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2020 행사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의 하드웨어들이 대거 발표되었죠. 특히 오픈형이면서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를 지원하는 갤럭시 버즈 라이브는 저 같은 애플 생태계의 노예도 관심이 가더군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하드웨어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소식이 있었는데, 바로 갤럭시 하드웨어와 Xbox의 결합이었습니다. MS는 이전부터 삼성전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었습니다. 갤럭시 하드웨어와 마이크로소프트 365(구 오피스 365)를 결합한 삼성 액세스가 대표적인 사례죠. 얼마전 엑스박스 게임 패스와 xCloud의 결합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모바일에선 삼성 하드웨어에서 가장 먼저 실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팩에서 발표된 갤럭시에서 실행되는 게임패스 앱은 구글 플레이에 올라가 있는 게임패스와 기능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름도 ‘게임패스 스페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이 인앱 구매 기능인데요, 현재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올라와 있는 게임 패스 앱은 인앱 구매를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갤럭시 스토어에 올라가게될 ‘게임패스 스페셜’ 앱에서는 바로 이 인앱 구매가 가능합니다.
갤럭시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MS는 구글을 건너뛰고 삼성이랑 직접 손을 잡은 형국입니다. 서비스는 있지만 이렇다 할 모바일 하드웨어가 없는 MS와 하드웨어는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부족했던 삼성의 제휴는 어쩌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제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MS가 플랫폼 전략에서 서비스 중심의 정책으로 돌아선 이후 구글과 애플과는 항상 갈등 뿐이었기에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은 이해가 되는 결정입니다. 그동안 MS는 아이패드에 오피스를 출시하는 등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앱 마켓의 수수료 배분 정책(7:3의 배분 정책)을 비롯해 앱스토어에서 앱이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되는 등 항상 갈등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애플은 이번에 xCloud 서비스에도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갈등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MS도 ‘애플이 독점을 하고 있다’라고 대놓고 비난을 할 정도이니까요.(개인적으로 MS가 독점을 운운하는걸 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습니다.) 게임패스 뿐 아니라 Stadia도 앱스토어에서 등록 거절을 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애플은 아예 클라우드 게임은 앱스토어에 진출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왜 클라우드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하려 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러한 정책에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라도 한걸까요?
애플의 횡포(?) 사례 1 : Hey 이메일 앱
얼마전 애플의 횡포 사례로 떠들썩 했던 것 중 Hey 이메일 앱 사건이 있었습니다. Hey 이메일은 앱 내가 아닌 외부에서 결제 수단을 통해 앱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애플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번번히 앱스토어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Hey의 CEO는 이 문제를 Reddit에서 공론화 시켰고 한동안 애플의 독점 문제와 개발자 대우에 대해 커뮤니티 전체가 시끄러웠죠.
이 문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반례’입니다. 애플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든 앱에 대해 공평해야하지만 이미 넷플릭스는 인앱 결제를 없애버리고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만 결제를 받고 있습니다. Hey의 주장도 넷플릭스는 되고 왜 우리는 안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애플은 ‘유틸리티 앱은 스트리밍 앱과 달리 해당 규정이 적용된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죠.
앱들이 인앱 결제를 안두고 자체 결제를 두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습니다. 수익의 30%를 애플과 나누는게 싫은 것이죠. 어느정도의 수수료는 인정하더라도 30%는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죠. Hey 문제가 공론화 되자 기다렸다는듯 MS도, Telegram도 이 30%의 수익 배분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앱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은 갑자기 생긴 정책은 아닙니다. 앱스토어가 출범할 때부터 있었던 정책이죠. 당시는 이 정책에 대해 논란이 없었는데 오히려 많은 개발사들에게 앱스토어 플랫폼이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전세계에 앱을 팔 수 있었습니다. 보통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는 전세계 배급을 위해 그런 역량을 지닌 퍼블리셔를 따로 두는데, 앱스토어가 30%의 수수료를 기반으로 퍼블리셔 역할을 한 셈입니다.
현재 이 정책에 불만이 있는 개발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체적으로 앱을 전세계에 보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개발사들입니다. 이들은 앱스토어의 도움이 아니어도 앱을 배급하는게 가능하지만 아이폰에 앱을 설치하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앱스토어에 등록을 해야합니다. 거기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니 불필요한 비용이 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죠.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해 “무임승차(Free Riding)”라며 응수했습니다. 규모에 관계 없이 앱스토어의 개발자들은 30%를 수수료로 내고 있습니다. 이 수수료는 앱스토어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비용이 명목입니다. 단순히 서버 자원 뿐 아니라 앱스토어의 큐레이션, 리뷰 인력 등의 인건비 등 앱스토어는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죠.
