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사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1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건 애플워치 시리즈 7이 발표되기 한참 전인 2021년 2월에 발표된 통계이니 지금은 아마 1억명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애플워치를 차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워치의 사용자 숫자는 다른 경쟁 스마트워치와 비교해봤을 때도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인데요, 다른 경쟁 스마트워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만 애플워치는 오직 아이폰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아이폰 사용 인구를 봤을 때 이 수치는 10%에 달한다고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손목 웨어러블 디바이스, 즉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밴드 시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입니다. 애플 뿐 아니라 삼성, 핏빗, 가민 등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도 늘었죠. 이중엔 가격도 싸고 디자인도 좋은 스마트워치도 많이 있습니다. 근데 사람들은 왜 유독 애플워치를 사용하는걸까요?
“애플워치 왜 써요?”
아무래도 저도 애플 제품을 많이 갖고 있다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애플워치가 대체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말이죠.
이 질문은 상당히 난감한 질문인데, 사실 저도 애플워치를 쓰면서도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좋은 점이 무엇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워치의 주요 용도는 시간 확인, 알림 확인, 건강 추적 기능 정도로 많이 쓰는데, 애플워치도 사용하는 용도는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만원짜리 스마트워치도 가능한걸 굳이 애플워치를 통해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이거든요. 제가 예전에 썼던 페블 같은 경우도 기능은 애플워치와 똑같았는데 가격은 절반 정도였고 심지어 배터리는 훨씬 오래 갔습니다.
이렇듯 스펙만으로 봤을 때 애플워치는 살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많이들 물어보시는 거기도 하겠죠. 저도 같은 이유로 애플워치 1세대를 샀다가 환불하고 페블로 넘어갔었던거구요. 하지만 애플워치를 쓰다가 페블을 다시 쓰다보니 알게되었습니다. 애플워치의 진정한 가치는 스펙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걸 말이죠.
애플워치가 특별한 이유
일단 애플워치가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진동 기능이 주는 경험에 있습니다. 진동 기능이 특별해봐야 얼마나 특별하겠냐 싶어도, 애플워치를 써보면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워치에 없는 진동 감각이 있습니다.
사실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워치는 ‘진동’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애플워치의 탭틱 엔진은 “웅~”하는 진동보다는 “톡톡”하고 손목을 건드리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이런 진동은 여러 앱에서 커스텀이 가능해서 진동만으로도 메시지가 왔는지, 단순히 알림이 왔는지를 구분하는게 가능합니다.
또 다양하게 커스텀할 수 있는 워치페이스도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애플워치의 워치 페이스는 여전히 서드파티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워치페이스의 활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애플워치의 워치페이스는 오히려 종류가 퍼스트파티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극한의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편이 오히려 개인화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페블에서 저는 주로 마리오 워치 페이스나 시간이 플립으로 넘어가는 재미있는 그래픽을 사용한 워치페이스를 사용했었는데 솔직히 실용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워치페이스들이었습니다. 좀 더 워치페이스에 정보가 많이 표시되길 원해도 서드파티 워치 페이스는 제 입 맛에 맞는 화면을 구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작자가 워치페이스에 미리 기능을 넣어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하지만 애플워치의 워치페이스는 적어도 시계 화면마다 한개 이상의 컴플리케이션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모듈러 워치 페이스의 경우에는 총 8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워치페이스에 추가할 수 있죠. 서드파티 개발자가 추가해주지 않아도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대로 손쉽게 시계 화면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플워치를 쓰다가 다른 스마트워치를 썼을 때 가장 체감했던 부분은 의외로 서드파티 앱의 존재였습니다. 물론 애플워치에 설치되는 앱은 아이폰의 앱스토어 규모와 비교해 현저하게 적습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의 스마트워치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안드로이드, 타이젠, 핏빗 할 것 없이 서드파티 앱 생태계가 부족한 편입니다.
애플워치에는 애플워치의 기본 기능을 보조하는 훌륭한 앱들이 많습니다. 달리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Nike Run Club이나 수면 측정과 스마트 알람 기능을 제공하는 Auto sleep, 수분 기록을 측정하고 물을 주기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Waterminder 와 같은 앱들이 있죠.
애플워치의 마지막 장점은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계 밴드는 이렇게 생긴 스프링바를 이용해 교체를 하는데 많은 스마트워치는 아날로그 시계 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구조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스프링바를 사용하는 구조의 밴드들은 교체하기가 어렵습니다. 갤럭시워치처럼 이 스프링바에 손잡이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아날로그 시계에서 하는 것과 동일한 “줄질”을 통해 교체해야하는데 장비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에 비해 애플워치는 독자적인 규격이긴 해도 줄 교체하기가 훨씬 편리합니다. 게다가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밴드가 모든 애플워치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밴드 매우 다양한 편이죠. 스프링바를 사용하는 다른 애플워치 밴드는 줄 교체를 매일 하기가 부담스럽지만, 애플워치는 매일 아침마다 다른 밴드를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밴드 교체가 쉬운 편입니다.
덕분에 애플워치 전용 밴드의 종류도 많은 편이구요.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기기”
하지만 그럼에도 꼭 애플워치를 써야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워치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제품군 모두가 스마트폰처럼 필수품은 아닙니다. 그저 스마트워치를 쓰게 되면 삶의 작지만 큰 부분들이 편해질 뿐이죠.
스마트워치는 항상 옆에서 티나지 않게 건강을 체크하고 있고 하루의 운동량을 체크해서 일정한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나도록 잔소리도 합니다. 사용자가 올바른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죠.
또 스마트폰 자체를 덜 보게 되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워치 자체로도 기본적인 알림이나 메시지, 전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일이 많지 않아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스마트폰이 점점 무거워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스마트폰의 손상이 발생할 확률을 낮춰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애플워치가 진짜 특별한 점은 다른 스마트워치도 다 할 수 있는 이러한 작업들을 앱스토어의 다양한 앱과 여러 애플 디바이스 간의 유기적인 연동을 통해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으로 전달한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이폰부터 맥북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적으로 만드는 애플만이 가능한 일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애플워치도 아이패드 같은 다른 애플 제품들을 닮아 있습니다. 필수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번 구매하면 없어서는 안되는 기기가 된다는 점이죠. 전 그래서 애플워치는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기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