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에서 LibreOffice 사용하기 : 앱스토어 버전 vs 공식 버전 비교

예전에는 새로운 맥을 구매하거나 맥OS를 재설치할 때마다 반드시 설치하던 앱 중에 LibreOffice라는 앱이 있었습니다. 오피스 스위트가 중요하던 시절에 사용할 수 있던 유일한 무료 오피스 스위트로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이죠.

LibreOffice는 예전에 무료 오피스로 유명했던 오픈오피스에서 포크된 프로젝트인데, 현재는 이쪽이 본가입니다.(오픈오피스는 오라클 산하에 거의 이름만 남아 있습니다.) 공개 표준 문서 포맷인 odf 포맷를 편집할 수 있는 공식 오피스 프로그램이죠.

그런데 제가 일하는 IT 업계에서는 예전보다 오피스 스위트의 중요성이 덜해진지 오래이긴 합니다. 제 맥북에는 LibreOffice는 물론이고 MS 오피스도 설치되어있지 않습니다. 이미 많이들 Notion이나 Gsuite 같은 협업 툴로 넘어간지 오래죠.

게다가 맥에서는 iWork 시리즈(Pages, Keynote, Numbers)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문서 작업에서는 안정성도 뛰어나고 인터페이스도 좋기 때문에 저도 iWorks를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Numbers 빼고) iWorks 시리즈는 예쁜 문서를 만들기엔 MS 오피스보다 좋죠.

하지만 그럼에도 LibreOffice에는 몇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대다수의 윈도우 유저, 특히 오래전인 오피스 2003부터 오피스 스위트를 쓰던 사람들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라서 사용하기에 iWorks 같은 것들보다 더 편합니다.

또한 정부 공식 표준 문서 형식인 odf 문서를 가장 공식적으로 다룰 수 있는 오피스 스위트이기도 합니다. odf를 관리하는 오픈 도큐먼트 재단이 배포하는 오피스 스위트가 LibreOffice이기 때문이죠. 물론 odf가 정부 표준 문서 형식이라고 해도 아직 현실에서는 hwp를 공식 문서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요.

또 iWorks에 비해 MS 오피스 문서와의 호환성도 뛰어납니다. MS 오피스의 문서 형식도 odf처럼 xml 형식으로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odf와 호환성이 높습니다.

현재 맥에서 LibreOffice는 맥 앱스토어 버전과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버전 두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오랜만에 LibreOffice 생각이 난 김에 두 버전을 각각 설치해보고 차이점을 살펴봤습니다.


LibreOffice Vanilla(앱스토어 버전)

현재 맥 앱스토어에는 LibreOffice Vanilla라는 이름으로 LibreOffice가 올라와 있습니다. 사실 이 버전은 도큐먼트 재단에서 직접 앱스토어에 올린게 아니라 Collabora Productivity라는 회사에서 올린 버전입니다. 도큐먼트 재단에 따르면 Collabora Productivity는 파트너로서 맥 앱스토어에 LibreOffice를 올리고 그 수익금을 도큐먼트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맥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LibreOffice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Universal 앱이라는 것이죠. 즉 M1 프로세서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Collabora에서 LibreOffice의 소스를 이용해 ARM 환경에서 컴파일을 해 올린 버전입니다. 그 덕분에 맥 앱스토어 버전의 LibreOffice는 M1에서 속도가 빠르고 훨씬 안정적입니다. Rosetta 2를 거쳐 실행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력 성능에서도 우수하겠죠.

또한 앱스토어를 통해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설치와 삭제가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LibreOffice는 아직도 자동 버전 업데이트가 안되어서 새버전을 받으려면 새 버전을 받아서 다시 설치해야만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앱스토어 버전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죠.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요, 일단 맥 앱스토어에 있는 버전은 상대적으로 구버전입니다. 공식 버전보다 훨씬 느린 주기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최신 버전 유지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단점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의 LibreOffice 최신/안정 버전은 7.2.2 버전이지만, 앱스토어 버전은 7.2.0.4 입니다.

정식 빌드가 아니기 때문에 LibreOffice에서 제공하는 한글 패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앱스토어 버전은 앱스토어 정책에 따라 샌드박스를 지켜야하는데, 이 때문에 추가 패치도 설치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대신 여러 언어를 내장하고 있지만 한글은 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결국 한글 쓸 수 없음..)

또 무료 오피스로 유명한 LibreOffice를 유료로 구매해야한다는 것도 심리적 장벽이죠. 초기에 LibreOffice 앱스토어 버전이 올라왔을 때는 무료였지만 현재는 11,000원에 등록되어있습니다. 원래는 무료로 올라와서 도큐먼트 재단에 기부하는 링크를 갖고 있었지만 이것도 앱스토어 정책에 따라 삭제되었고, 현재는 앱스토어 등록 비용 + 도큐먼트 재단에 기부하는 명목으로 유료앱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LibreOffice 공식 버전

공식 버전은 LibreOffice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공식 바이너리를 의미합니다. LibreOffice는 OS 별로 다운로드와 언어팩을 제공하고 있고, 미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Torrent 링크도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미러는 카이스트에서 서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식 버전의 가장 큰 장점은 버전 업데이트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죠. 안정 버전이 가장 빨리 업데이트 될 뿐 아니라 가장 믿을 만한 루트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원래 그랬듯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한글 패치를 이용해 한글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우분투 로컬팀에서 잠깐 활동했을 때 OpenOffice 와 LibreOffice 로컬 작업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이 앱을 한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공식 버전은 한글로 쓸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이 있죠.

다만 공식 버전의 단점은 아직 M1 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인텔 맥으로만 컴파일 되어 제공되고 있어서 실행시 Rosetta 2를 거쳐야 합니다. 그 때문에 로딩 시간도 앱스토어 버전에 비해 두배 정도 소요되고 상대적으로 굼뜬 느낌이 듭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자동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최신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야한다는 의미죠. 이 부분은 상당히 귀찮습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LibreOffice의 앱스토어 버전과 공식 배포 버전을 간단하게 비교해봤습니다.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버전이 나은 것인지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M1 맥에서는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장점이 있는 앱스토어 버전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또 최신 버전의 업데이트도 앱스토어를 통해 자동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귀찮은 부분이 많이 없습니다. 다만 무료 오피스를 아무리 기부 명목이라도 11,000원으로 구매를 해야한다는 점이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공식 버전은 무료 버전이고 한글 인터페이스를 쓸 수 있으며 가장 빠르게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동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고 있고 인텔 바이너리만 제공한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앱스토어 버전이 좀 더 맥에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어서 11,000원의 비용이 든다고 해도 LibreOffice를 본격적으로 쓰려는 사용자라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도큐먼트 재단에 어느정도 기부도 할 수 있으니까요.

LibreOffice, 파이어폭스 등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세상에서 여전히 자유를 지키고 일반 사용자에게 주도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자유 소프트웨어 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