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별거 없어요

IT 기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스마트홈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실겁니다. 낮이되면 커튼이 열리고 불이 꺼지며 밤이 되면 불이 켜지고 커튼이 닫히는 집안의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로망이 바로 스마트홈이죠.

하지만 스마트홈은 아직까진 대중화되기엔 좀 먼 느낌입니다. 초기엔 애플과 구글 같은 기술 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관련 제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스마트 기능을 지원하는 가구나 가전은 여전히 비쌉니다. 더불어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해킹에 대한 우려도 있죠.

그래서인지 아직까진 상대적으로 가격이 현실적(?)이고 해킹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덜한 스마트 전구가 스마트홈을 시작해보기엔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스마트 전구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환경을 구축해놓은 상태인데요, 아무래도 집안 구성원들이 모두 애플의 노예(?)다보니 애플 홈킷으로 구성하는게 가장 유리하더군요. 이번 글은 제가 이케아 스마트 전구와 애플 홈킷을 이용해 스마트홈을 구성해본 후기를 정리해봤습니다.


필요한 재료들

스마트홈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재료가 필요합니다. 되도록 재료는 현재 사용 중인 기기를 기반으로 구하시는게 좋습니다. 안드로이드를 주로 쓰신다면 구글 홈이 가장 적합하겠죠. 저 같은 경우 애플 디바이스가 거의 대부분이라 애플 홈킷을 지원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 가전들은 대부분 자체 앱만 지원하거나 구글 어시스턴트만 지원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 홈킷까지 지원하는 것을 찾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나마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 이케아의 스마트 전구 시리즈가 홈킷을 지원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1) 스마트 전구

가장 먼저 있어야할 것은 스마트 전구겠죠. 이케아 스마트 전구 시리즈의 이름은 전부 트로드프리(TRÅDFRI)입니다. 같은 이름의 전구라도 규격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두꺼운 소켓은 E26 계열입니다. 하지만 갖고 있는 소켓에 따라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E26인지 E14인지 반드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8/16에 이케아 광명점에 방문했을 때만해도 E26 트로드프리 전구가 68%로 세일하고 있더군요. 뭔가 신제품이 들어오기 전에 세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기존 구형 전구도 쓸만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다량으로 구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 24,900원이었던 때 구매해서 가슴이 아픕니다.

(2) 리모컨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리모컨입니다. 이케아 리모컨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가장 싼 Dimmer(밝기 조절만 가능), 리모컨(전구 색 변경, 밝기 조절 가능), 동작 센서 등이 있습니다.

이 리모컨은 스마트 전구를 연결할 때 페어링하는 역할입니다. 리모컨을 이케아 앱에 등록한 다음, 전구 근처에 페어링 버튼을 눌러주면 자동으로 전구가 게이트웨이에 연결됩니다. 리모컨은 전구를 게이트웨이에 연결해주는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원래 기능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가장 싼게 좋겠죠.

(3) 게이트웨이

필립스의 스마트 전구는 게이트웨이 필요 없이 직접 공유기에 연결되지만 이케아 스마트 전구 시리즈는 게이트웨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구의 개별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모든 전구가 게이트웨이에 연결되어있어야 쓸 수 있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게다가 이케아 게이트웨이가 좀 원시적인데요, Wifi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유선랜으로 연결할 수 밖에 없어 설치의 제약이 있다는게 큰 단점입니다.

(4) 홈 허브 (선택)

마지막으로 선택사항이지만 ‘홈 허브’가 있으면 좋습니다. ‘홈 허브’란 사용자 없이도 집에서 스마트 가전들을 총괄하는 디바이스를 의미합니다. 집 밖에서 가전을 제어하거나, 자동화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홈 허브가 있어야 합니다. 애플 홈 킷에서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기는 세개 밖에 없는데요, 애플 TV, 홈팟 그리고 아이패드입니다. 셋 다 거실에서 사용하는 디바이스들이죠.

셋 다 스마트홈을 위해서 따로 구매하기엔 가격이 다소 높은 것들입니다. 애플 TV와 홈팟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하는 기기는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기존에 안쓰는 아이패드가 그 역할을 하게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 예전에 사용하던 아이패드 미니 4가 홈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홈 구성하기

애플 홈킷과 이케아 스마트 가전 간의 기본적인 연동 구조는 게이트웨이와 홈 킷이 통신하는 구조입니다. 홈 킷은 한번 설정해두면 iCloud로 다른 기기에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하나에서만 진행하면 됩니다.

