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3/9일 이벤트 생각

어제 애플의 키노트가 있었죠. 모두가 알고 있듯 애플워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공개 되었고  12인치 맥북이 새로 공개 되었습니다.

  1. 방송 상태는 매우 좋았습니다. 저번 키노트에서 중국어 더빙 사태와 자주 끊기고 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키노트가 지난번보다 더 관심이 적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끊김 없이 Full HD 해상도의 TV로도 선명하게 잘 볼 수 있었습니다.

  2. 본래 이번 키노트의 주인공은 애플 워치였겠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새로 나온 맥북입니다. 애플 워치는 지난번 키노트에서 외형과 가격 정보가 공개 되었었고,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었습니다.

  3. 키노트마다 빼놓지 않고 잡스 사후의 애플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번만큼은 그 부분은 확실히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잡스 시대의 애플은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이대로 잘 써라”라는 느낌으로 제품을 디자인했다면 팀쿡 시대의 애플은 “이걸로 뭘 해야할지 우리도 잘 모르겠으니까 마음대로 만들어보세요! 도구와 사양은 충분히 갖췄습니다.” 같은 느낌입니다.

iOS8 이후로 ~~킷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자를 위한 도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제품 자체보다 개발자들이 생태계를 만들어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행보인 것 같습니다.

  1. ~~킷 시리즈 중에 헬스킷 후속작(?) 리서치 킷이 새로 발표 되었는데요, 매우 흥미롭습니다. 아이폰으로 간단한 건강 정보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런 데이터를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으로 건강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애플 워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주치의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역으로 건강에 대한 경고나 알림을 아이폰이나 애플 워치로 보낼 수 있죠.

리서치 킷은 의료계에 있어서 기존에 가능하지 않았던 많은 부분들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또한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리서치 킷은 보다 다양한 생태계와 발전을 위해 오픈소스로 공개됩니다.(애플 이벤트에서 오픈 소스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애플은 이 건강 정보를 볼 수 없습니다.”

리서치 킷은 시계에 심박동 센서만 박아 놓고 “건강 기능을 강조했다”라고 말하는 기타 웨어러블 제조사들에게 “건강 기능을 넣으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한다”라고 말하며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1. 소문과 루머의 12인치 레티나 맥북도 발표되었습니다. 기존 맥북 에어 라인으로 등장할거라는 예상을 깨고 “맥북”라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정확히는 애플 워치처럼 “애플 맥북”이라고 부르는게 정확할 겁니다. 당연히 맥북 에어를 대체하는 라인으로 등장해 “에어”라는 이름을 쓸거라고 예상했는데 맥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네요.

12인치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으며 당연히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출시되었습니다. 무게는 2파운드(907g)로서 공기처럼 가볍다는 맥북 에어보다 가볍고 24% 정도 얇습니다. 맥북 에어의 두께 디자인에는 착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진으론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보이진 않지만 실제로 놓고 보명 엄청나게 얇을겁니다.

새로나온 맥북에서도 루머가 거의 들어 맞았습니다. 12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고, 맥북 에어보다 얇은 두께이며, 빛나는 사과가 사라지고, 전원부터 USB까지 대체하는 포트가 한개 뿐이다 등등. 애플의 비밀주의가 예전같지 않다기보단, 관심의 수준이 에전과 비교도 안되기 때문이겠죠. 사실 여러모로 너무 과감한 제품이라 랩탑이란 느낌보다는 키보드 달린 아이패드라는 느낌이 더 듭니다.

  1. 13인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 등의 라인도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프로세서가 바뀌고 맥북 프로에는 압력감지 트랙패드도 탑재되었지만.. 맥북 에어는 프로세서와 썬더볼트만 업데이트 되고 디자인도 그대로 트랙패드도 그대로 디스플레이도 그대로입니다. 아마 이러다 미래에는 애플 맥북으로 대체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2. 기존 맥북 에어와 애플 맥북을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 부분은 생각보다 할 말이 많아져서 쓰다가 별도의 포스팅으로 뺐습니다. 

  3. 하지만 역시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은 애플 워치입니다. 애플 워치는 이벤트 마지막에 발표되었는데요, 사실 예전에 디자인과 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미리 발표된 상태라서 그다지 감흥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새로운게 발표되려나 기대는 했지만 역시 기존의 내용 그대로였습니다.

애플 맥북에 비해 애플 워치는 비판적인 시각이 좀 더 많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제조사와 다를게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플 시계는 디자인도 이쁘고 기능도 많고 디스플레이도 좋아보이지만 활용도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애플도 이걸로 뭘해야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느낌입니다. 아이패드처럼 애플이 나서서 용도를 정해놓기 보다 남부럽지 않은 성능을 지원해줄테니 개발자 생태계에서 뭔가 번뜩이는 것들이 등장하길 바라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스마트 시계로서는 가격으로보나 활용도로보나 페블 타임쪽이 더 좋아보입니다. 페블은 e-ink를 탑재하고 있어서 항상 디스플레이가 켜져있는데 배터리는 7일정도 지속되죠. 게다가 디스플레이도 컬러와 약간의 애니메이션을 지원합니다. 단순 시계가 아니라 웨어러블이라는 점에서 뭔가 새로운 것들이 개발자 생태계에서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네요.(그리고 거기서 나온 산물을 애플은 2세대에 집어넣고 더 싼 가격에 내놓을 겁니다.)

  1. 애플 워치는 가장 싼 모델이 349달러, 비싼 모델은 12,000달러까지 넘어갑니다. 애플 워치처럼 모델이 분화되고 다양한 옵션을 지원하며 가격도 천차만별인 애플 제품도 없는 것 같은데요, 애플은 역시 애플 워치를 전자 제품의 느낌보다 패션 악세사리의 느낌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시계의 모양을 흉내낸 전자 제품”이 아니라 “전자 제품의 기능을 집어넣은 시계”란 느낌입니다.
  2.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애플 워치를 사지 않을 겁니다. 맥북 에어 11인치가 있는 상태에서 애플 맥북을 사게 될 것 같지도 않네요. 애플 워치는 사실 한국에 언제 출시될지도 잘 모르겠군요(…)

총체적인 느낌 : 하드웨어와 디자인의 혁신은 역시 애플이 주도하고 있지만 제품의 활용도 부분에는 개발자 생태계를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 제품들에 비해 목적성이나 용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그만큼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의 생각대로 안되고 망할 수도 있겠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