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 산타가 맥북 에어를 주고 가셨습니다. 정말 힘들게 구한 맥북이었다며-_- 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많은 명동에서 사람들 속에 파고들어 장장 한시간을 기다려서야 샀고(카드 때문에) 집까지 오는 동안 버스가 동파하는 바람에 1시간 거리를 두시간이 걸려서야 왔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참 전 노트북 살 때마다 이렇게 힘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통장 잔액과 함께 사라지셨지요.
맥북 에어는 “온전히 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노트북입니다. 첫번째는 P1510이었죠. P1510 구매 때도, 약속시간에 늦어서 여자친구님께 구박 받고, 날씨는 악천후로 인해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상태에서 카드로는 구입이 안된다는 용팔이님 덕분에 은행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던 악몽 같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허나 노트북 구매에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 무게에 중점을 두는 저에게 p1510은 성능 이상의 활약을 해주었습니다. 윈도의 굴레를 벗어나 우분투의 세계로 인도해준 노트북이기도 했지요. 성능도(그 당시로서는) 웬만큼 나와주었고, 990g이라는 극강의 휴대성과 타블렛 PC 1세대라는 타이틀 덕에 들고다니면 주변에서 노트북의 모델명과 가격을 물어오곤 했습니다.(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막 사고 난 다음 이런 질문을 받을 때의 기분, 아실 분들은 다 아실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넷북이 나오면서 ‘아주 투박하게 생긴 넷북의 일종’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었지만요ㅠㅠ
2006년부터 지금까지 p1510은 제 노트북이었고, 데스크탑이었습니다. 메인이나 서브 상관 없이 전천후로 활약해주었죠. 덕분에 부품 노후화로 수리비용만 본체 값과 맞먹는 돈이 들어갔습니다만.. 정말 만족하고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젠 액정 백라이트가 점점 침침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저 사진에 백라이트는 최대 값입니다..)
p1510의 액정 노후화로 아버지께서 쓰시다가 잠시 빌려주신 Xnote X300(씽크패드 아닙니다)을 잠깐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노트북은 제가 아버지께 추천드린 것으로, 제가 만약 그때 노트북을 바꿔야했다면 질렀을 기종입니다. CPU는 아톰을 쓰고, 그래픽 카드는 gma500을 쓰지만 그래도 p1510 정도의 성능만 나와준다면 상관 없을거라 생각했죠. CPU도 2.0Ghz였고, SSD를 쓴다는 점이 끌려서 사양에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게다가 LG에서도 울트라씬이라고 광고하는만큼(CPU는 아톰이지만…) 두께도 혁신적으로 얇은 모델이었습니다. p1510과 이렇게 놓고 있으면 기술의 발전이 느껴지죠.(지금도 X300은 종종 LG에서 만든 맥북 에어의 대항마로 묘사되곤 합니다-_-)
그러나 문제는 아톰의 성능을 제가 너무 간과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아톰과 펜티엄 모바일의 속도를 비교해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비 전력은 아톰이 훨씬 낮지만, 성능에서 차이는 너무 심했습니다. 클럭은 더 높아도, L2캐시에서 아톰과 펜티엄 모바일이 네배 이상의 차이를 내다보니 성능은 똑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p1510의 체감 성능이 더 빠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GPU였죠. 3D가속 뿐 아니라 2D 가속에 있어서도 절망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GMA500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GPU의존도가 높은 우분투의 경우 더 심했습니다. 스크롤이 끊기는건 당연한 수준이고, 360p 유투브 동영상조차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전 노트북에 있어서 성능보다는 무게를, 성능보다 디자인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지만, 아톰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적어도 새 노트북을 산다면 성능을 완전히 간과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예 x300 이후 애초부터 넷북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더불어 전 주변에 노트북 추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노트북 중 휴대성과 성능을 다 고루 갖춘 계열은 울트라씬이라는 녀석들이더군요. 자연스레 전 울트라 씬이라는 녀석들에게 관심이 가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울트라씬이란 녀석들은 전부 x300보다 빠른데 두껍거나, 아니면 똑같거나(소니 바이오 X)였습니다. 성능과 휴대성을 갖춘 녀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건 좀 극단적일 정도로 휴대성을 중시하는 제 성향과도 관계가 있겠습니다만..-_-그러다가 이번에 새로나온 맥북 에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맥북 에어에 거는 기대치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확장성도 나쁘고 맥OSX라는 녀석을 돌리기에 맥북 에어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게다가 그 무게..! 대체 어디가 ‘Air’인지 알 수 없는 그 무게는-_- 맥북이 그럼 그렇지 뭐..라는 생각을 갖게 했었죠.
