더 재밌어서 경찰로 자주 플레이하게 됩니다.

배경은 Secrest County라는 가상의 도시로, 도로가 너무 잘되어있는 나머지 레이서의 천국이 된 곳입니다. 이곳 경찰인 SCPD는 이 무법자들을 잡기 위해 새로운 팀을 편성하는데, 레이서만큼이나 빠른 슈퍼 경찰차가 지급되는 인터셉터 팀입니다.

랠리카로 유명한 스바루의 임프레자 경찰차
포르쉐 911 경찰차

게임이 진행될 수록 레이서는 더 빠른 차를 타고 나오고 경찰도 그에 걸맞게(?) 람보르기니나 파가니존다와 같은 슈퍼카 기반의 경찰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나 포르쉐 같은 차들이 경찰차로 나오는게 이 게임의 매력이죠.

폭주족을 체포할 때는 인정사정 없는 SCPD

가끔 폭주족 체포할 때보면 사람이 멀쩡한가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진압하는 것 같기도 한데.. 뭐 이런 게임은 원래 그러니까요(?)

경찰의 경우 병력 지원을 요청해 경찰차로 장벽을 만들어 길을 막거나, 헬기에게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더해 레이서 쪽도 Jammer 같은 장치로 경찰 무전망을 교란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EMP 대포까지 들고와서 적극적 방어권을 행사하며 도망치기도 합니다.

차 뒤에서 스파이크가 나오기도

이런식으로 경찰과 레이서의 파워 게임도 볼만하고, 쫓고 쫓긴다는 단순한 술래잡기 규칙을 극대화한 요소도 매력적입니다. 제다이가 적을 무찌르면서 정원도 가꾸고 술집도 경영하는 등 여러가지 게임이 하나로 짬뽕된 요즘 게임들과 달리 이렇게 본질에 집중한 게임만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15년 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은 요즘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해상도만 올리면 지금도 꽤 볼만한 그래픽입니다. 작년에 리마스터판이 출시되었는데, 오리지널에서 해상도만 올린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욕먹기도 했었죠. 개인적으로는 어째 리마스터보다 오리지널판에서 4k 해상도로 올린게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팀 플레이 기록을 보니 마지막 플레이가 작년 8월이었는데, 무슨 냉면마냥 여름마다 찾게 되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머리 복잡할 때는 그냥 생각을 비우고 빨리 도망치거나 빨리 쫓아가야하는 이런 게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리마스터판이 나오면서 기존 게임의 구매가 모든 플랫폼에서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리마스터 판을 구할 수 있긴 한데.. 가격에 비해 여러가지로 오리지널 버전과 큰 차이가 없어서 별로 추천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덧. 스팀에서 대부분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들이 출시된지 5~7년된 오래된 게임이라는 통계도 있었는데, 저도 점점 그 시절 게임들을 더 많이 플레이하게 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