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사용자가 애플 생태계에서 2년간 살아본 이야기 글.

전 리눅스 사용자입니다. 2006년부터 우분투를 노트북에 설치해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집 데스크탑에는 우분투 12.10이 깔려있습니다.(조만간 12.04로 엎어버릴 예정이지만..) 우분투를 처음 설치하게 된 계기는 자주가던 노트북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소개된 Beryl 동영상을 보고 난 후였죠. 사양을 뛰어넘는 애니메이션 효과와 푸딩처럼 흐물거리는 창들, 빠르게 작업 환경을 넘나드는 큐브 효과 등.. 사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에 매료되어 설치한 측면이 컸습니다.Beryl부터 Compiz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시각 효과들을 세팅해오면서 서서히 리눅스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무리 컴퓨터를 험한 곳에 굴려도(?)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컴퓨팅 경험은 항상 바이러스와 수많은 에러들과 싸워오던 저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파이어폭스나 오픈오피스, 김프 같은 뛰어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눈에 띄었죠. 그리고 우분투, Compiz, 파이어폭스 모두 오픈소스라는 사상적인 운동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에 매료되었습니다.오픈소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은 기술과 철학의 만남이라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 중 하나입니다. 전세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고, 또 그것을 대가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로 끝나지 않고 모두의 생각을 걸쳐 더 멋진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제가 오픈소스에 빠져들게된 이유였습니다.근데 저는 집에서는 우분투를 쓰면서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노트북과 핸드폰은 애플의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이 포스팅 또한 맥북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애플. “Apple Inc.,” 오픈소스, 자유소프트웨어 세상에 있어서 90년대의 주적이 빌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였다면, 2000년대부터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오픈소스의 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악마로 묘사되기도 하였고,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창시자 리처드 스톨만은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며 “바보들을 자유로부터 단절시킨 멋진 컴퓨터 감옥을 만들어낸 선구자”라고 묘사하였습니다.애플은 정확히 오픈소스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그들의 운영체제 iOS와 맥OSX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독점 코드를 지니고 있고(심지어 그것이 오픈소스 기반일지라도) 때로는 특허권을 사용의 그들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바일 오픈소스 계의 십자군”인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이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벌써 6년동안 매일 주력으로 리눅스를 써온 제가 그런 애플의 한가운데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거의 매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쓰고 있으니, 어쩌면 요즘은 리눅스보다 맥이나 아이폰을 더 많이 쓰고 있을겁니다. 이것은 일종의 배신 행위이자, 역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만우절에는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도 출입을 못합니다.(ㅋㅋㅋ)

저도 애플을 싫어했습니다. 아니, 아직도 이것은 유효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픈소스 계의 악마 이미지도 그렇고, 아직도 많이 부족한 한국 시장에 대한 배려, 엄청나게 비싼 악세사리 정책(-_- ), 그리고 무엇보다 폐쇄적인 생태계 구조는 아무리 봐도 좋게 봐줄 수 없는 부분입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심하게 매력적이었지요. 특히 예쁜거라면 사죽을 못쓰는(…) 저에게는 우분투 이상으로 맥OSX의 환경은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컴퓨터 매장에서 아이맥 바탕화면에 마우스 오른 클릭으로 메뉴를 띄우고 감동했던 적도 있습니다. – 실화) 맥OSX 뿐 아니라 아이팟 터치를 통해서 처음 접했던 iOS는 유려한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간편한 사용성이 소유욕을 불러일으켰습니다.하지만 그렇다고 사악한 애플의 제품을 소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제품은 갖고 있는 장점만큼이나 눈에 보이는 단점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맥OSX이 좋다고는 하지만 호환성에 있어서는 리눅스와 다를바가 없고, 아직도 외장형 메모리 따위는 지원하지 않고 있는 아이폰인데다 심지어 초기 iOS는 바탕화면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애플이 설계하고 애플이 만들어놓은 가이드라인에 사용자를 박아 놓겠다는 애플의 심보는 고약할 정도였죠.그래서 한동안은 의식적으로 애플 제품을 멀리하였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출시되었던 날도 저는 5800을 쓰고 있었고, 새롭게 출시된 맥북 에어에 대한 지름신이 왔지만 아버지가 쓰시던 Xnote x300에 우분투를 설치하여 쓰고 있었습니다. GMA500 드라이버를 잡기 위해 하루에 공부할 시간 세시간 정도를 버리면서도 이게 옳은 길이라 느꼈었죠.(실제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그러다 2010년 12월, 갑자기 돈이 생겼습니다.(네 우분투 책 원고료입니다.=_=) 아버지 노트북은 더는 쓰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느렸습니다.(8년전 모델인 p1510보다도 그래픽 속도는 훨씬 떨어졌죠) 취직도 안되고 우울해하고 있던 어느 눈오던 크리스마스 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미친척하고 맥북 에어를 질렀습니다.처음 목표는 에어에 우분투를 설치할 생각이었으나 집에 에어 박스를 들고와서도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거금이기도 했고, 솔직히 애플이 쉽게 우분투를 설치하게 둘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_-; 그래서 에어를 사오고 나서도 미개봉 상태로

