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새로운 스팀머신 등 새로운 하드웨어 발표

오늘 새벽 밸브에서 새로운 스팀 하드웨어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스팀덱이 나름대로(?) 성공한 이후로 밸브도 하드웨어 제조에 자신이 붙은 건지 무려 세개나 발표되었습니다.

스팀 머신

10년 전에 나왔던 스팀머신을 직구까지해서 구매했던 사람으로써 가장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건 새로운 스팀머신입니다.

스팀머신은 휴대용 게임기 포지션인 스팀덱과 달리 거치형 콘솔 게임기에 가까운 PC입니다. 스팀덱처럼 SteamOS를 실행하는데, 스팀덱의 6배의 게이밍 성능을 갖고 있고 웬만한 게임을 4k 60hz 성능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약간 모텔 냉장고(?) 같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작은 것 같습니다. 가로 세로 크기 16cm인 정육면체로 M4 맥 미니보다 4cm 정도 큰 소형 폼팩터의 PC입니다.

거실에서 TV 옆에 놓고 쓰는 기기라서 크기가 중요한데 이 정도 크기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 스팀머신은 좀 더 작고 납작했는데, 아무래도 요즘 부품들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렇게 방열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갖추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본체 전면의 패널은 마그네틱을 지원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악세사리 장사로 쏠쏠할 것 같은데 밸브는 공식적으로 전면 패널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3D 프린터 도면을 공개해 원하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하겠다고 합니다.(이것도 밸브 답네요) 아무래도 서드파티에서 출시되는 패널을 기다려봐야겠죠?

스팀 머신은 스위치나 PS5 같은 게임기가 아닙니다. 그냥 그 자체로 리눅스가 실행되는 PC죠. 스팀머신은 그 자체로 성능이 준수한 리눅스 데스크탑이라서 위 사진처럼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런 부분은 스팀머신을 사기 위한 유력한 핑계가 되겠죠?

개인적으로 하드웨어 적인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전원이 내장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런 소형 폼팩터의 PC의 경우 부피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어댑터(흔히 Power Brick;벽돌이라고 부르는)가 따로 달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스팀머신은 이 전원부가 내장되어있습니다. 거실에 거치하는 기기에 별도의 어댑터가 없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죠.

가장 중요한 성능은 AMD 커스텀 CPU, GPU를 사용하는데 CPU는 30w 급, GPU는 110w 급 입니다. 일단 사용자들이 추리한 가장 비슷한 부품으로는 CPU는 라이젠 5 7500 F, GPU는 RX7400의 오버클럭한 버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좀 아쉬운건 GPU의 VRAM이 8기가 밖에 안된다는 건데, 요즘에는 VRAM 권장 사양이 16기가 정도는 되는걸 생각해보면 약간은 아쉬운 구성입니다. 업스케일 없이 날 성능으로 실행할 때의 성능을 생각해보면 1080p 정도에 최적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 같습니다.

사양으로 봤을 때 게이밍 데스크탑 관점에서는 좀 아쉽지만 소형 폼팩터 PC로서는 준수한 게이밍 성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건은 가격인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건 없지만 theVerge에 의하면 최대한 비슷한 부품으로 조립을 하면 800 달러 정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아마 실제 출시 가격은 799 ~ 899 달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현재 환율 기준 117만원)

소형 PC로는 매력적이지만 성능이 약간 부족해서 결국 중요한건 가격일 것 같습니다. 스팀덱이야 휴대용 게임기로서 나름대로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지만, 거치형 콘솔과 데스크탑 사이에 있는 스팀머신은 경쟁자가 너무 많죠. 117만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스팀덱이 성공한걸 보면 예전 스팀머신처럼 망하진 않겠죠.

스팀 컨트롤러

이번에 2세대 스팀 컨트롤러도 출시되었습니다. 왕년의 스팀 컨트롤러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정상적인(?)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컨트롤러의 구성을 보면 스팀덱에거 디스플레이를 빼고 줄인 것 같은 모양새를 갖고 있습니다. 양쪽에는 아날로그 스틱보다 훨씬 큰 터치패드 영역이 있는데, 밸브는 아무래도 컨트롤러에서 터치패드를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컨트롤러 사양은 스팀덱과 거의 비슷한데, 자이로를 지원하고 고정밀 진동 모터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스틱과 그립에 정전식 터치를 지원하는데, 이 터치를 이용해서 모션 제어를 켜고 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립에 있는 터치 센서를 길게 눌렀다가 떼면 된다는데 오동작이 없을지 궁금하네요.

스팀 컨트롤러는 스팀덱, 스팀머신 뿐 아니라 스팀을 실행하는 모든 하드웨어에서 호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윈도우, 맥, 리눅스,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도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팀머신에서는 스팀 컨트롤러와 연결되는 전용 무선 규격을 따로 출시했습니다. 엑박 패드를 PC에 전용 커넥터로 연결하는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독자 규격이다보니 반응성에서 블루투스보다 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팀 프레임

이번에 발표한 스팀 하드웨어 라인업의 마지막 제품은 “스팀 프레임”입니다.

스팀 프레임은 디자인만 봐도 알 수 있듯 VR 헤드셋입니다. 스팀 머신, 스팀덱 뿐 아니라 스팀을 실행하는 모든 컴퓨터에서 스팀 Remote Play 기능을 통해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본체 무게는 185g이지만 스트랩, 얼굴 인터페이스 등을 합치면 440g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비전 프로보다는 훨씬 가벼운 무게네요.

눈에 띄는건 스팀 프레임 자체가 PC의 일종이라는 점인데, 밸브에서도 이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스팀머신의 악세사리가 아니라 독립된 별도의 기기라는 것이죠.

스팀 프레임은 4nm 공저의 Snapdragon 8 Gen 3 CPU를 탑재하고 있고, 16기가 램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내부 저장 공간도 256기가 또는 1TB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스팀OS가 실행되는데, 스팀으로부터 “스팀 프레임 인증”을 받은 게임들은 스팀 프레임 자체에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Snapdragon이 ARM64 아키텍처이니 스팀 프레임 인증을 받은 게임들도 ARM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게임들일 것으로 보이는데, 미래에는 ARM 기반의 스팀 게임도 많이 출시될런지 기대됩니다.

또한 스팀에서 또 한번 공식 VR 기기가 나왔으니 출시 시점에 하프라이프 : Alyx 의 후속작도 나올 수 있을지도 관건이겠죠. 뭔가 밸브에서 뭔가 게임이 하나 더 나올 때가 되기도 했고요.

마무리

원래 하드웨어 제조를 직접 실행하기를 꺼리던 밸브였지만 스팀덱의 성공 이후로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밸브의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스팀과 SteamOS의 보급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기기들은 레퍼런스 기기의 역할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머로는 이미 레노보 등의 제조사와 또 다른 형태의 스팀머신의 제조를 위한 논의도 들어갔다고 하니 앞으로 스팀 하드웨어의 방향은 게임 콘솔 같은 독점 하드웨어보다는 스팀을 실행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위에 소개한 하드웨어 모두 한국에서도 Komodo를 통해 판매될 예정입니다. 실제 출시는 2026년 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스팀머신을 구매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RTX 3070 기반의 게임 데스크탑과 스팀덱이 있는 마당이라 말이죠. 그냥 거실에서 스팀덱 연결해서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하는게 나을지.. 거실에 따로 콘솔형 PC를 놓는게 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