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애플빠나 다름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제가 애플 제품을 처음 산 것은 2010년으로 비교적 늦은 편(?)이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아이폰 3gs가 첫 애플 제품인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2010년 맥북 에어 2세대가 처음으로 산 애플 제품이었습니다.
맥북 에어를 처음 샀던 날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정확히 201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취직 문제로 인해 집에서 대판 싸우고 나간 크리스마스 날, 명동 프리스비에서 통장에 남아있던 원고료를 탈탈 털어서 일시불로 충동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맥북에어는 그 이후로 얼마 남지 않았던 제 20대 시절의 좋은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맥북 에어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십장도 넘게 썼고, 그 사이 맥북 에어로 또 다른 책도 썼습니다. 잠깐 일했던 곳에서 맥북 에어로 프로젝트도 했고, 게임도 했으며, 좁아터진 원룸에서 연인과 함께 영화나 예능을 보며 울고 웃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에게 맥북 에어는 노트북이자 데스크탑이었고, 사무실이었으며, 게임기이기도 했죠.
하지만 2018년 이후로 제가 쓴 마지막 맥북인 2013 맥북 에어를 퇴역시킬 때까지 맥북 에어는 도저히 살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이었습니다. 예전의 맥북 에어는 무게, 성능, 가격, 배터리 측면에서 밸런스가 좋은 노트북이었지만 2020년 초까지 맥북 에어는 그 특유의 좋은 밸런스가 온통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2020년 말, 맥북 에어에 애플 자체 실리콘 칩인 M1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맥북 에어는 한방에 다시 예전의 좋은 밸런스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다시 맥북으로 돌아올 때가 된 것이죠. 제가 맥북 에어를 처음 샀던 10년 전의 그 겨울을 떠올리며 2020년 12월 30일, 애플 가로수길에서 M1 맥북 에어를 구매했습니다.
디자인
M1 맥북에어의 디자인은 2018년에 처음 출시되었던 레티나 맥북 에어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색상도, 무게도, 외형도 모두 똑같습니다.
디스플레이는 1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프로모션이나 XDR 등 여러 애플 신기술이 탑재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LCD 디스플레이입니다.
두께와 옆 모습은 맥북 에어의 상징적인 모습 그대로입니다. 여러모로 날렵한 디자인입니다.
사실 맥북 에어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측면에 보이는 저 부분보다 좀 더 불룩하게 나온 가운데 부분입니다. 눈속임이 들어간 디자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날렵해보입니다.
맥북 에어의 키보드는 2020년 모델부터 문제가 많았던 버터플라이식에서 가위식(펜타그래프) 키보드로 바뀌었습니다. M1 맥북 에어도 2020년 초 모델에 탑재된 매직 키보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맥북의 매직 키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반가운 변화입니다.
맥북 에어를 5년만에 사는 저한테는 신선한 변화지만 사실 M1 맥북 에어의 디자인은 2020년 초에 나왔던 인텔 맥북 에어와 거의 똑같습니다. 이번 맥북 에어의 핵심적인 변화는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 M1 칩의 탑재입니다.
M1
M1 칩은 애플이 만든 아이폰, 아이패드용 A 시리즈 프로세서를 맥에 처음으로 탑재하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애플 커뮤니티 뿐 아니라 테크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모두 한번씩은 들어보신 이름일겁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프로세서를 탑재해왔습니다. 이 자체 프로세서들은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압도하는 성능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원래 모바일 프로세서였던 ARM 기반의 프로세서이기 때문에 M1을 탑재한 맥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배터리가 오래가고, 발열이 없으면서 속도는 빠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 노트북은 성능이 빠르면 뜨거우며 무겁고, 가벼운 노트북은 성능이 느리기 마련인데 M1 맥은 이런 노트북의 물리 법칙을 완벽하게 깨버린 셈입니다.
M1이 모바일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제 출시 후 벤치마크 결과 129만원짜리 맥북 에어 기본형이 일부 작업에서는 650만원 짜리 아이맥 프로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능
하지만 벤치마크는 벤치마크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시 체감 성능이겠죠. 벤치마크 수치는 다른 블로그나 유투브에서도 많이 짚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쓰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잠금 해제 속도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잠자기에서 돌아오는 속도였습니다. M1 맥북 에어는 노트북 뚜껑을 닫았다가 다시 열 때 노트북이 제대로 꺼진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잠자기에서 돌아오는 속도가 빠릅니다. 마치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잠금 상태로 두었다가 잠금 해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기존 컴퓨터의 ‘잠자기’와는 사뭇 다른 동작입니다.
