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레거시

이번 게임패스 요금 인상과 함께(?) 공개된 신규 게임 패스 AAA 급 라인업 중 해리포터 세계관의 게임인 호그와트 미스테리가 포함되어있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구독 종료 되기 전까지는 뽕을 뽑아야겠죠.

호그와트 레거시는 출시 때부터 관심이 가던 게임이긴 했지만 해리포터 세계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구매하긴 꺼려졌던 게임입니다. 삼국지 게임도 삼국지 연의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플레이하면 재미가 많이 반감되는 것처럼 이 게임도 해리포터에 대해 어느정도 알아야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게임패스에 포함된 덕분에 플레이해봤는데 제 생각과 달리 기우였습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에 대해 몰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별로 무리는 없었거든요. 게임의 시점이 해리포터의 시점보다 100년 전이라 영화에서 나오던 등장인물들은 모두 태어나기 전이거나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입니다.(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카메오 성격으로 등장하는 듯) 그래서 세계관을 전혀 모를 경우 그냥 마법 오픈월드 RPG를 플레이 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하면서 개인적으로 <엘더스크롤5 : 스카이림>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오픈월드 RPG이기도 하지만 게임의 배경인 호그와트가 위치한 곳이 스코틀랜드이다보니 자연 경관이나 우중충한 날씨도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스카이림 플레이할 때도 마법사 루트를 타기 위해 초반부터 마법 학교에 입학했으니 전개도 비슷했던 것 같네요.

해리포터 세계관의 스토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법사 학교인 호그와트가 중요하게 나옵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호그와트의 학생이고 이례적으로 5학년으로 전학(편입?) 오는 설정입니다.

입학시 해리포터 소설과 영화에 나왔던 기숙사 배정 모자를 통해 기숙사를 배정 받는데, 몇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고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기숙사를 배정해줍니다. 저는 “레번클로”로 배정되었는데 웬지 Geek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나중에 좀 찾아보니 영화나 소설에서는 가장 비중이 적은 기숙사 중 하나더군요)

초반 기숙사 입학도 그렇고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러 호그스미드에 가는 모습도 그렇고 초반은 호그와트 학생의 생활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엿보였습니다. 아마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이라면 게임으로 구현된 것만해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 같습니다.

잘은 몰라도 호그와트의 재현도는 퀄리티가 좋다

각 과목별로 수업도 들을 수 있는데, 호그와트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도 충실히 구현했습니다.(비록 컷신으로만 넘어가지만)

문제는 이 게임이 구현한 학교 생활은 여기까지라는 겁니다. 이 게임의 대부분은 전투와 퀘스트 수행에 맞춰져 있습니다. “요즘 오픈 월드 게임이 다 그렇지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좀 더 심합니다.

아무리 오픈월드 게임이라지만 퀘스트 수행을 하지 않고 있을 동안은 그냥 학교도 학생들도 세트와 돌아다니는 인형 같습니다. GTA 시리즈나 스카이림 같은 시리즈는 오픈월드에서의 활동 자체가 게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 게임에서 오픈월드는 그냥 퀘스트를 위해 지나다니는 길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예전 니드포스피드 식 오픈월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죠.

예를 들어 GTA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이 쫓아오고, 레드데드리뎀션에서는 현상금 사냥 꾼들이, 스카이림도 마을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살인을 하면 병사들이 쫓아오지만, 이 게임에서는 범행을 할래야할 수 없습니다.

기숙사 통금 시간이 있다고 나오고 레번클로의 기숙사(독수리가 수수께끼를 내는) 규칙도 있지만 그런건 초반에만 이벤트성으로 나오고 아무 소용 없습니다. 주인공은 밤새도록 자유롭게 학교 안팎을 돌아다닙니다.

심지어 위 사진처럼 학교 안을 불바다로 만들어도 건물도 피해가 없고 학생들도 피해가 없습니다. 애초에 학생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해를 가할 수도 없어요.(그런데 학교 안에서 공격 마법을 남발할 수 있다는..)

퀘스트 외에는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어떤 상호 작용도 없고, 수업도 없습니다.(그 대신 교수들이 숙제를 내주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함) 퀘스트를 하지 않을 때에는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며 괴물이나 어둠의 마법사를 죽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임에도 재미없고 죽은 오픈월드를 갖고 있는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아쉬운 점입니다. 심지어 게임으로서 꽤 매력적일 것 같은 퀴뒤치는 안정상의 이유로 금지한다고 못 박고 시작합니다. 그렇다보니 빗자루도 그냥 이동 수단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초반의 여러 전개를 보면 학교나 그 밖의 오픈월드 활동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이 뭔가 개발 과정 중에 잘려나간게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대신 이 게임은 RPG로서 전투에 집중했는데, 확실히 장르처럼 해리포터 세계관의 액션 RPG라고 할 정도로 전투의 비중이 높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의 “주인공”은 호그와트에 입학하자마자 고블린, 트롤, 거미 등 온갖 괴물들을 다 만나고 무찌르고 다닙니다.

문제는 주인공이 5학년 학생이라는건데(…) “금지된 숲”을 산책 다니듯 아무렇지 않게 다니고 “어둠의 마법사”들의 본거지에 지팡이 하나만 들고 쳐들어가 마법으로 다 쓸어버리고, 고블린 기지도 홀홀단신으로 모두 초토화 시키는 등,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차피 학교에서의 생활도 대충 구현했고, 전투의 비중을 이렇게 높여놓을 거였다면 주인공이 해리포터 세계관의 다른 신분의 마법사였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는 조직이라든지)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만 이야기하긴 했지만 퀘스트 중심으로 클리어한다면 꽤 잘만든 게임입니다. 오픈월드는 그냥 레이싱 게임의 오픈월드 같은거다라고 생각하고 퀘스트 중심으로만 플레이한다면 볼거리도 많고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해리포터의 세계를 뛰어난 그래픽으로 실체화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해리포터 월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테마파크 같은걸 생각하고 플레이한다면 매우 좋은 게임입니다. 그냥 학교를 돌아다니며 건물만 감상해도 좋을 정도에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잘 알고 있거나 팬이라면 반드시 플레이해야할 게임일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 게임의 팬이 아니어도 즐기는데 문제는 없지만 확실히 재미는 반감되긴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해리 포터의 팬이 아니라면 할인할 대 구매하시거나 다른 액션 RPG를 플레이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게임패스 구독자라면 그냥 한번쯤 플레이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