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치 애플 맥북, 랩탑으로서 과연 어떨까?

갠적으로 소형/휴대성 노트북을 좋아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도 맥북 제품군 중 가장 작은 11인치 맥북 에어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이벤트에서 애플 워치보다는 애플 맥북 쪽이 좀 더 관심이 갑니다. 그러다보니 아래 글에서 쓰다가 글이 무한하게 길어져 버렸네요(..) 애플 맥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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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12인치 애플 맥북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기술적인 요소는 팬이 없다는 것(Fan-less)과 압력 감지 트랙패드(Force Touch Trackpad)입니다. 팬이 없는 노트북이야 예전 아톰 프로세서를 쓴 모델 중에서도 종종 있었습니다. 다만 성능이 너무 형편 없었죠. 이번 인텔 5세대프로세서 라인 중에 Core M 프로세서는 성능을 하스웰 Core 프로세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력은 크게 잡았다고 합니다. 소비 전력이 5w 정도라고 하니.. 이 정도면 발열을 내고 싶어도 낼 에너지도 없습니다. 저전력 프로세서에 더불어 팬도 사라졌으니 소음만 잡은게 아니라 배터리에도 더 유리합니다.

트랙패드에서 압력을 감지하면서 멀티 터치 이후로 애플의 터치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추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약하게 누르는 동작과 세게 누르는 동작을 구분해서 운영체제에서 다른 동작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강하게 누르면 동영상을 빨리 돌리고 약하게 누르면 덜 빠르게 돌리는 식입니다. 이렇게 신기술 요소를 빠르게 도입해서 동작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는 것은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만들기 때문일겁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부분은 로직보드가 기존 맥북 에어 11인치 대비 매우 작아졌다는 것입니다. 내부 설계를 봤을 때 트랙패드 크기만 합니다. 라즈베리 파이보다 작은 크기라고 하니.. 얼마나 엔지니어를 갈아넣어야 가능한 일일까요. 줄어든 로직보드로 절약된 공간은 모두 배터리가 채우고 있습니다.

맥북 라인이 다시 부활하면서 맥북 라인은 에어 < 맥북 < 프로로 라인업 되었지만, 여러가지로 맥북 에어가 상당히 애매해졌습니다. 공기만큼 얇고 가볍다는 네이밍이었는데 애플 맥북이 더 얇고 가볍습니다. – _-;; 에어가 에어 다운 것은 이제 가격 뿐입니다. 애플 맥북은 같은 사양의 맥북 에어보다 약간 더 비쌉니다.(기본형 159만원, 고급형 200만원)

이름은 맥북이지만 휴대성이 극대화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11인치 맥북 에어와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맥북 에어에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인 디스플레이와 두꺼운 배젤은 애플 맥북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검은색 배젤을 탑재하면서 어느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디스플레이 면에서 비교해보자면, 애플 맥북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2302 * 1440으로, 레티나 최적화 모드에서 사용시 기존의 1152 * 720 화면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기존 맥북 에어 11인치가 1366 * 768 이었으니, 레티나 최적화 모드에서 사용한다면 오히려 화면 너비는 기존보다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해상도를 레티나 최적 모드로 사용해야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레티나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 그리고 화면비가 11인치 맥북 에어는 16:9였던데 반해 애플 맥북은 16:10입니다.(13인치 에어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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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부분의 개선도 있었습니다. 맥북 에어의 키보드는 팬타그래프 방식으로 주로 얇은 노트북에서 쓰이는 방식입니다. 애플 맥북은 버터플라이식이라는 키보드를 탑재했다고 하는데요, 데스크탑 키보드에서 사용하는 앰브레인 방식을 응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키캡의 크기 자체도 커져서 키감이 확실히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저는 갠적으로 성능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팬도 없는 노트북이 기존의 성능을 과연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프로세서는 Core M 프로세서가 기존 하스웰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했지만 애플 맥북에 탑재된 CPU는 기존 맥북 에어 11인치(2014)보다 약간 느린 수준이라고 합니다.(태블릿 PC 등에서 주로 사용) 하물며 5세대 Core i5/i7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이번 맥북 에어와 비교한다면 성능 차이가 좀 더 많이 나겠죠. 성능은 오히려 맥북 에어가 애플 맥북과 맥북 프로 사이에 위치해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랩탑으로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역시 과감하게 줄여버린 포트입니다. 기존 맥북 에어에는 USB 포트 두개, MagSafe 전원 단자, 썬더볼트 포트, 3.5 이어폰 등 5개 정도의 포트가 있었는데요, 이번 애플 맥북은 단자가 USB Type C 포트, 3.5 이어폰 단자로 두개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USB Type C 포트 하나가 USB, 전원, 디스플레이 포트 등의 역할을 다 해야합니다. 그래서 99,000원짜리 외부 인터페이스를 확장하는 포트 악세사리도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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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새 맥북 에어를 TV에 연결해놓고 외장하드에 있는 게임을 유선 Xbox 360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요, 이 경우만해도 이어폰 포트를 제외한 모든 인터페이스를 다 사용합니다. 애플 맥북에서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별도의 악세사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즉 그렇게 사용하는 노트북이 아닌겁니다.

