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Esther를 클리어하였습니다.(사실 클리어한건 무지 오래전) 근데 사실 클리어라기 보다는 그냥 소설책 한권을 다 봤다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관광 게임으로 불리는 이 게임에 뭔가 깨름칙한 것들이 있습니다. -_-

일단 게임 전체가 마치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 공포 영화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분이 마치 뭔가가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인데.. 이 게임은 뭔가가 나올 것 같은 긴장만 주고 정작 뭐가 나오지는 않는 긴장감을 이어갑니다. 여름밤에 하기 적당하지만 이런류의 긴장감을 결코 즐기지 않는지라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맵을 돌아다니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가령 처음 나오는 아무도 없는 등대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거나, 계단이 마치 누가 올라가는 것처럼 먼지가 떨어지거나.. 어느 동굴로가면 손전등으로 누군가 SOS 신호를 모스 부호로 켜고 있거나..-_-;

가장 결정적인 것은 곳곳에 나타나는 유령입니다. 위 사진을 확대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낭떠러지의 촛불 옆에 분명히 누군가가 있습니다. 막상 저 위치로 가보면 아무도 없지만.. 분명 사람의 형체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발견한 유령은 등대, 침몰한 선박 근처, 그리고 낭떠러지의 저 위치입니다. 유투브 보면 저런 유령이 맵 곳곳에 나오는 것 같더군요.

어쨌든 관광 힐링 게임을 가장한 공포 게임 Dear Esther. 경치의 장관만큼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게임이었습니다만, 독특한 특징만큼은 인정해줄만 합니다. 어디까지가 게임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인가라는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던 작품이었죠.

공포 게임을 못하는 저로서는 낚여서 플레이했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 먹힐만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스포일러 주의)

덧. noclip 치트로 저 유령 근처를 가보니 명백한 여인의 모습이더군요. 화자의 독백을 미루어 봤을 때 분명히 Esther의 환영이나 유령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Esther가 화자를 송신탑 근처로 안내하기 위하여 곳곳에 나타났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