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 한번 써보시겠어요?

Open Sea 블로그의 부제는 ‘Indie Tech Blog’ 입니다. 광고 글 없는 독립 테크 블로그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블로그에서만큼은 광고 글 없이 전부 제가 직접 사서 직접 써본 것들을 리뷰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은 그 원칙을 잠시 저버린 광고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이 글로 인해 모질라 재단으로부터 단 한푼도 받지 않았지만 제 마음 속의 원칙이 시켜서 자발적으로 쓰는 파이어폭스 광고 글입니다.

저와 파이어폭스의 첫 인연은 우분투를 쓰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창 오픈소스 열병이 걸려있던 시기였는데 컴퓨터에서 쓰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바꿔보자고 다침했던 시절이죠. 부끄럽지만 이런 글도 썼던 시기였을 정도로 열정적인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모든 운영체제부터 모든 소프트웨어를 GNU 정신으로 다 오픈소스로 바꿨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쓰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제 파이어폭스 하나 밖에 안남았습니다. 파이어폭스는 여전히 제 주력 브라우저이죠. 일할 때나 여가를 즐길 때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는 항상 파이어폭스가 실행되고 있습니다.

왜 멀쩡하고 좋은 크롬 브라우저를 놔두고 파이어폭스를 쓰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제가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Firefox Quantum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터넷 브라우저는 빠르고 가벼운걸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빠르다는건 웹 페이지의 렌더링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고 가볍다는건 브라우저가 차지하고 있는 램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빠르고 가벼운 것은 모든 인터넷 브라우저의 척도입니다.

크롬이 처음 나왔을 때는 상당히 빨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만해도 IE가 지배하던 세상이었으니 사실 무엇이든 IE보단 빨랐을 겁니다. 크롬은 파이어폭스와 IE로 나눠졌던 브라우저 세상에 혜성처럼 등장해 빠른 브라우저로 점유율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크롬이 점유율에서 1위를 하고, 확장 기능들이 많아지면서 크롬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크롬은 빠른 브라우저이긴 했지만 가벼운 브라우저는 아니었습니다. 탭을 몇개만 열어도 상당한 양의 메모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블록버스터 게임보다 더 많은 메모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이런 이유로 저사양의 컴퓨터에서는 크롬을 쓰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파이어폭스는 IE에 비해서 빠르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빠른 브라우저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재다능한 브라우저에 가까웠죠. 파이어폭스는 오픈소스의 특징을 잘 살려서 브라우저에 설치할 수 있는 확장 기능이 무궁무진했습니다.

제가 한창 파이어폭스를 쓰고 있었을 때는 사용하고 있는 확장 기능이 20개 가까이 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스크린샷 캡쳐부터 동영상 편집(!) 확장 기능까지 종류도 다양해서 운영체제가 바뀌어도 파이어폭스만 설치하면 작업 환경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재다능한 확장 기능들이 오히려 파이어폭스의 속도를 붙잡고 있었죠.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파이어폭스의 코어 기능까지 수정이 가능한 확장 기능들도 많았습니다. 파이어폭스는 2018년에 57 버전에 이르러 이런 다재다능한 확장 기능들과 작별을 고하고 파이어폭스의 속도에 집중한 파이어폭스 퀀텀을 출시합니다.

파이어폭스 퀀텀은 별도의 버전이 아니라 파이어폭스의 엔진을 대폭 교체한 전면적인 업데이트입니다. 파이어폭스는 퀀텀 이후로 눈부시게 빨라졌습니다. 유명한 확장 기능들과 작별을 해야했지만 속도를 보면 그런 희생을 감수할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메모리 점유율도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제가 한창 일할 때는 탭을 100개 가까이 띄워놓는데 파이어폭스는 전혀 속도 저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메모리 사용량도 적정한 수준이라 100개를 띄워놔도 리프레시되는 탭이 하나도 없을 정도입니다.

혹시 과거에 파이어폭스가 느리고 무거웠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그 때의 기억은 지우셔도 될 것 같습니다. 현재의 파이어폭스는 제가 사용한 브라우저 중 가장 빠른 브라우저입니다.

높은 수준의 개인 정보 보호

우리는 웹 브라우징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흘리고 다닙니다. 방문 정보는 물론이고, 검색엔진과 쇼핑몰에서 입력한 검색어, 사는 곳, 이름, 성별, 키나 몸무게까지 다양한 정보를 웹에 남깁니다. 많은 광고 기반의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보물 같은 정보를 놓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이런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를 타겟팅해서 적합한 광고를 노출시켜 클릭율을 높이고 싶어하죠.

그럼 광고를 주 비즈니스로 하고 있는 회사의 브라우저는 어떨까요? 당연히 저런 데이터를 수집해서 비즈니스에 사용합니다. 브라우저가 알고 있는 여러분의 정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브라우저들은 광고 추적기에 최적화되어있거나,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교란하는 기술을 일부러 탑재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비즈니스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죠. 많은 정보를 ‘사용성 개선’이란 명목으로 수집하여 비즈니스에 활용합니다.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재단의 주 수익원은 광고가 아닙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 기술을 탑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파이어폭스는 트래킹 차단 기능과 DNS over https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많은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예 모바일에서는 방문기록까지 깔끔히 날려버리는 Firefox Focus처럼 좀 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브라우저도 있습니다.

