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OSX을 사용하면서 현재까지 느낀 점


맥북에어를 사고 난뒤 맥OSX를 써보고 있는 중입니다. 한 때 맥OS를 써보고 싶어서 상사병(?)을 앓았던 때와 비교하자면 정작 맥북에어를 사서 진짜 맥OS를 쓰게된 지금은 그저 그런 느낌입니다. 맥OSX을 써보고 싶었던 때는 수시로 다운되는 불안정적이고 촌스럽고 못생긴 윈도(정확히는 XP)를 벗어나고 싶었던 느낌 뿐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발목을 잡으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성격이라(…) 맥OSX의 안정성과 디자인적인 미려함은 저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우분투를 쓰게 되었고, 이러한 선망은 어느정도 떨칠 수 있었습니다. 우분투의 안정성과 화려하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는 분명 맥OSX 이상이었죠. 물론 여전히 디자인적으로 맥OSX에 비해 미려함이 떨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우분투도 10.04를 이후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분투를 오래 쓴 지금은 맥OSX를 바라보는 심정은 선망의 감정만은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을 우분투와 비교하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_=a그러한 관점에서 맥OSX에 대한 현재까지의 인상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관점에서 쓰는 글인지라 상당 부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은 달게 받겠습니다^^1. 맨 처음 맥OSX을 부팅하는 순간 느꼈던 것은 이게 컴퓨터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그냥 핸드폰을 켜듯, 아이패드를 켜듯 맥OS의 모든 과정은 하드웨어와 잘 연결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매일 보면서도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하는 BIOS 메시지 대신 부팅할 때 사과 마크를 띄우고 부팅합니다. 부팅이 완료되면 페이드인/아웃이 되면서 OS 화면이 뜨게되지요. 이 과정에서 콘솔 메시지 같은 것은 단 한줄도 출력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컴퓨터’라는 것에대한 공포심을 없앨 수 있는 역할을 하겠지요. 저는 이 점은 정말 높게 쳐주고 싶었습니다.2. 맥OS는 상당히 쉽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될까?” 싶은 부분이 그대로 가능합니다. 그건 그만큼 직관적이라는 의미겠지요. 어플리케이션의 설치도 아이콘을 어플리케이션 폴더에 던져놓는 것으로 끝나고, 삭제 또한 이 아이콘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조그마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도 인스톨러를 거치는 윈도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었습니다.3. 반대로 “이정도는 되겠지.” 하는 부분이 안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맥OS는 쉬운만큼 설정이라는게 별로 없습니다. 설정이란게 있긴 해도 리눅스를 쓰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설정들” 뿐이지요. 물론 초보 유저들에겐 그런 고급 설정 같은 것은 필요 없겠지요. 그러나 윈도에서 이것저것 입맛대로 바꾸기 좋아하시는 분들께 맥OSX의 설정은 정말 아쉬울 것 같습니다. 리눅스 유저 입장에서라면 감옥에 갇힌 것 같은 갑갑함마저 느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4. 맥OSX의 한글 환경은 가히 최악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리눅스의 한글 환경도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었으나, 은광희님의 은글꼴 작업과 최환진님의 입력기(나비, libhangul) 작업으로 리눅스의 한글 환경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애플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증오하는 애플 고딕 같은 글꼴이 있지요.우분투의 기본 글꼴 은돋움과 맥OSX의 기본글꼴 애플고딕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은돋움 쪽이 훨씬 낫습니다. 그 일례로 은돋움에는 굵은 글꼴이 따로 있으나 애플고딕에는 굵은 글꼴이 따로 없습니다. 굵은 글꼴이 따로 없어서 맥OSX에서 굵은 글씨를 표현할 때 글씨를 여러개 겹치는 형태로 표현합니다. 이 방법은 가독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반면 은돋움은 굵은 글꼴을 깔끔하게 표현해주지요. 애플 같은 기업이 왜 이런 글꼴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다고 기본 글꼴도 못 바꾸게 하면서 말이죠.


애플고딕의 굵은 글꼴(사파리) : 영문글꼴은 굵은 글꼴이 따로 있습니다.

은돋움의 굵은 글꼴(파이어폭스)

또 한가지는 안티앨리어싱의 차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윈도의 클리어타입 같은 것보다 맥이나 리눅스의 안티앨리어싱 방식이 더 좋습니다. 그렇지만 맥의 안티앨리어싱은 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안티앨리어싱이 지나치면 한글 같은 문자에서는 뿌연 느낌을 주게되지요. 마치 우분투 8.04를 쓰는 느낌입니다. 우분투의 폰트는 세세한 부분까지 설정이 가능하고, 또한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글꼴 설정을 기여해준 덕분에 현재는 최고의 가독성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렇지만 맥OS는 안티앨리어싱 관련한 설정조차 없습니다.(이 부분을 바꿔볼까 싶어서 맥OSX 폰트 안티앨리어싱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제 블로그가 나오더군요..)