그리고 보통 맥 뿐 아니라 일반적인 PC에서는 해상도를 바꾸거나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경우 화면이 ‘깜빡’하고 적용되는데 반해 M1 맥북은 깜빡이는 과정조차 없이 해상도 변경이나 외장 디스플레이 연결이 적용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기존 컴퓨터와는 동작 자체가 다른 느낌이었죠.
앱 실행 속도
이 부분은 무엇보다 직접 보시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실행하는 즉시 팍팍 열리는 앱 속도는 보기만 해도 쾌적합니다. 현재 쓰고 있는 모델은 8기가 기본 모델인데 앱을 많이 열어도 버벅거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래 쓰던 아이맥(2017)은 동시에 사용하는 앱이 두 세개만 넘어가도 힘겨워하는게 보일 정도인데 맥북 에어는 4k 동영상 앱을 틀어놓고 인코딩을 돌리면서 글을 쓰고 있어도 전혀 속도 저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게임 속도
맥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애플은 게임과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맥을 살 때 게임하려고 사시는 분들은 거의 없죠. 하지만 M1 맥북 에어는 게임에서 꽤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팬이 없으니 실행되는 동안 조용하기도 하고 말이죠.
아직은 모든 게임이 인텔 맥에 최적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Rosetta 2를 이용해 에뮬레이션 된 상태로 실행된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애플 아케이드 게임들도 인텔 기반이라 현재 맥에서 제 성능대로 실행될만한 게임은 아직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일부 iOS 게임들이 그나마 네이티브로 실행)
아래 벤치마크에서 모든 게임은 1920 * 1200 해상도로 테스트 진행하였습니다.
Tomb Raider
일단 툼레이더 리부트 오리지널입니다. 툼레이더 오리지널 게임은 ‘높음’ 옵션으로 진행하였고 벤치마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30프레임만 넘어도 할만하기 때문에 꽤 준수한 성능이죠.
Rise of the Tomb Raider
툼레이더 리부트 두번째 작품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입니다. 오리지널 게임은 지금보면 약간 옛날 느낌이 나지만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좀 더 현대적이죠. 옵션은 “높음”으로 진행했고 벤치마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8 프레임 정도면 좀 끊기지만 어느정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이렇게 얇은 노트북에서 실행되는 것이 워낙 비현실적이라 구동 영상도 같이 찍어봤습니다.
Batman : Arkham City
배트맨 : 아캄시티는 조금 오래된 게임이라 그런지 Extreme 옵션으로 돌려도 60 프레임으로 원활하게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벤치마크 결과도 매우 양호하죠.
맥북 에어로 게임을 오랫동안 하다보니 온도가 꽤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맥북 에어는 방열판 외에는 발열을 해결할 수 있는 별도의 팬이 달려있지 않아 오랫동안 게임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좀 뜨거워집니다. 팬이 달려있는 맥북 프로나 맥 미니 같은 경우는 팬으로 열을 컨트롤할 수 있으니 좀 더 게임에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음과 발열
개인적으로 컴퓨터에서 가장 좋아하지 않는 부품은 팬(Fan) 입니다. 물론 팬은 컴퓨터가 좋은 성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부품이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계적인 부품이다보니 잘 망가지기도 하고, 또 팬이 돌아갈 때 나는 특유의 소음이 싫었거든요.
하지만 현재까지 써본 팬이 없는 컴퓨터 중 제대로 쓸만한 컴퓨터는 아이패드 프로 외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통은 느리거나, 발열을 제대로 못 잡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죠.
맥북 에어에도 팬이 없습니다. 기존 맥북 에어에 있던 방열구 자체가 아예 없죠. 그렇다보니 소음 자체가 아예 나지 않습니다. 아이패드처럼 팬 대신 프로세서에 같이 붙어있는 방열판으로 모든 발열을 제어해야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도 팬이 없는 랩탑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속도와 발열을 보여줍니다. 저 같이 주로 글을 쓰는 작업을 한다면 칩 온도는 27도~30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본체를 만져보면 오랫동안 작업을 했음에도 차갑습니다. 그만큼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 등 무거운 작업을 실행할 때 발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Rise of the Tomb Raider 같은 게임을 실행할 경우에는 온도가 8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다만 실제 본체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미지근한 정도이긴 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온도가 올라간 뒤 다시 돌아오는 속도였는데요, 86도까지 치솟은 뒤 게임을 끄자 온도가 빠르게 식었습니다.(약 10분 만에 40도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지금이 한 겨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팬도 없는 노트북으로서는 꽤 인상적인 방열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터리
노트북에서 배터리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특히 맥북 에어 같은 휴대성을 강조한 노트북에서는 무게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죠. 휴대성이 아무리 높아도 외부에서 전원 어댑터를 찾기 위해 돌아다녀야 한다면 휴대성이 높다고 볼 수 없겠죠.
