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팀 여름 할인 때 구매한 <스파이더맨 2>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했습니다. 원체 플레이 스타일이 메인 스토리를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고 서브 퀘스트를 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짬내서 한 것치고는 빨리 클리어했네요.
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 살면서 한번도 구매해본적 없었던 제가 플스를 구매해야하나 고민했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전작인 스파이더맨을 너무 재밌게 했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PC로 나올거라고 생각했기 땜에 스팀 출시 + 세일까지 존버했습니다. 그래도 스팀덱에서 플레이 가능할 정도로 나왔으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게임 홍보 포스터에도 있듯 두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의 주인공 피터 파커와 전작+확장판의 주인공이었던 마일즈 모랄레스 스파이더맨이죠. 협동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은 두명의 스파이더맨을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하는 방식입니다. 공통 퀘스트도 있지만 특정 스파이더맨으로만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두명의 스파이더맨이 활약하는 세계상은 여러 스파이더맨을 봐왔던 입장에도 좀 독특하긴 합니다. MCU 쪽은 피터 파커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고, 소니 애니메이션 쪽은 마일즈 모랄레스가 주인공인데 피터 파커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다른 차원의 피터 파커가 있지만) 둘이 동시에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죠.
스파이더맨이 두명이라 스토리가 산만해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잘 정돈된 이야기였습니다. 메인 스토리만 따라가도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 없이 각 스파이더맨이 갖고 있는 문제와 이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균형있게 다뤘다고 해도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 쌓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피터 파커 중심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 속 데일리 뷰글의 편집장인 JJJ(제임스 요나 제임슨)가 뉴욕에 슈퍼 빌런이 많은 이유를 스파이더맨이라고 진단하는데 이 게임을 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빌런과 사건이 피터 스파이더맨 때문에 발생하고, 마일즈 스파이더맨이 수습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런 스토리 때문에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 사고 치고 마일즈가 수습하는 것처럼 보여서 일부 팬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이건 사실 어쩔 수 없습니다. 옆 동네 배트맨만해도 역사가 오래되면서 대부분의 악당들이 브루스 웨인 배트맨과 연관되어있는 것처럼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과 많은 빌런들이 엮여 있는건 어쩔 수 없겠죠. 마일즈 스파이더맨은 이제 막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메인 스토리를 다 클리어하면서 소니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처럼 게임 스파이더맨도 마일즈 모랄레스로의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피터 스파이더맨은 계속 “뉴욕에는 한명의 스파이더맨으로도 충분해”라고 이야기하거나 “나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메인 스토리 마지막에는 스파이더맨을 잠시 은퇴하는 것 같은 모습도 나오죠.
물론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그린 고블린, 노먼 오스본이 다음 작 메인 빌런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해서 다음 작에도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이 될 것 같긴 하지만요. 옆 동네 아캄버스의 배트맨은 세대 교체 못하고 할리퀸한테 공원 벤치에서 맞아 죽은거 생각해보면.. 스파이더맨 쪽은 확실한 후배도 있고 미래가 밝아 보입니다.
오랜만에 해본 슈퍼히어로 게임이었습니다. 최근 마지막에 해본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였으니 꽤 오래되었네요. -_- 개인적으로 슈퍼 히어로 장르 게임을 좋아합니다. 여러 좌충우돌하는 전개가 있는 영화와 달리 게임에서는 슈퍼 히어로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쓰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스파이더맨하면 생각나는 웹스윙으로 건물을 날라다니는 것 말고도 “스파이더 윙 슈트”가 추가되어서 배트맨처럼 글라이더 형태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묘하게 비행하는 모습이 아이언맨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제대로된 아이언맨 비디오 게임도 보고 싶은데 아이언맨은 모바일 게임 외에는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지 않네요.
이번에는 거의 90%는 스팀덱으로 클리어했습니다. 이전에 올렸던 글처럼 게임 데스크탑 성능이 좀 애매해서(분명 권장 사양인데..) 문라이트로 연결해서 스팀덱 해상도 + 최고 옵션으로 플레이했습니다. 네이티브로도 돌아가긴 하는데 그래픽이 좀.. 그리고 1시간 이내로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버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는 어려웠습니다. 스트리밍으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팀덱으로 한시간씩 짬내서 플레이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플레이하니 누워서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AAA 게임은 TV 화면으로 해야 좋은데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후반부 베놈 전은 워낙 현란하다보니 작은 화면으로는 약간 멀미가 나기도 했습니다. 게임 데스크탑 구매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새로 사야하나..하는 생각이 잠깐 들더군요.
스팀 구매 페이지에 장르에 “호러”가 있길래 스파이더맨 게임에 웬 호러? 라고 생각했는데 베놈 때문에 후반부는 장르가 호러로 바뀌긴 합니다. 특히 MJ의 잠입 미션에서 심비오트와 총격전?은 바이오하자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게임이 게임인지라 별로 무섭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쪽에 약한 분들(저 같이)은 주의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재밌는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고 스파이더맨을 좋아하지 않아도 액션 게임으로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세일 기간 아닐 때 사셔도 후회하지 않으실듯 합니다. 다만 사양이 좀 받쳐줘야한다는게 단점이네요.
덧. 요즘 PC 게임의 트렌드(?)처럼 이 게임도 최적화 이슈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작은 최적화가 잘 되었는데 이번 작은 분명 권장사양에 속하는 제 PC로도 문제가 있긴 했거든요. 그래도 이 쪽 분야에서 유명한 <제다이 서바이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래도 옵션을 내리면 프레임이 올라가긴 하거든요.
덧2. 스팀덱으로 플레이 가능 인증을 받은 게임이라 의외로 스팀덱에서도 30 프레임으로 할만한 성능이 나옵니다. 끊김만 생각하면 오히려 데스크탑에서보다 좀 더 쾌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발 단계부터 스팀덱에 최적화했기 때문에 가능한거겠죠. 이래서 사람들이 콘솔 사는가 봅니다.
덧3. 독특하게 빌런인 베놈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구간이 있습니다. 스파이더맨보다는 헐크와 같은 파워가 있어서 시원시원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