여기에 앱 자체는 무료이지만 결제를 외부로 우회하고 있어 앱스토어에는 한푼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 Hey 같은 앱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꼬박꼬박 30%씩 수수료를 내고 있는 중소규모의 개발사는 Hey 앱을 배포하고 유지해주는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되는 셈입니다. 바로 이게 애플이 인앱결제에 대해 갖고 있는 논리입니다. 앱스토어가 공짜로 돌아가는게 아닌만큼 전 나름 합리적인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되고 왜 Hey는 안되는가?에 대해 애플은 끝내 그럴듯한 답변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바로 xCloud와 Stadia 같은 클라우드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애플의 횡포 사례 2 : 클라우드 게임 앱
MS가 xCloud를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을 세우면서 iOS에서 테스트로 나마 돌아가고 있던 xCloud 서비스를 종료 시킵니다. 이는 정식 서비스는 테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앱스토어의 정책 때문이었죠. 그리고 MS는 iOS에서 공식적으로 xCloud를 런칭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애플의 정책 때문이라는 공식 성명과 함께 말이죠.
논란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애플은 이례적으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성명을 보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애플이 왜 클라우드 게임을 앱스토어에 입점시키지 않는지를 밝히고 있는데 공통적인 논리는 “클라우드 게임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애플이 심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Daring Fireball의 John Gruber는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해명”이라고 평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 주장은 심각한 모순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왜 넷플릭스는 되고 Hey는 안되는 것인가”처럼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못합니다.
Hey와 넷플릭스의 차이점에 대해 애플은 Hey는 “앱”이고, 넷플릭스는 “컨텐츠”라고 구분 지었습니다. 앱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앱 장터’인 만큼 앱 자체의 거래는 반드시 앱스토어를 거쳐야한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컨텐츠’이므로 예외라는 것이죠.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공감은 안됩니다.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애플의 주장은 같은 맥락입니다. 애플은 넷플릭스나 유투브에 올라오는 모든 컨텐츠를 심사하지 않습니다. 컨텐츠는 앱스토어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임은 앱스토어에서 거래됩니다. 그러므로 클라우드 게임이든 클라우드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든 애플의 리뷰를 받아야 하는데, 클라우드 게임은 기본적으로 그럴 수 없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 주장이 그럴듯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인 이유는 클라우드 게임의 방식에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기술적으로는 동영상과 같습니다. 다만 사용자와 컨텐츠 간의 상호작용이 추가될 뿐이죠. 애플이 게임을 리뷰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게임을 가장한 악성코드를 걸러내기 위함이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동영상 스트리밍처럼 애초에 시스템에 설치가 되지 않으니 그럴 위험도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상호작용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쳐도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 무비들은 훌륭한 반례가 됩니다. 사용자의 선택지에 따라 영화의 줄거리가 달라지는 이런 컨텐츠는 게임으로 보는게 맞을까요? 단순 동영상 컨텐츠일까요?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애플의 리뷰를 받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반례는 Roblox 입니다. Roblox는 마인크래프트 다음으로 어린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임 플랫폼입니다. 여기에서 유저는 게임을 만들어서 다른 사용자들과 놀 수 있습니다. 근데 이 Roblox에서 사용자가 만드는 게임들은 애플이 리뷰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Roblox에는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한 게임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왜 이 게임들은 괜찮은걸까요?
마지막 반례는 사파리입니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애플의 리뷰를 받아야한다면, 아마 아이폰에서 사파리부터 가장 먼저 없애야할 것 입니다. 웹 상에 있는 많은 웹앱들은 애플이 일일이 리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웹앱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컨텐츠라 괜찮은 걸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마무리 : 결국 문제는 애플의 자의적인 규정 적용
사실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애플은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에 경쟁이 될만한 서비스가 앱스토어 진출하는걸 원하지 않는 것이죠. 애플은 이를 그럴듯한 핑계로 최대한 지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MS의 Xbox Gamepass, Facebook Games, Google Stadia 등은 앱스토어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클라우드 게임을 이렇게까지 해서 막고 있는 이유는 아직 애플 아케이드가 위와 같은 게임 플랫폼 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게임패스에 있는 “검증된” AAA급 타이틀과 애플 아케이드의 인디 게임들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경쟁에서 도태 될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 결국 애플이 못 이기는 척 클라우드 게임들을 입점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되고 유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 애플도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 자체가 결국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집니다. 그때까지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재미없는 게임만 있는) 애플 아케이드를 플레이할 수 밖에 없게 되겠죠.
문제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자사의 미래 전략을 이유로 저런 앱들을 진출시키지 않는 행위가 용납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앱 장터 플랫폼을 갖고 있는 많은 기업들도 애플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앱 장터는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하나의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앱스토어는 그 규모와 iOS에서 앱스토어 외에 설치할 수단을 아예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앱 장터와 다른 속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앱스토어는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애플의 독점력이 인정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분명 불공정 행위죠. 애플이 차지하고 있는 스토어의 규모와 iOS 생태계에서의 독점적인 위치를 봤을 때 이렇게 앱스토어에 자의적인 규정을 적용하는 행위들은 규제 당국이 지켜보고 있는 애플의 독점 이슈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될 여지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