파이어폭스의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이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브라우저 광고 추적 테스트를 위해 특정 인격의 사용자를 가정하고 해당 사용자가 방문할만한 웹사이트들을 실험했는데요, 예를 들어 “지구종말에 대비하는 사용자”라는 인격을 갖고 온갖 음모론 사이트와 기사들을 방문하는 탭을 100개정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해당 실험에서 크롬의 경우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광고들이 “식량을 비축하라”거나 “방탄 조끼를 구매하라”는 등 해당 사용자의 인격에 맞게 타게팅된 광고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반면 파이어폭스의 경우 광고 트래커를 속이거나 방해하는 기능이 있어서 사용자의 브라우저 방문 기록으로 광고 타겟팅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중요합니다. 광고가 메인 비즈니스인 회사의 브라우저와 비영리 재단에서 만든 오픈소스 브라우저 중 어떤 브라우저가 여러분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줄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모두를 위한 인터넷

파이어폭스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 공룡이 만들지 않은 유일한 메이저 오픈소스 브라우저라는 것입니다. 여러 브라우저가 난립하던 10년 전(2010년)만해도 다양한 회사에서 브라우저를 만들었습니다. 사파리, IE, 크롬 같은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기술 공룡이 만든 브라우저 외에도 Opera, Firefox 등 수많은 대안 브라우저들이 다양한 기술을 갖고 경쟁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 살아남은 메이저 브라우저들을 보면, 애플이 만들고 있는 사파리, 구글이 만들고 있는 크롬, MS가 만들고 있는 Edge 같이 전부 실리콘 밸리의 기술 공룡들이 만든 브라우저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브라우저들의 공통점은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파리나 Edge처럼 특정 플랫폼에 기본적으로 깔려서 점유율을 확대한 독점 브라우저이거나, 광고 비즈니스를 위해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브라우저도 있습니다.

이런 브라우저들 간의 경쟁에서 오픈소스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가 아직 메이저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특정한 비즈니스를 위한게 아니라 빠르고 가벼운 웹브라우징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브라우저는 이제 파이어폭스 밖에 안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개발자들은 파이어폭스가 모두를 위한 웹(Web)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합니다.

파이어폭스가 최후의 보루가 된 이유는 거의 웹 표준 자체가 크롬이라고 할 정도로 구글과 크롬이 웹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웹은 앱 생태계와 달리 아직까지는 오픈된 환경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점점 크롬에서는 잘 되는데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잘 안되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 중 크롬과 크로미움(크롬의 오픈소스 버전) 기반이 아닌 브라우저를 구분한다면 이제 사파리와 파이어폭스 밖에 안남았습니다. 하지만 크로미움과 사파리는 결국 ‘웹킷(Webkit)’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브라우저이므로, 결국 독자적인 웹 엔진을 갖고 있는 것은 파이어폭스 밖에 안남았습니다.

독점의 문제는 경쟁이 없어져 혁신이 멈춘다는 것입니다. IE는 5년 동안 6.0에서 한번도 버전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크롬도 점유율이 1위가 된 이후로 거의 메이저 업데이트가 없는 느낌입니다. 크롬과 크로미움을 사용하는 브라우저들이 모든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면, 웹브라우저의 발전은 거기에서 멈추게 될지도 모릅니다.

파이어폭스 한번 써보시겠어요?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파이어폭스를 개발하고 있는 모질라 재단의 정리해고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전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50명 정도를 감축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파이어폭스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입니다.

사실 모질라의 자금난은 예고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질라 재단 수익의 90%는 구글이 파이어폭스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검색 제휴 비용입니다. 중간에 야후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글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었지만 무산되고 현재는 다시 구글로 검색엔진을 바꿨죠.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록 구글이 파이어폭스에 검색 제휴 비용을 지급해야할 유인은 사라지게 될겁니다. 이미 자신들이 만든 크롬이 점유율 1위인 상태에서 점점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파이어폭스에 제휴 비용을 줘야할 이유는 거의 없는거나 다름 없죠.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파이어폭스는 사용자들을 위한 웹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파이어폭스마저 사라진다면 이제 메이저 브라우저는 크롬과 크로미움 기반의 브라우저 밖에 남지 않습니다. 사파리는 크로미움이 아니긴 하지만, 애플 생태계 이외에서는 의미없는 점유율을 갖고 있는 실정이죠. 모든 웹이 거의 구글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는데 그런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질라 재단은 자체적인 수익 사업을 통해 재정난을 타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이 조금이나마 상승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저도 모질라 재단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파이어폭스의 브라우저 점유율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이 광고글을 작성했습니다.

파이어폭스 한번 써보시겠어요? 사용자만을 위한 빠르고 안전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춘 브라우저입니다. 장담하건데 한번 설치해보시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

파이어폭스는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주소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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