그렇지만 이번에 나온 맥북 에어 4세대는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의 미래”라고 칭할 정도로 정말 놀라운 물건이었습니다. 이제야 진정 Air스러워진 무게도 그렇지만 코어2듀오에 Nvidia GPU(온보드이긴 하지만)를 꾸겨놓고도 가능한 저 두께! 이게 바로 진정한 울트라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름신이 내려 앉은 것도 이때였죠. 기본적으로 애플을 싫어하는 애플까이지만, 이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맥북 에어는 정말 극단적으로 얇습니다. 심지어 노트북 패키지도 얇죠.-_- 그 두께는 과장을 조금 더 보태자면 공책 한권과 맞멎는 부피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510과 비교를 해보자면..-_- 하판 두께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우리의 “대항마” x300과 비교해도 얇습니다. Shame on you! LG! 라고 잡스가 놀려대는 것 같은 두께 차이입니다. 그러나 에어는 모든 부분의 두께가 같지 않은 기울어진 디자인입니다. 따라서 가장 두꺼운 부분도 비교하는게 정확하죠.(개인적으로는 에어의 기울어진 디자인보다, X300의 모든 두께가 다 동일한 플랫한 디자인이 더 좋습니다.)
에어의 가장 두꺼운 부분(뒷면)과 x300의 뒷면 비교입니다. 비슷해보이지만 에어 쪽이 좀 더 얇습니다. x300은 팬이 없지만, 에어는 팬이 있음에도 두께가 저렇다는걸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에어는 팬이 있지만, 평소에는 거의 돌지 않습니다. 저는 구멍하나 없는 뒷판과 팬소리가 없어서 에어에 팬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_- 그런데 어제 이불 위에서 스팀으로 포탈을 하다보니 돌기는 하더군요=_=
맥북에어에 포함된 GPU는 Nvidia에서 만든 Geforce 320M입니다. 비록 외장 Vram이 아니라 Onboard 메모리를 공유하는 그래픽 카드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8600GT 급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군요.(Vram 도 없으면서 설마 그럴까 싶습니다만-_-) 윈도에 비해 GPU 의존도가 높은 맥OS인지라 저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분투에서도 별다른 설정 없이 그 성능을 다 발휘해줍니다.(진리의 Nvidia!)덕분에 포탈은 매우 잘돌아가네요^^ 코어2듀오에 64기가 고급형 SSD, 2G 램..