연결 과정은 어렵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홈 킷은 이케아 홈 스마트 앱과 게이트웨이와 통신하는 구조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즉, 이케아 홈 스마트 앱에서 기기 추가와 연동을 진행해준 다음 마지막에 홈킷 연동을 진행해주면 됩니다. 저도 이 구조가 헷갈려서 한참 고생했는데요, 결론적으로 이케아 홈 스마트 앱에서 설정해주는 과정을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일단 스마트 전구를 추가하려면 이케아 앱을 게이트웨이에 연결한 후 리모컨을 먼저 추가해줘야 합니다. 여기에서 리모컨은 게이트웨이와 스마트 전구를 페어링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마트 전구를 소켓에 연결한 다음 전기 스위치를 켜줍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스마트 전구는 전기가 항상 흐르고 있어야 하므로 전등 스위치는 앞으로는 계속 켜진 상태가 유지되어 있어야합니다.

리모컨을 스마트 전구 근처에 둔 뒤 뒤에 있는 페어링 버튼(배터리 커버를 분리해야 보임)을 누르면 스마트 전구가 2초 정도 깜빡 거리다가 다시 켜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 전구를 게이트웨이에 추가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리모컨은 단지 중개하는 역할일 뿐 스마트 전구를 제어하진 못합니다.

전구들을 모두 추가해주면 그 다음 ‘타사 스마트 제어’로 이동해 Apple Homekit을 설정해주면 설정 과정이 완료됩니다.


홈킷에 연동하면 쓸 수 있는 기능들

일단 홈킷에 연동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으로 집안의 조명을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애플워치의 경우 항상 몸에 착용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조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인류에게 가장 어려운 난제 중 하나인 “누워서 불 끄기”가 가능해지는거죠.

또한 시리를 통한 제어가 가능해집니다. “식탁 등 꺼줘”, “책상 스탠드 50% 밝기로 조정해줘” 같은 명령어로 집안의 조명을 제어할 수 있게 되는거죠. 사실 시리의 한국어 인식 능력의 한계 때문에 수동 조절 기능에 비해서 잘 쓰진 않지만 아이언맨 같은 느낌으로 집을 조정할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괜히 에어팟 한쪽만 끼고 시리로 집안의 가전을 컨트롤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홈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뭐니뭐니해도 자동화입니다. 여러가지 조건을 통해 자동으로 집안의 조명들을 제어할 수 있는데요, 이 작업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홈 허브’가 필요합니다. 홈 허브는 사용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집안의 스마트 가전들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집안에 항상 비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 TV, 홈팟, 아이패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 예전에 쓰던 아이패드 미니를 홈 허브로 쓰고 있는데요, 구글의 네스트 허브 같이 스크린이 달린 스마트 스피커 느낌으로 재 탄생했습니다. 여러모로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해당 목적으로 쓰기엔 여전히 충분하죠. 아이패드를 홈 허브로 쓰려면 설정 > 홈에서 이 iPad를 홈 허브로 사용에 체크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간혹 해당 옵션이 체크되어있어도 홈 허브가 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생을 좀 했는데요, 해당 옵션이 켜져 있어도 홈 허브가 인식이 되지 않는다면 홈 허브로 사용할 아이패드의 설정 앱에서 개인정보보호 > 위치서비스로 이동해 ‘위치서비스’ 옵션을 활성화해주시면 됩니다.

홈 허브가 인식이 되면 ‘홈’ 앱에서 ‘자동화’ 탭이 활성화 됩니다. ‘자동화’ 조건은 몇가지가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 ‘사람들이 도착하거나 떠날 때’ 또는 ‘특정 시간이 되었을 때’ 옵션을 주로 사용합니다. 아이폰의 시리 단축어처럼 좀 더 자동화 조건이 많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예를 들어 밖에 비가 올 때 동작을 지정한다든지) 일단 현재는 해당 조건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최소한 있어야할 것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특정 시간이 되었을 때’ 옵션은 두가지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취침하는 시간인 1시 반 정도가 되면 자동으로 소등하고, 해가 지면(일몰 시간 옵션) 자동으로 집안의 조명들을 켜지도록 설정해놨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 옵션 경우 일몰 시간 데이터를 날씨 앱을 통해 받아오기 때문에 하루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일몰 시간이 자동으로 반영됩니다.

