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내일”만 기대되는 클라우드 게임

최근 클라우드 게임이 국내 외 기술 언론에서 화제입니다. 국내는 주로 갤럭시 S20에 탑재된 Xbox 게임패스와 xCloud, 그리고 통신사의 5G 마케팅 때문에 화제고, 해외에서는 앱스토어에 xCloud 및 Stadia가 등록을 거절 당하면서 화제입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이슈처럼 보이지만 둘 다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 화제 속에 사용자들의 목소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클라우드 게임은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출시 되어있지만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서비스는 아직 없습니다. Nvidia의 Geforce Now와 구글의 Stadia가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둘 다 사용자 저변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Nvidia Geforce Now는 국내에서는 특정 통신사 고객만 사용할 수 있고, 구글 Stadia는 북미 고객들만 한정해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곧 출시되는 MS의 xCloud(게임패스에 포함된)도 갤럭시 사용자와 SKT 사용자 중심으로만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국내외 기술 언론 기사에서는 당장이라도 모든 핸드폰에서 콘솔의 AAA 급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왜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고객 군을 한정 지으면서 소극적으로 서비스하는걸까요? 서비스란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록 좋을텐데 말이죠. 이는 클라우드 게임이 갖고 있는 난제들 때문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의 밝은 내일

현재 Google Stadia부터 MS의 xCloud 까지 모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는 시나리오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고품질의 콘솔 게임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긴 합니다. 이동 중에도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닌텐도 게임보이에서부터 내려오던 게이머들의 공동 욕구나 다름 없죠.

특히 엑스박스는 시작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갤럭시와의 제휴를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게임패스와의 제휴를 갤럭시 노트 시리즈 광고에서 사용하고 있죠. 이것만 봐도 xCloud도 첫번째 타겟은 스마트폰입니다. 물론 엑스박스 콘솔이나 PC에서도 이용 가능하긴 하겠지만 아마 당분간 xCloud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는 스마트폰입니다.

사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대부분 스마트폰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통신사, 제조사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이 서로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클라우드 게임에 거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4G(LTE)가 어느정도 안정화되었지만 통신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빠르게 5G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5G의 빠른 네트워크 속도가 빛을 발하는 분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이동 중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하는데는 LTE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5G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부족합니다. 빠른 통신 속도가 필수적으로 뒷받침 되어야하는 클라우드 게임은 5G의 도입의 정당성을 고객에게 설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컨텐츠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삼성 같은)에서도 클라우드 게임은 중요합니다. 현재는 모바일 APU의 성능에서는 어떤 제조사도 애플의 자체 칩셋의 성능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된다면 디바이스의 성능과 게임의 품질은 별로 관련이 없어지겠죠. 애플의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는데 있어 디바이스의 성능이 더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들 입장에서도 통신속도만 받쳐준다면 스마트폰의 성능과 상관없이 고품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자체에 너무 많은 비용을 쏟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폰에게는 배 아픈 일이겠지만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된다면 스마트폰의 성능을 평준화 시키고 단말기 자체의 비용을 낮추는데 어느정도 일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클라우드 게임이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시나리오는 게이머, (애플을 제외한)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의 모든 이해 관계가 맞닿아 있습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게임의 밝은 미래는 관련 업계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미빛으로 보입니다. 현재 여러 광고들에서 보이는 것처럼만 된다면 아마 게임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거대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모든 것들이 클라우드화 되고 있는 세상에서 결국 모든 게임은 클라우드 게임이 궁극적인 진화 형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통신사들과 언론이 말하는 장미빛 전망대로만 될까요? 지금의 수준에서 본다면 전 약간 회의적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쏟아내는 기사들을 살펴보면 ‘통신 속도만 받쳐주면’이라는 이야기가 지나가듯이 언급되는데요, 바로 이 지나가듯 언급하고 있는 문제가 현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들이 안고 있는 한계점입니다.

‘빠른 통신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스마트폰이 사용하고 있는 무선 통신망은 기본적으로 전파인데, 이 전파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항상 이동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이 속도를 빠른 상태로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가듯 언급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을 하려면 5G 수준의 고속 인터넷 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이 5G의 보급률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보급이 많이 되어있다는 한국에서조차 5G 가입자들의 체감은 크게 다릅니다. 전세계 모바일 품질 레포트를 발간하는 영국의 오픈 시그널에 따르면 한국의 5G 가입자들이 실제로 5G를 쓰는 비중은 최대 15.4% 정도라고 합니다. 5G가 현재 전국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5G 가입자라도 대부분은 4G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죠.