OSX에서 은돋움(파이어폭스)

우분투에서 은돋움(파이어폭스)

또한 기본으로 제공하는 입력기는 그저 그랬습니다. 맥에는 한/영키가 따로 없기 때문에 한글 전환은 Command + Space로 가능합니다. 이 방법이 더 불편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사용자의 익숙함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자 입력은 정말 못봐주겠더군요-_- Command + 엔터로 한자 입력을 하고 있자니 속이 갑갑해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른쪽 Command 키를 한영 전환에 이용하고 싶었으나 무조건 키 조합 외에는 단축키 설정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이 부분은 바람 입력기를 설치하면서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 입력기는 나비 입력기처럼 libhangul에 기초하고 있고, 두벌식에서도 모아치기가 가능합니다. 전체적으로 나비 입력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5. 전 계속 맥OSX를 쓰면서 갑갑함을 느꼈었는데요, 그건 설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의 갑갑함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갑갑함이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맥OSX의 가상 데스크탑인 Spaces 때문이었습니다. 우분투에서 가상 데스크탑 네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업하다가 맥의 Spaces를 쓰려고하니 죽을맛이더군요=_= 기본적으로 가상 데스크탑은 리눅스 쪽의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Spaces는 확실히 좀 갑갑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개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이온을 보니 아이패드 식으로 발전해나가는 것 같더군요(…)6. 맥에서 현재도 이해할 수 없는 인터페이스 중 하나는 프로그램을 그냥 x를 눌러서 종료하면 Dock에 얼마간 남아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맥에는 Tray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프로그램은 이해가 되지만,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데 남아있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파이어폭스) 물론 나중에 다시 실행할 때 빨리 실행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_= 한창 작업하다가 Dock을 보면 프로그램들이 계속 남아 시스템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습니다=_= 아이폰4의 멀티태스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 여전히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맥에 Tray가 따로 없다고 했었는데요, 이 부분은 우분투의 발전 방향과도 상당히 일치합니다. 우분투도 현재 Tray를 없애고 indicator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지요. 이건 확실히 맥OSX와 비슷한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우분투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맥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맥OSX를 쓰다보니 알 것 같더군요. 최종적으로 우분투의 모습은 어쩌면 맥OSX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Unity부터 심지어 모노 아이콘 마저도)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맥OS의 안좋은 면까지 닮으려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긴 합니다.7. 맥OS를 쓰다보니 우분투의 우수성(?)을 알 것 같더군요. 우분투를 오래쓰다보니 제가 이용하는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OS를 초월하는 것들이 많습니다.(파이어폭스, MPlayer, Dropbox, 오픈오피스, 김프 등) 따라서 제 작업환경은 우분투나 윈도나 맥OS나 구애 받지 않고 똑같이 구성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비용조차도 들지 않지요^^ 맥OSX에서도 기존의 파일이나 어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더군요.어떤 분은 이걸 보시고 “그런 킬러앱이 없다는게 리눅스가 영영 허접한 점”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분명 이건 리눅스의 우수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눅스로 옮기고 나서 PDF와 PNG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hwp 같은 것을 안쓰고 ODF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euc-kr이 아니라 utf-8을 쓰게 되었다는 것도. OS를 초월하는 작업 환경에 익숙해진다는 것. 이건 분명 리눅스의 장점이라고 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덧. 이에 덧붙여 Humble Indie Bundle의 게임들도 리눅스, 맥, 윈도를 모두 지원하는 게임들인지라 맥OSX로 오고나서도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크로스 플랫폼은 매우 좋은 것입니다^^덧2. 트랙패드의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맥에서 트랙패는 정말 엄청나게 편합니다. 이것 때문에 에어를 우분투로 깔아쓰는 계획을 고민해볼 정도입니다.(우분투에서도 멀티터치 기능 몇가지는 되지만 맥OS만큼은..) 노트북 터치패드가 이렇게 편리한 물건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중입니다. 한 손가락은 호버링, 두손가락은 스크롤, 세손가락은 브라우저에서 이전 페이지로 가기, 네손가락은 Expose와 바탕화면 보기 전환 & 작업 전환.. 대부분의 작업이 키보드로 손 안가고 마우스만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점은 분명 장점인 것 같습니다^^덧3. 위에 제 글은 맥OS에 일체의 돈을 들이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맥OSX의 iWork나 MS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은 오픈오피스와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좋습니다. 특히 키노트와 임프레스의 차이는…ㅠㅠ 맥에서 임프레스는 3D 전환 효과 같은 것도 되지 않아서 더 아쉬운 부분입니다ㅠㅠ 맥OS는 확실히 돈만 있으면 제가 현재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겠더군요ㅠㅠ 허나 테마 바꾸는 프로그램도 돈, 아이콘 바꾸는 프로그램도 돈이라는 점은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키노트는 또 우분투에서는 안돌아가니까요^^덧4. 흑흑 더이상 만질 것이 없군요ㅠㅠ 글꼴이나 바꿔볼까 싶은데 은돋움이나 애플고딕이나 느낌이 비슷해서 일단은 가만히 두고 있습니다ㅠㅠ

덧5. 우분투를 쓰다가 맥OSX를 쓰니 제일 귀찮은게 프로그램 찾아다니는거네요-_-;; 이건 맥 앱스토어가 나오면 좀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