“하루”

를 두고 고민했습니다.(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이건 저에게는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래봐야 지가 컴퓨터일 뿐이지’라는 생각으로 박스의 봉인을 뜯고 맥북을 개봉하고 말았습니다.네. 역시 생각대로 애플은 자신들의 생산품에 우분투를 쉽게 설치하도록 두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역경을 딛고 설치에 성공하기도 했었지만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트랙패드의 동작도 매끄럽지 않았고, 온도 센서 두개는 인식되지 않아서 아예 꺼버린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장기적인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맥OSX로 원상복귀해버렸고, 지금도 제 에어는 맥OSX만 설치되어 있습니다.그리고 다가오는 후회의 시간. 아아 이런 망할 스티브 잡스. 이쁜 껍데기에 속아 맥OSX라는 감옥에 본의 아니게 스스로 갇혀버린 제 자신을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죠. 그래도 맥OSX에도 여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당시 제 리뷰 글을 보면 파이어폭스와 MPlayer, LibreOffice 등을 설치한 것을 무척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그 뒤로 후회의 세월 동안 맥북을 사용하면서 아이팟 터치를 지르게 되었고, 급기야는 최근에 아이폰5까지 지르게 되었습니다.(응?) 처음 애플의 생태계 초입에서 저렇게도 고민을 했던 제가 어느덧 소유한 애플 제품만 다섯가지가 되었습니다-_-;; 맥북 에어를 산 2010년의 크리스마스로부터 아이폰5를 지른 2012년의 12월까지. 도대체 2년의 시간 동안 골수 리눅스 유저였던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그다지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2년 동안 애플 제품을 잘 쓴 것 밖에는 없었죠. 그저 잘만든 하나의 컴퓨터와 게임기, 전화기 등을 쓴 것 밖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후회의 세월 동안(?) 맥북을 쓰면서는 우분투에 못지 않은 시각적 효과와 안정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게다가 OS 자체의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는 우분투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맥OSX에서는 테마를 못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지만 오히려 기본 테마가 미려하다보니 우분투에서 마음에 드는 테마를 찾기 위해 버리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죠. 또한 우분투에서 잘 쓰던 소프트웨어 들이 맥에서도 다 사용이 가능해서, 오히려 플랫폼만 다를 뿐, 우분투에서 사용하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그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맥OSX만의 좋은 소프트웨어들도 선택이 가능했죠. 이로서 플랫폼을 보는 시각이 조금 유연해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맥OSX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비안과 5800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팟 터치를 들였습니다. 사실 아이팟 터치를 들이게 된 이유는 맥북보다도 여자친구님이 쓰고 계시는 아이폰3gs를 지켜본 이유가 더 컸었죠. 아이팟 터치는 비록 ‘선명한 3gs’라고 불리던 4세대였지만 정말 잘 썼습니다. 제가 최근에 지른 기기 중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한 Top 5에 속하는 기기였죠. 이로서 아이폰에도 한발 다가서게 되었습니다.그리고 결국 12월 7일 아이폰5를 들여놓게 되었죠. 그동안 아이팟 터치로 iOS용 앱들을 많이 질러놓은 상황이었어서 부담없이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ID를 공유하면 앱을 제한 없이 기기에 설치할 수 있는 정책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점 소프트웨어를 돈 받고 파는 악마 애플이 아니라, 소비자가 쉽게 앱이나 음악을 구입하고, 앱 개발자와 아티스트들에게도 정당한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처음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애플의 방식이나 특허권 남용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도구는 도구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옹호해줄 필요는 없다고 할까요. 결국 도구일 뿐인데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재밌기도 합니다.결국 애플을 접하고 결과적으로는 컴퓨팅의 범위가 늘어났습니다. 그 이후로는 스마트폰 플랫폼도 심비안이건, iOS건, 윈도폰이건 일단 좋아보이는 것은 최대한 다 써보고 있는 중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다루는 주제가 넓어지고 포스팅이 뜸해지면서(?) 블로그의 방문객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확실히 좀 더 넓게 볼 필요는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약간은 두서없이 쓸데없이 길기만한 글이었지만 반드시 써보고 싶은 주제이긴 했습니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 그 자체에 대해 편견을 가질 이유도 없고, 사람의 생각이 거기에 쉽게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아이폰이나 맥을 쓴다고 모두 바보가 되거나 독점 소프트웨어 옹호론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를 쓴다고 모두 애국자가 되거나 삼성 팬보이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요. 최근에도 이러한 편견 때문에 싸우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어쩔 때는 이러한 편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초큼 넓게 본다면 이러한 편견을 가질 이유도, 그로 인해 싸울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그것은 도구일 뿐이고, 도구가 사용하는 사람을 정의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이겠죠. 이런 도구에 대한 약간의 편견을 걷어내면 조금 더 자유로운 컴퓨팅이 가능해집니다. 🙂 그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덧. 그나저나 원래 이런 주제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결론은 역시나 산으로 갔군요. 이래서 포스팅 짧게 쓰기 캠페인이 필요합니다.덧2. 편견을 많이 걷어낸다고 하지만 아직도 마소 제품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려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