이건 기존의 랩탑 경험을 많이 바꿔야할 정도의 과감한 변화입니다. ODD도 없애버리고 USB 포트를 하나만 배치했던 맥북 에어 1세대가 생각 납니다. 외부 인터페이스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미리 내놓은 노트북이었지만, 2010년 2세대에 와서는 오히려 USB 포트가 하나 더 늘었죠. 아무리 악세사리가 지원된다고 해도, USB부터 전원까지 모든걸 하나의 포트로 다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컨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그 모든게 필요하면 맥북 프로를 사라는 뜻?)

전원부터 데이터 전송까지 모든걸 포트 하나로 다하는 아이패드처럼 사용하라는 의도겠지만, 아이패드는 랩탑이 아니죠. 물론 애플이 예견한대로 점점 휴대용 랩탑에 있어서 외부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사라져서 모든 노트북이 저렇게 USB C 포트 하나만 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도 오래가기 때문에 전원도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 생각에 아직은 전원 역할을 하는 포트와 데이터 전송을 하는 포트 이렇게 최소한 두개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터리 부분에서 비교해보자면 이번 애플 맥북의 배터리 시간은 인터넷 연속 사용시 9시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11인치 맥북 에어 또한 2013년 이후로 9시간 정도 지속되는 성능입니다. 배터리 면에서는 거의 동일한 것 같지만 애플 맥북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도 그 정도 수준이라는 점에서 인텔이 얼마나 외계인을 갈아 넣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다만 배터리 충전 부분은 약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원을 MagSafe에서 USB Type C로 대체하면서 어댑터 규격이 45W에서 29W로 바뀌었습니다. 맥북 에어는 완충까지 두시간이면 충분한데(80%까지 충전되는데 1시간 소요) 아마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종합해보면 이번 애플 맥북의 대상은 작고 가벼운 휴대형 컴퓨터가 필요한데 아이패드만으로는 작업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라는 느낌입니다. 맥북 에어가 기존 랩탑을 가볍게 만든 형태라면 애플 맥북은 아이패드를 맥북으로 옮겨온다면?이란 컨셉으로 만들어진 노트북인 것 같습니다. 많은 면에서 기존 랩탑과 다르게 접근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애플의 맥북 라인업은 기존 랩탑 수준의 파워와 확장성이 필요한 사람들 = 맥북 프로, 인터넷과 가벼운 생산성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람들 = 애플 맥북으로 나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갠적으로는 포트 한개는 너무 했다는 느낌입니다. 다음 세대에는 포트 한개를 더 늘이는 식으로 개선 되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아 또 한가지, 이번 모델은 맥북의 상징인 빛나는 사과가 없습니다. 🙁 아예 없앴다면 맥북 프로 라인도 다 같이 없애버릴 것 같은데.. 아마 앞으로 없앨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한계 때문에 없앤 느낌입니다. 이 부분도 맥북 에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키보드 백라이트처럼 다음 세대에 깜짝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헌데 사실 실용적인 부분은 아니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