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게임

제목은 거창하지만 그냥 게임 이야기입니다. 지난번 스탠리 패러블을 하다보니 언제부터 이런 장르를 좋아하게 되었나 생각해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 돌이켜보면 포탈 시리즈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게임을 한동안 안하다가 다시 게임을 하게된건 Braid가 시작이었습니다. 게임이라고 해봐야 카운터스트라이크, 디아블로2 같은 것만 하던 저에게 이런 장르와 세계가 있다는걸 알려준 게임이었죠.

퍼즐 장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지금도 마찬가지) Braid의 기발한 퍼즐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생긴 퍼즐 게임에 대한 관심 덕분에 밸브에서 나온 포탈 시리즈도 큰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포탈은 그 당시 하프라이프랑 카운터스트라이크 구매시 사은품 성격으로 포함되어있어서 처음 접했었는데 공간과 공간을 잇는 포탈로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참신했습니다. 특히 중력이 포탈 사이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퍼즐(빠르게 들어가면, 빠르게 나온다)은 중력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꿨습니다. 살인 인공지능인 GLaDOS와 주인공의 케미(?)도 좋았구요.

다만 아쉬웠던건 게임 자체의 볼륨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만해도 하프라이프2의 보너스 게임 같은 느낌이라 제대로된 풀 패키지 게임이라고 하기엔 부족했죠.

후속작으로 나온 포탈2는 정말 명작이었습니다. 아직도 제 최애 게임 1위는 포탈2거든요.

포탈2는 제가 처음으로 구매한 패키지 게임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게임을 구매하긴 했지만 패키지가 갖춰진 형태의 게임은 아니었고 번들 CD나 용산 가판대에서 팔던 저렴한 쥬얼 CD 같은 것들이었거은요.

포탈2는 제대로 박스와 매뉴얼이 갖춰진 제가 소유한 첫 패키지 게임이었습니다. 함정은 패키지 안에는 CD 같은 물리 매체는 없었고 스팀 CD 키만 있었다는거죠. -_- 물리 매체로 게임을 소유할 운명은 애초에 아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포탈2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퍼즐 테마파크라고 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기발한 퍼즐이 들어있는 선물 세트 같은 게임이었죠. 거기에 더해 1편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더 확장해서 GLaDOS와 휘틀리 같은 여러 코어들, 케이브 존슨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더해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실험실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퍼즐을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길까지 열어놨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출시한 협력 멀티플레이 기능도 좋았습니다. 10년도 넘은 게임이지만 멀티플레이 완성도는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다만 문제는 제 주변에 포탈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없어서 협력 플레이를 거의 못해봤다는거랄까요.

무엇보다 좋아했던건 포탈 시리즈의 Nerd 스러움과 블랙유머 들이었습니다. 포탈2 덕분에 SF를 좋아하고 블랙유머를 좋아한다는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게 되었죠. 좋은 예가 스탠리 패러블이나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시리즈 같은 것들인 것 같습니다.

스팀 통계를 보면 퍼즐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62시간 정도 플레이했다고 나옵니다. -_- 나름 많이 했다고 생각한 아머드코어가 그래봐야 80시간 정도. 회차 플레이 요소도 없는 이 게임을 싱글 플레이 세번정도 클리어했고, 사용자 제작 퍼즐도 많이 풀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한 것치고는 도전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대부분 멀티플레이 쪽 도전 과제들입니다.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 _-;;

생각해보면 포탈2 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저 하프라이프 다운로드 프로그램이었던 스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죠. 생각해보면 그때 포탈2를 안 샀다면 120만원 정도는 더 아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별로 아깝지 않은 소비들이었어요.

이후 이어진 스팀머신 구매, 스팀덱 구매도 포탈2 때문에 이어진 밸브와의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포탈2 하나 때문에 밸브에 쓴돈이 꽤 되네요.

이후 스팀에서 계속 이런저런 게임을 사면서 포탈2 같은 충격(좋은 의미)을 받아보고 싶었지만 그런 게임을 만나는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이후 비슷한 충격을 받았던건 바이오쇼크랑 아캄 시리즈 정도..?)나 우연히 처음 구매한 패키지 게임이 초 명작이었던 거죠. 그래도 포탈2 덕분에 오랜시간 동안 즐겁게 여러가지 게임을 했으니 그걸로 된거겠죠.

그러고보니 4월 19일이 포탈2 출시 14주년이었네요. 밸브가 3을 싫어한다는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새로운 스팀덱 타이틀로 포탈3을 깜짝 발표해줘도 좋을 것 같은데, 너무 무리한 희망이겠죠? -_- 하프라이프3도 안 내놓는 마당에.

이번주는 오랜만에 스팀덱으로 포탈2를 플레이해봐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스팀덱에서 포탈2를 제대로 플레이한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한번 플레이해보고 한번 더 후기 남겨보겠습니다.

덧. 분명히 제가 산 패키지는 물리 매체가 없었는데 찾아보니 포탈 패키지 중엔 DVD 매체가 있는 경우가 있었네요. 난 뭘 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