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에 윈도우 깔아 쓰는 사람

그게 바로 저에요(?)

예전만해도 맥에 윈도우를 설치해서 쓰는 것에 대해서 비난의 여론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도 한창 맥 처음 쓰던 시절만해도 개인의 자유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탐탁치 않게 여겼던 시절이 있었죠. 애플 실리콘 시절로 오면서 그것도 추억이 되었습니다만..

얼마 전부터 발생한 커널 패닉 이슈로 결국 아이맥에 윈도우를 설치했습니다. 그동안 AI와 함께 진단로그를 통해 나온 결과를 분석해가면서 여러가지를 시도했지만 결론은 맥OS Ventura의 드라이버 버그 또는 하드웨어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진짜 드라이버 문제가 맞는건지 알아보려면 결국 운영체제를 바꾸는 수 밖에 없었죠.(맥OS는 드라이버가 운영체제랑 같이 가다보니) Big Sur 같이 이전 버전 운영체제로 다운그레이드 하느냐, 아니면 윈도우로 가느냐하는 선택지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예전 버전 맥OS로 가는건 보안적인 이유나 최신 기술 호환 측면에서 별로 좋을 것 같진 않아서 윈도우로 가기로 했고, 윈도우를 설치하자마자 윈도우 11로 업데이트 + AMD의 최신 부트캠프용 드라이버를 받아서 업데이트 했습니다.

참고로 최신 부트캠프용 드라이버는 윈도우용 AMD 통합 드라이버와 별도로 배포되고 있습니다.(링크 참고) 보니까 최신 업데이트가 2025년 8월이네요. Ventura 보다는 그래도 최신 드라이버를 쓰고 있으니 적어도 드라이버 버그로 인한 문제는 없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보는 중입니다.

일단 윈도우 설치 후 동일한 증상은 안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 윈도우에서 동일 증상이 있다면 절전모드에서 돌아올 때 BSOD가 나타났을텐데 설치 후 이틀 째인 지금까지 그런 증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윈도우를 설치하자마자 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를 설치했지만, 이 컴퓨터의 용도가 거실 컴퓨터 + OTT 용이다보니 아이맥 4k에서 파이어폭스로 4k 영상을 재생할 수는 없었습니다. 엣지 브라우저에서 겨우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한 컴퓨터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쓰다보니 미묘하게 색감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는데 윈도우 쪽의 색감이 맥보다 좀 더 쨍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좋게 보면 좀 더 생동감 있는 느낌이고 나쁘게 보면 눈이 약간 아픈(…) 그런 색감 차이였습니다. 이건 그래픽 드라이버의 차이 때문인지 두 운영체제의 기본 컬러 세팅 값의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윈도우로 오고 나서 당연하게도 집에 있는 다른 애플 기기들과의 연계성은 끊어졌습니다. 원하면 iCloud 등을 설치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거실 컴퓨터라 그냥 OTT 용으로 가볍게 쓰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Airplay 스피커는 가끔 쓸 일이 있어서 윈도우용 음악 앱(애플 뮤직 앱)을 설치했습니다. 앱 내에서만큼은 Airplay 출력이 잘 되네요. 윈도우용 사파리가 아직도 나오고 있었다면 사파리에서 재생되는 영상도 Airplay로 미러링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윈도우 설치 하고 이런저런 세팅도 해주니 좀 깔끔해졌습니다. 새로 설치한 운영체제라 그런거겠지만 어쩐지 속도도 맥 쓸 때보다 약간 빨라진 느낌도 드네요.

어쨌든 이렇게 저희 집 2017 아이맥은 윈도우 11로 수명을 한차례 더 연장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컴퓨터는 웬만해서는 퇴역하지 못합니다.(그래서 집에 ‘컴퓨터’만 7대) 제조사의 공식 업데이트는 끝났지만 이렇게 타사 운영체제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게 어찌보면 아이러니하네요.

덧.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드웨어 문제라면 이렇게 잘 동작하다가 언제든지 블루스크린이 뜰 수 있으니까요. 혹시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덧2. 사실 2017 아이맥을 퇴역시키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 때문이 큽니다. 2017 아이맥도 예전 아이맥처럼 타겟 디스플레이 모드(아이맥을 모니터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를 지원했다면 아마 진작에 모니터로 쓰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