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의 일상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짝짝짝)

사실 이번주는 금요일부터 전사 휴무라서 금요일에 대전에 가서 생일 케이크를 사오기로 했습니다. 약간 전통 아닌 전통처럼 생일에는 성심당의 망고 시루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되었거든요. 가는 김에 대전 시립 미술관에서 고흐 전시전도 보고 오기로.

그런데..

되는 일이 없게도 당일 기차가 사고로 인해 오전 기차는 모두 운행 정지 되었습니다(…) 자리를 좀 편하게 가려고 무려 한달 전부터 끊어놨던 건데 그냥 운휴 처리 되었습니다. 뭔가 꼬이기 시작했죠.

당장 가려면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대전 터미널에서 성심당까지 거리가 멀기도 멀거니와, 버스를 타서 어떻게든 간다고 해도, 또 돌아올 때까지 기차가 정상화되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버스를 타고 오는건 별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난 번 속초 때 서울까지 5시간 걸렸던 악몽이..

그래서 그냥 이것도 운명이겠거니 싶어서 망고 시루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케이크는 동네에 좀 유명한 빵집에서 사기로. 여행 가는 기분으로 영등포 역에서 김밥도 샀는데, 그냥 아침으로 김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토요일에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카페에서 이래저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는데 결혼하고부터는 아무래도 그런 시간도 여유도 별로 없었죠.

아주 오랜만에 카페에서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 개인용으로는 맥북 에어를 쓰고 있었지만 사실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기기는 역시 아이패드 프로이므로 그날은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 갔습니다. 매직키보드를 가져가긴 했지만 글을 쓸 목적은 아니었고 넷플릭스 보고 책볼 요량이었습니다.

카페 네트워크가 안좋을 것을 대비해 블랙미러 시즌 7을 다운로드해서 갔습니다. 사실 에피소드 두 개만 더 보면 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일단 시즌 7을 다 보긴 했는데 USS 칼리스터가 너무 실망적이라서 글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분노의 포스팅을 남겼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역시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기기이긴한데 회사 업무용으로도 쓰고 있다보니 자꾸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 거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맥북 에어로 물리적 분리를 해놨지만 가끔 이렇게 써야하는 경우도 있어서 집중 모드를 조만간 아예 다시 설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생일인 오늘은 금요일에 못 샀던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알고보니 동네 근처에 성심당만큼은 아니어도 꽤 유명한 빵집이 있어서 여기에서 케이크를 사기로 했습니다.

어딘가 권태로운 애플워치의 생일 축하

일단 아침으로 마느님이 해주신 미역국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미역국은 한우로 사치를 좀 부려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둘 다 눈이 휘둥그레.

빵집은 어차피 근처라서 여유롭게 갔는데도 이래저래 빵만 사오는데 한시간 좀 넘게 걸렸습니다. 케이크 하나 사러 대전 가는 것보다야 훨씬 가까울텐데도 왜 이렇게 갈 마음이 안드는지.(차라리 대전이었으면 갔을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죠.)

하지만 어떻게든 사왔습니다. 여기도 유명한 빵집이라 케이크가 없거나 줄 서거나 해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금방 사올 수 있었네요.

일단 여기는 집 근처 백화점에 체인점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좀 실망이었거든요. 하지만 본점은 뭔가 좀 다를까 싶어서 기대를 걸어봤습니다. 성심당도 대전역점과 본점의 퀄리티 차이가 좀 있습니다. 웬만하면 본점 가시는걸 추천합니다.

의외로 괜찮아 보이는 케이크

요거트 케이트를 사왔는데 생각보다 매우 맛있었습니다. 예전에 백화점에서 먹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 성심당 포함해서 먹었던 요거트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본점 가야한다니까.

망고시루는 못 먹었지만 조각 케이크로 망고 케이트도 팔길래 사와서 같이 먹었습니다. 대전에는 못 갔지만 그래도 전통을 지켰네요.

어쨌든 올해도 이렇게 생일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이로도 앞 자리가 바뀌어서 기분이 좀 그렇네요.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감사했고 남은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