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에 사용하는 컴퓨터는 소비 목적의 컴퓨터보다 우월한가?

맥북에어와 아이패드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검색하는 글을 보면 항상 이 카테고리가 등장한다. “아이패드는 소비용 컴퓨터, 맥북에어는 생산용 컴퓨터” 대부분 이렇게 분류하는 사람들의 뉘앙스는 대부분 “아이패드는 비싼 장난감"이라는 의도이고 "소비용 컴퓨터는 생산용 컴퓨터보다 우월하다"에 집중되어있다.

그러면 아이패드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아이패드도 생산 목적에 쓸 수 있다"라고 변호하고 "아이패드를 생산 목적에 쓰는 사람을 못 봤다"라고 공격 당하고 키보드 배틀이 일어난다. 보통 논란이 있는 아이패드 리뷰 글의 패턴은 항상 이렇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아이패드를 공격하는 사람들이나 아이패드를 변호하는 사람들이나 "생산용 컴퓨터는 소비용 컴퓨터보다 우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 우월 관계가 성립되어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컴퓨터를 생산적인 목적에 사용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비적인 목적으로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한다. 직장 외의 곳에서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인터넷, 게임, 동영상. 이 세가지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이건 컴퓨터라고 부를 수 있는 기계(스마트폰 포함)를 가진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분명 컴퓨터의 주 목적 중 하나가 소비적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소비 목적에 더 적합한 컴퓨터를 "비싼 장난감"이라든지 "쓸데없이 비싼 물건"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TV를 생산하기 위해서 살까? 스포츠카를 생산적인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태블릿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의 컴퓨팅에 더 적합한 컴퓨터에 불과한 것이다. 소비용 컴퓨터라고 우월하지 못한게 아니라 다른 용도에 적합한 것 뿐이다.

다만 문제는 아이패드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사는 사용자들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패드에 대해 휘황찬란하게 광고를 하고 있는 애플의 탓도 조금 있는 것 같다. 컴퓨터로 인터넷, 게임, 동영상을 보던 우리가 아이패드를 산다고 갑자기 뛰어난 화가가 되거나 로봇 공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아이패드를 컴퓨터와 동일하게 사용한다. 다만 소비적인 목적에 치우쳤을 뿐이다.

컴퓨터를 갖고 노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컴퓨터는 일하는데만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라면 태블릿이 적합하지 않다. 아이패드가 핫한 제품이긴 하지만 그런 트렌드에 강요당할 필요는 없다. 아이패드를 정말 사고 싶더라도 이 기계가 가진 한계를 명확하게 파악한다면 수십만원짜리 아이패드가 장농에 쳐박히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덧. 더불어 남이하는 소비에 대해 과소비니 허세니 이런 평가를 함부로 내리지는 말자. 맥북에 윈도를 깔아쓰는 사람은 허세기가 있어서 맥북을 산게 아니라 맥북의 디자인 가치가 그만한 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쓰는 사람이다. 태블릿을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것에 쓴다고 허세나 과소비라고 매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태블릿은 일하는데만 써야 하는가? 스티브 잡스도 소파에서 아이패드를 소개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