‘사람들이 도착하거나 떠날 때’ 옵션은 기본적으로 GPS 데이터를 사용하는데요, 일단 해당 옵션을 사용하려면 약간의 설정이 필요합니다. “나의 위치 공유” 기능을 통해 내 위치를 파악할 기기를 설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iOS13에서는 이 옵션을 “나의 찾기(Find My)” 앱을 통해 설정할 수 있습니다. “나의 찾기”앱을 실행한 다음 “나” 탭으로 이동하여 “이 iPad(또는 iPhone)을 나의 위치로 사용”을 선택하면 됩니다.

해당 설정을 가족 구성원 모두의 디바이스에서 진행하면 됩니다. 물론 그 전에 모든 가족 구성원이 홈에 등록되어있어야겠죠. 홈 킷 앱을 실행해서 집 아이콘을 클릭하면 홈 설정을 실행할 수 있는데요, 이 화면에서 가족 구성원의 iCloud 계정에 초대를 보내 홈의 가족 구성원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모든 가족 구성원이 아이폰을 지니고 다니므로 각자 아이폰의 위치를 기반으로 집을 떠났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 구성원이 모두 집을 떠날 때는 모든 조명을 소등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집 같은 경우는 현관에 센서등이 따로 없어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집 근처에 도착하면 거실 조명을 자동으로 켜도록 설정해두기도 했습니다.

해당 옵션은 자동화의 조건에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일몰 후 조명이 켜지도록 설정해놨는데, 이 설정이 집에 사람이 없을 때 활성화될 필요는 없겠죠. 구성원이 집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자동화가 실행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홈킷으로 구성한 스마트홈의 아쉬운 점

스마트홈을 이렇게 구성해놓고 쓴지 거의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워낙 애플 기기가 많아서 홈킷으로 연동해놓으면 온갖 기기로 조정이 가능— 심지어 아이맥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은 정말 좋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일단 첫번째로 국내에 이케아 외에는 홈킷이 지원되는 기기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면 구글 홈은 지원하는 기기가 많았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안드로이드인데다가 스마트홈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탓이 크겠죠. 국내에서도 LG나 삼성 스마트 가전이 네트워크를 통한 제어를 지원하지만 홈킷을 지원하지 않아 별도 앱을 통해 제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구축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스마트 가전을 만드는 제조사가 너무 많고 연동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구축 과정이 좀 더 쉬워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 IT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쓸 정도라고 하기엔 과정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소수의 관심있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실정이죠. 애플이 홈킷에서 좀 더 강력한 통제와 통합 환경을 지원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시리 단축어(Shortcut)와 홈킷 자동화가 통합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시리 단축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서 시리로 청소기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단축어가 지원되기 때문에 홈킷 자동화를 통해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ex. 사람들이 다 떠나면 자동으로 청소하기 같은) 홈킷의 자동화 단축어는 아이폰의 단축어와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아예 쓸 수 있는 구성의 범위가 다릅니다.

시리 단축어 화면
홈킷 단축어 화면

물론 단축어는 앱에 한정된 것이므로 홈킷 자동화로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홈 허브(아이패드)에 설치된 앱의 단축어를 사용해 자동 제어가 가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별 앱 입장에서도 홈킷을 지원하는 것보다 시리 단축어 쪽이 훨씬 쉬울 것이므로 홈킷 자동화에서 시리 단축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홈킷의 활용도가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 같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홈킷과 이케아 스마트 전구를 기반으로 스마트홈을 구성해본 후기를 작성해봤습니다. 구성 자체는 돌이켜보면 어렵진 않았지만 처음 구축할 때는 홈킷 관련해서는 문서 조차도 잘 검색이 안되어서 개념 자체에 익숙해지는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구축해놓고 나면 “굳이..?”란 생각이 드는 정도입니다. 구축의 노력이나 추가 비용에 비해 편해지는 부분은 정말 조금 뿐이기 때문입니다.(가령 깜빡하고 불을 안끄고 나갔을 때 자동으로 꺼준다든지..) 하지만 그 조금의 편리함도 충분히 개선될만한 삶의 한 부분이겠죠. 확실히 해놓고 나면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홈킷에 연결할만한 가전이 국내에는 특히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구축을 해놔도 다른 가전들이 호환이 안되어서 결국 구글과 병행하거나 제조사 자체 시스템과 병행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건 아쉬운 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출시된 삼성, LG TV 들은 홈킷을 지원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문제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