5G가 많이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클라우드 게임이 사용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스팀링크와 문라이트(리모트 플레이 앱)를 통해 10분 정도 게임을 테스트해봤을 때 사용했던 데이터양은 400MB(720p 기준) 정도 였습니다. 저 데이터는 4G 기준이라, 5G에서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데이터가 소모될 것입니다. 출퇴근 한시간 동안 매일매일 게임을 한다면 한달에 소모되는 데이터양은 얼마나 될까요? 결국 비싼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라면 클라우드 게임은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LTE에서도 이동 중에 4k 고해상도 동영상을 잘 볼 수 있는데 게임은 왜 반드시 5G 같은 고속 네트워크가 필요한가? 동영상은 정해져있는 영상이 플레이 되기 때문에 남는 네트워크 자원으로 영상을 미리 받아놓는 ‘캐시(Cache)’가 가능합니다. 넷플릭스는 아예 가까운 지역에 ‘로컬 캐시 서버’를 둬서 속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반면 게임은 게이머의 입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동영상처럼 미리 캐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무조건 서버에 입력이 전송되어야하고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출력된 화면을 단말기에 전송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네트워크 자원이 남는다고 미리 받아놓을 수도 없고 네트워크가 안좋을 때 받아놓은 것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 게임은 다른 컨텐츠에 비해 고성능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자원이 필수적입니다.

네트워크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조작 방법의 문제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클라우드 게임은 모두 콘솔 게임입니다. 콘솔 게임은 별도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TV에 나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게 일반적이죠. 즉,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최적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앱들은 터치 스크린의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에 인터페이스를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으로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별도의 컨트롤러를 반드시 연결해야 합니다. 출퇴근길에 가방에서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꺼내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게임하는 상상을 해보시면 어떠신가요? 전 상상만해도 너무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

결국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모두 공통적으로 네트워크와 조작 문제라는 해결하기엔 매우 어려운 이슈들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시간 문제입니다. 언젠가는 5G도 안정화될 것이고, 가격도 현실적으로 내려오겠죠. 컨트롤러 문제도 제조사들이 스위치 같은 이동식 컨트롤러 악세사리들을 만든다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들은 결코 아닙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빛날 수 있는 곳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클라우드 게임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분야는 스마트폰이 아닌 것 같습니다. 5G에 사활을 건 통신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해 관계 때문에 지금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진짜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변화로 다가올 부분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PC와 콘솔입니다.

PC와 콘솔에서는 앞에서 말한 두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Wifi는 5G 속도 수준이거나 그보다 빠릅니다. 유선 연결은 말할 것도 없죠. PC와 콘솔은 보통 이런 안정적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동하면서 쓰는 것도 아니니 환경으로 인한 영향도 적죠. 인터넷은 대부분 정액제를 쓰고 있으니(해외는 다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용량으로 인한 부담도 적습니다. 게다가 이미 대부분의 게임이 PC나 콘솔에 최적화되었으니 조작으로 인한 문제도 적죠.

PC와 콘솔에서 하는 클라우드 게임은 구형 PC나 얇은 휴대용 노트북, 태블릿 혹은 구형 콘솔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정착된다면 거대한 데스크탑이나 고성능 게임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현재 쓰는 PC와 태블릿 등에서 고품질의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클라우드 게임이 잘 정착 된다면 PC의 하드웨어 수명이 늘어나고 폼팩터도 많이 가벼워질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긴장해야하는 건 아이폰이 아니라 거대한 게이밍 데스크탑과 랩탑을만드는 기존 PC 제조사들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제 블로그에서 클라우드 게임 관련 글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클라우드 게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아이패드 프로에서 스팀링크로 게임을 간간히 플레이하고 있어서 게임패스가 앱스토어에도 꼭 출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애플이 끝까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하지만, 모바일에서 실제 게임을 할 때는 얼마나 쓸만할지 아직 조금 회의적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갖고 있는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클라우드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 될만한 서비스였다면 많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사들이 특정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고객 군을 좁혀서 서비스하지 않았겠죠. 게임패스와 xCloud를 밀고 있는 Xbox 조차 고성능의 게임 콘솔 엑스박스 시리즈 X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만약 게임패스와 xCloud가 크게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예측했다면 굳이 고성능의 게임 하드웨어를 만들진 않았을 것입니다. 엑스박스 시리즈 X는 일종의 보험 개념이죠.

현재까지는(그리고 아마 당분간은..) 로컬에서 게임을 실행하는 기존의 콘솔 게임 모델과 애플 아케이드처럼 모바일의 성능을 중시하는 모델이 좀 더 현실적이어 보입니다. 특히 모바일에서는 디바이스 자체의 성능을 높이고 있는 애플 모델이 더 유리해보입니다. 애플 아케이드의 퀄리티가 좀 아쉬운 상태긴 하지만, 애플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보다 더 실용적이어 보입니다.

물론 이 글은 제 근시안 적인 시각으로 풀어본 것이기 때문에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xCloud를 아이폰에서 쓸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 집에 있는 엑스박스 원 S의 수명을 좀 더 늘려줄 수는 있지 않을까하여 개인적으로는 xCloud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xCloud가 Xbox에서 정식 출시되면 그때 다시 사용 후기를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