애플이 맥북 에어의 배터리 시간으로 광고하는 시간은 최대 18시간 정도입니다. 바로 직전 모델인 2020 early 맥북 에어가 12시간 정도 지속 된다고 했었으니 프로세서 변경만으로 약 6시간 정도 더 지속되는 셈입니다.
이 결과를 측정하기 위해 일부러 배터리를 소모시키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저한테는 연속 동영상 재생 시간보다는 제 사용 패턴대로 사용했을 때 하루중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했거든요.
제 경우 화면 밝기를 80% 수준으로 놓고 Wifi에 연결된 상태에서 배터리만으로 24시간을 돌려본 결과 웬만큼해서는 배터리가 닳는 것을 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서 작업과 동영상 시청으로 약 10시간 정도 써보니 약 40%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가볍게 사용했을 때 애플이 광고하는 18시간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아래 그래프에서 마지막 부분은 게임을 돌려서 배터리가 급속도로 감소했습니다.)
이 정도 배터리라면 카페 같은 곳에서(물론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 말이죠) 전원선을 찾아서 방황해야할 정도는 확실히 아닌 것 같습니다. 충전하지 않고도 약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충분히 버틸만한 배터리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체감하기에도 아이패드 프로보다는 확실히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Rosetta 2
사실 이번 M1 맥북을 구매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앱의 호환성이었습니다. 애플은 프로세서 기반을 인텔에서 ARM으로 전환하면서 호환성 도구인 Rosetta 2를 선보였는데요, 이 Rosetta 2는 에뮬레이션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동작합니다. 애플의 설명에 의하면 기존 인텔 맥보다 M1 맥에서 더 높은 성능으로 잘 실행된다고 하죠.
물론 여기에는 애플의 트릭이 숨어있습니다. 애플은 직전 버전인 맥OS 카탈리나에서 32비트 앱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면서 맥에서는 64비트 앱만 실행되도록 강제했습니다. 즉 Rosetta 2는 64비트 앱만 안정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면 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건 32비트와 64비트를 모두 챙겨야하는 ARM 윈도우의 상황과는 확실히 다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M1 맥을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Rosetta 2의 공이 큽니다. 개발자가 새로 빌드하지 않아도 기존 맥에서 쓰던 앱들을 동일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너무 완벽하게 실행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지금 Rosetta 2로 에뮬레이션된 앱을 실행하는지, 네이티브 앱을 실행하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로 이 Rosetta 2 덕분에 애플의 인텔 탈출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실현될 것 같습니다.
프로세서 외에 바뀌지 않은 모든 것들
M1 맥북 에어는 여러 매체, 유투브, 블로그 등에서도 올해의 제품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찬사를 받고 있고 저도 앞에서 장점만 늘어놓기는 했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단점의 대부분은 M1 맥북 에어가 프로세서만 바꾸고 모든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의 문제가 그대로 유지된 것들입니다.
M1 맥북 에어의 가장 중요한 단점은 무게입니다. 물론 1.29kg의 무게는 13인치 노트북으로서는 가벼운 편에 속했습니다. 2010년에는 말이죠. 13인치 노트북의 무게가 1kg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는 세상에서 맥북 에어의 무게는 “에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습니다.(사실 맥북 에어의 “에어”는 이제 중저가 브랜드를 통칭하는 이름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M1을 탑재하면서 CPU, 램, GPU가 칩 하나로 통합되었고, 발열 성능이 개선되면서 팬도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맥북에어의 무게는 단 1g도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몇가지 부품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무게를 그대로 유지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디자인도 M1 맥북 에어의 디자인은 2018년에 나온 레티나 맥북 에어 이후로 한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물론 특유의 쐐기형(물방울형) 디자인은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노트북의 디자인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되었죠. 요즘 나오고 있는 13인치 노트북들의 배젤을 보면 화면 하단에 “Macbook Air”라는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맥북 에어의 배젤이 너무 넓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맥북 에어 뿐 아니라 모든 맥북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현재 맥에 적용된 기술들은 애플 제품 전체로 봤을 때 비교적 오래된 기술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해야한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Face ID가 아니라 터치 ID를 쓰고 있는 점,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있지 않은 점 등, 아이패드에는 적용되었지만 아직 맥북에는 적용되지 않은 기술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직은 애매한 iOS 앱 사용
M1 맥북 에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기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iOS앱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아이폰 앱은 현재까진 많지 않습니다. 트위터나 유투브 등은 현재 앱스토어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법(?)으로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사이드로드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적인 루트(앱스토어)로 설치는 대부분의 앱 개발자들이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앱의 M1 맥 설치를 막은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 같습니다. 맥에서 실제로 테스트해본적이 없거나 동작을 안하기 때문에 호환성의 이유로 막아놨을 수도 있고, 대부분 별도의 맥 앱을 팔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막아놓은 경우도 있겠죠.
