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를 처음 봤을때.

드디어 질렀습니다. 예상에는 없었던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도 질렀습니다..ㅠ_ㅠ(과소비)이 책은 분량이 꽤 적은 편이라 하루에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책은 여러번 씹어봐야 맛을 알 수 있겠지요~아래를 보실때, 이 책을 보지 않으실 분들만 봐주시기 바랍니다~네타성 글은 아니지만, ㅡ_ㅡ;; 그래도 독후감은 책의 재미를 반감 시키기 때문에..

책을 처음 씹어보고.

고작 100페이지밖에 안되는 이 책은 쥐스킨트의 단편중에서도 아주 짧은 단편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좀 더 많은 단편이 모여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여기에 실린 세가지의 단편들 만으로도 벅차다.’깊이에의 강요’는 소위 평론가들이 하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의미 없는 것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사람들과 화가 자신까지도 그 말에 얽매이게 되어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알아낸것은 여기까지다. 이외에도 ‘스캔들을 좋아하는 언론’에 대한 언급도 있고, 프랑스 예술계의 문란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알아낸것은 바로 여기까지다.

‘승부’는 여러가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늙은 고수와 젊은 도전자, 구경꾼들, 그리고 체스판. 젊은 도전자의 대담한 한수, 늙은 고수의 소심하지만 이성적인 한 수. 그리고 젊은 도전자를 찬양하고, 늙은 고수를 비난하는 구경꾼들. 이 소설을 보고, 뒤에 ‘번역 후기’를 본것은 바로 내 최대의 실수였다. ‘번역 후기’에서는 이 소설을 체스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보고있다. 신중하게, 그리고 실수 없이 행동해서 사회적 명성을 쌓은 ‘늙은 고수’와 기존의 관습을 타파하고 형식을 과감하게 거절하며 ‘늙은 고수’에게 도전하는 ‘젊은 도전자’.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서 젊은 도전자를 응원했지만, 늙은 고수가 이기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돌아서는, 구경꾼들. 사람은 이 세가지 유형 사람 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역자는 말한다. 그리고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내 스스로 알아내지 못해버렸기 때문에, 이 소설을 제대로 음미했다고 말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것 같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 뮈사르는 프랑스의 유명한 보석 세공사였는데 후에 기이한 호기심으로 이상한 병에 걸려서 죽어버린 사람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가상으로 꾸민 그의 유언이다. 뮈사르는 미리 ‘진실을 알기 두려운 사람은 읽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 뮈사르의 말처럼 이 글을 읽게되면,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거짓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처음에는 웃는 표정이었다가, 뒤로 가면 갈 수록 굳어지게 될것임을 미리 경고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것을 대했다가 그것에 설득 당했을때 짓는 표정과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으로 읽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것은 95페이지에서 100페이지에 걸쳐있는 짧은 글이다. 그 글의 제목은 ‘옮긴이의 말’이다. 그 글은 소설의 무한한 날개를 무참히 잘라버린다. 100페이지이상의 의미를 가진 이 소설을 고작 5페이지짜리로 만들어버린다. 이 ‘옮긴이의 말’은 책을 5번 씹어본다음에 읽어야 한다. 음식맛을 아무리 씹어도 모른다고 다른 사람에게 그 맛을 물어봐서는 그 음식의 맛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상상하는 것이거나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여기에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네 몸이 화석처럼 굳어 가고 무감각해지며 육체와 영혼이 메말라 가는 것을 너 자신은 깨닫지 못하는가? 어린시절에는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구부렸으며, 하루에 열번 넘어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열번 일어났던 사실을 이제 잊었는가?..

지금 네 모습을 한번 보라! …

네 육신은 뻣뻣하게 굳어 신음 소리를 낸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고 한 걸음이라도 내딛기 위해서는 결심이 필요하다. 바닥에 쓰러져 오지 그릇처럼 산산조각 나지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한다. 너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

그것은 벌써 네 심장의 반이나 에워싸고 있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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