이정도면 성능에서 저에겐 차고 넘칠 정도입니다.(물론 이 정도 성능도 부족하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아톰에다 GMA500, 1G램에 64기가 보급형 SSD를 갖고 있던 x300이 맥북 에어보다 더 비쌌던 것을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언론에서 맥북 에어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x300과 비교할 부분은 성능 뿐 아니라 한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애플의 제품에 흐르는 사용자 중심의 철학입니다. x300 뿐 아니라 많은 가벼운 노트북에서 이런 현상을 겪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바로 뚜껑을 열면 하판이 딸려오는 현상이죠. 이건 무게가 너무 가벼운 노트북들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근데 x300 같은 경우는 상판과 하판의 두께도 똑같고 무게도 비슷해서 하판의 무게가 지나치게 가볍고 힌지는 강력하게 되어있죠. 따라서 노트북을 열려면 손으로 아래 위를 잡고 조개까듯 벌려줘야합니다-_-
반면 에어는 이렇게 한손으로 뚜껑을 열어도 하판이 딸려오지 않습니다. 상판의 무게에 비해 하판의 무게가 무겁고, 힌지의 강도도 적절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트북 가운데 부분에 파여있는 홈은 상판을 쉽게 잡아 들어올릴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도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애플의 철학. 그래서 사람들이 애플빠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 고려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맥OSX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맥OS를 켜면 외계어(?)나 다름 없는 BIOS 메시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끌 때도 마찬가지지요. 또한 뚜껑을 덮으면 들어가는 대기모드 전환이 빨라서, 마치 아이패드를 쓰는 느낌으로 부팅 없이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몇몇 매체 및 애플 팬보이 층에선 이것이 맥북 에어의 고유 기능인 것처럼 말하곤 하는데 일반 노트북의 절전모드와 같습니다. 다만 그 전환이 빠를 뿐이지요.) 물론 부팅 시간도 15초 정도 밖에 안걸리긴 하더군요^^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맥OSX를 써보는 것 또한 저에겐 또다른 즐거움입니다. 맥OS는 우리나라에선 맥북의 단점(..)으로 지적될만큼 많은 사용자들이 윈도로 갈아엎는 추세지만-_- 우분투도 잘 썼던 저이기에 맥OS가 불편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부분이 우분투와 비슷해서(사실 우분투쪽에서 많이 참고한 것입니다만..)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맥OS의 Spaces 기능은 우분투의 가상 데스크탑에 비해 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 그 부분에서 약간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설정이라는 것자체가 별로 없는 맥OS의 편의성이라고할지.. 커스터마이징 제한이라고 할지..=_= 우분투를 쓰던 입장에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갑갑했습니다.
또 윈도 이상으로 멀티 부팅에 배타적인 점도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의 최종목적은 어차피 에어에 우분투를 깔아쓰는 만행(?)이기에, 여러가지 시도해봤지만 CD롬(슈퍼드라이브?)도 없는 에어에서 USB로 우분투를 설치한다는 것은 정말 매우 힘들더군요ㅠㅠ 결국 refit와 grub2의 도움으로 USB 부팅에 성공했지만, 아래 같은 화면에서 설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건 우분투의 오픈소스 드라이버인 nouveau가 에어의 그래픽 카드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버그를 해결하려면 부팅 옵션에 nomodset을 주면 된다는 군요. 물론 nvidia 독점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이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선랜 포트도 없는데다 무선랜 드라이버조차 독점 드라이버라서-_- 그래픽 드라이버를 설치하려면 먼저 무선 드라이버를 설치해야합니다. 다행히 패키지로 제공되고 있어서 쉽게 무선랜 드라이버와 그래픽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에 성공은 하였으나 현재는 우분투를 날리고 다시 맥OSX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든 다시 리눅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으니까 말이죠^^ 기왕 산 맥북이니 맥OS에서 잘 놀다가 언제든 지겨워지면 우분투로 넘어가야겠습니다^^결국 제 에어의 최종적인 모습은 아래처럼 되겠네요^^
어쨌든 간만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즐거워하는 중입니다^^ 물론 준 사람도 저지만(…)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고 이렇게 즐거웠던적이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오랜만에 기기를 개봉하는 벅찬 느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헉 그러보고니 개봉기는..)덧. 조만간 맥북에 우분투를 설치하는 방법을 올려볼 생각입니다. 사실 USB 부팅 아니면 크게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맥북도 결국 인텔 CPU를 사용하는 컴퓨터라는 것이지요. 다만 먼저 시도해보실 분들을 위해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리눅스를 부팅할 때는 부트캠프보다
refilt
가 더 좋다는 것입니다+_+
덧2. 개봉기는 못올렸지만, 개봉샷은 뒤늦게 올려봅니다^^
덧3. 맥북에어의 무게가 단점이 되는 부분이 하나 있군요. 바로 맥북에 있는 마그넷 세이프 어댑터입니다. 본래 이 어댑터의 목적은 자석으로 코드를 만들어 만약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어댑터 선에 발이 걸렸을 때 쉽게 떨어지도록 하여 본체가 어댑터 선에 딸려서 떨어지는 비극을 막기 위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맥북 에어 11인치의 무게는 너무 가벼워서 줄을 당기면 자석이 떨어지지 않고 본체가 딸려오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