그래서 만약 맥에서 아이패드 앱의 활용을 기대하고 M1 맥을 구매하신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패드 프로에서 잘 쓰고 있는 Pixelmator Photo를 맥에서 쓸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설치할 수 없었습니다. 맥에는 Pixelmator Pro가 있으니 그걸 사라는 의미겠지요.
하지만 지원되는 앱을 M1에서 실행해본 결과는 꽤 놀라웠습니다. Sky 같은 게임도 (화면비는 안맞지만) 원활하게 실행이 되었고 그동안 맥 앱이 없었던 리디북스 앱도 맥에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게임과 달리 리디북스 같은 앱은 창 크기를 조절해도 이에 맞도록 설정 됩니다.
iOS 계열에서 유명한 동영상 플레이어인 NPlayer도 구동을 확인했는데요, 재밌는 부분은 Finder에서 특정 동영상 파일을 열 때 사용할 앱으로 지정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실행되는 것 뿐 아니라 iOS 앱이 시스템의 꽤 깊숙한 부분까지 통합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iOS에서 사용할 수 있던 사진 보관함 접근, 파일 접근 등 대부분의 API가 맥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단순히 프로세서만 바꾼게 아니라 정말 많은걸 준비했구나 싶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설치 가능한 iOS 앱이 적어서 크게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문제는 결국 시간이 흐르고 테스트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서서히 해결될 것이기에 맥의 앱 생태계를 크게 키울 수 있을 겁니다. 개발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고 아이패드, iOS 앱을 많이 사용하는 맥 사용자에게도 좋은 변화겠죠.
마무리 – “Back to the Mac”
2010년 맥북에어가 발표되었을 당시 애플 이벤트 제목은 “Back to the Mac” 이었습니다. 애플이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서 배웠던 것들을 다시 맥으로 적용한다는 의미가 담긴 제목이었죠. 이번 M1 맥 시리즈에 이르러 애플은 또 한번의 Back to the Mac을 실현한 것 같습니다.
해당 이벤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2010 맥북 에어를 소개하면서 “만약 맥북과 아이패드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2020 M1 맥북 에어는 그 질문에 대한 멋진 답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맥북 에어는 노트북의 물리 법칙을 모두 무시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의 주요 성능을 배터리와 성능, 발열, 무게, 가격의 축으로 나눴을 때 M1 맥북 에어는 모든 축을 가장 균형 있게 만족 시키는 소위 “게임 체인저”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맥북 에어가 “노트북의 미래”였듯, 2020년의 M1 맥북 에어도 다음 10년 동안의 “노트북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물론 M1 맥북 에어는 기존과 동일한 폼팩터에 기존 맥북에어와 동일한 디자인과 기술을 적용했다는 한계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프로세서의 변경만으로도 이 정도를 달성했는데, 애플 자체 프로세서로 가능해진 것들을 이용해 새로운 디자인과 폼팩터의 맥북이 나온다면 과연 어떤 물건이 나오게 될까요?
Face-ID, 1200만 화소 짜리 웹캠, 5G 셀룰러 연결 등 맥북이 아이패드로부터 가져와야할 것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M1이 새로운 폼팩터에 적용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M1은 맥 라인업에서 가장 엔트리 레벨인 맥북 에어, 13인치 맥북 프로, 맥 미니에 적용되었습니다. 즉 전체 라인업에서 저성능 & 휴대성 강조 제품군에 적용되었다는 것이죠. 저성능 라인에서도 이 정도 성능을 보여준다면 과연 아이맥, 맥북 프로 16인치, 맥 프로 등의 제품군에서는 어느정도 성능을 보여줄 것인지 저로서는 아직 상상이 잘 안됩니다.
앞으로의 맥이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M1 맥북 에어를 볼 때 애플의 도전은 희망적인 것 같습니다. M1 맥북 에어는 맥 뿐 아니라 PC 업계 전체에도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중입니다. MS는 ARM 버전 윈도우도 64 비트 인텔 앱에 대한 에뮬레이션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고 자체 ARM 프로세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PC 진영도 이로인해 빠르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겠죠. 다음 10년 동안 어떤 제품들이 또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