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Steam 생태계를 ARM 환경으로 이식하려는 움직임

밸브가 이번에 새로운 하드웨어 시리즈를 발표했을 때 가장 주목 받은 제품은 거치형 콘솔인 스팀머신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미래를 예견한 제품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스팀 프레임”입니다.

스팀의 ARM 미래를 예견했던 “스팀 프레임”

스팀 프레임은 일단 하드웨어적으로는 그냥 가상 현실 헤드셋이지만 자체적으로 SteamOS를 실행합니다. 스팀 프레임이 스냅 드래곤 프로세서를 실행하는 ARM 기반의 컴퓨터라는걸 생각하면 여기에서 자체적인 SteamOS가 실행된다는 꽤 의미심장한 부분이죠.

스팀 프레임은 스트리밍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게임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스팀 프레임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게임들은 밸브의 “스팀덱 인증”처럼 “스팀 프레임 인증”을 받습니다. 다시 말해 스팀 플랫폼에서도 이제 ARM 게임들이 나온다는 이야기죠. 전 스팀 프레임에서 다른 것보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더군요.

스팀 프레임에 이어 게임까지 ARM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스팀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주에 the Verge에서 밸브 개발팀과 인터뷰를 공개했는데, 앞으로 스팀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하나 있습니다.

윈도우 게임을 Arm으로 가져오는 작업의 설계자, 밸브

이미 스팀은 SteamOS를 통해 윈도우 게임을 리눅스로 가져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스팀에 올라와있는 모든 게임들은 Proton이라는 호환성 계층을 통해 스팀덱에서도 무리 없이 실행됩니다. 밸브는 최초의 스팀머신이 망한 직후 이 작업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해왔죠.

the Verge와 했던 인터뷰를 보면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스팀에 있는 윈도우 게임들을 ARM 기반의 하드웨어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같습니다. Proton에 이어 Fex라는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x86 기반의 게임을 ARM 하드웨어에서 성능 손실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밸브는 이 작업도 Proton처럼 거의 10년 동안 해왔다고 합니다.

ARM 프로세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맥북 등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를 통칭합니다. 기존 PC 프로세서에 비해 전성비가 뛰어난 편이죠. 스팀 프레임에 적용된 ARM 기반의 SteamOS, 그리고 윈도우 게임을 ARM 환경에서도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호환성 프로젝트. 이 두 개는 결국 스팀 생태계가 점점 ARM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밸브가 스팀을 ARM으로 옮기려는 이유

사실 밸브의 이런 움직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두가지를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더 널리 보급된 컴퓨터인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ARM은 전세계의 어떤 컴퓨터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쓰인 아키텍처죠. 게다가 맥북에도 동일한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성능과 배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런 전환은 반드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을 겁니다.

또 하나는 스팀덱의 존재인데, 밸브가 내놓은 하드웨어 중 가장 성공한 스팀덱은 이미 성능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밸브도 프로세서에서 더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한 새로운 스팀덱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팀덱이 ARM 기반의 프로세서로 전환한다면 확실히 획기적인 변화가 될 수 있겠죠.

스팀이 ARM으로 옮겨 가는 것의 의의

스팀 생태계가 ARM으로 이주하는 것에는 몇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일단 게임 포팅이라는게 점점 무의미한 일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행위를 포팅이라고 하는데, SteamOS에서는 대부분의 윈도우 게임이 포팅 작업 없이 그대로 실행됩니다. 만약 밸브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ARM 환경에서도 별다른 포팅 없이 모든 스팀 게임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여러 환경에 각자 다른 개발을 해야하는 개발자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고전 게임의 호환성 유지와 보존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원래 게임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다른 소프트웨어와 달리 한번 배포되고 패치가 끊기면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하지만 Proton 처럼 스팀의 모든 게임이 호환성 레이어를 통해 모든 환경에서 실행될 수 있다면 고전 게임들도 어떤 환경에서든 잘 실행되어 더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과 사용자 입장에서 모두 윈윈이라는건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장치에서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서 좋고, 스팀이라는 플랫폼을 더 많은 환경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밸브 입장에서도 이득이겠죠.

당장 ‘스팀폰’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밸브가 스팀을 ARM으로 이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많은 매체는 스팀을 이제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거나, 나아가 “스팀폰”이 나오는거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부정적인데, 당장 밸브가 스마트폰 생태계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그래도 거긴 레드오션이고 이미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라는 독점 시장이 잘 형성되어있거든요. 아주 나중이라면 모를까 굳이 밸브가 뛰어들만한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그보다는 당장 기대해볼 수 있는건 새로운 스팀덱일겁니다. ARM 기반의 스팀덱을 통해 전성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새로운 핸드헬드 게임기를 기대해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이 가장 기대가 됩니다. 배터리가 10시간 가는 스팀덱..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