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폰을 또?
아이폰7은 저한테는 두번째 아이폰입니다. 2012년 아이폰5 이후로 아이폰만 썼으니 나름대로 아이폰을 오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써본 아이폰은 많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4년 동안 아이폰을 쓰다가 아이폰을 또 사니,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의 대체 어떤 면이 좋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질문에 저는 답을 잘 못했습니다. 아이폰은 이제 제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아이폰은 이제 가장 얇지도 않고 카메라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앱 생태계 또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비해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제가 아이폰5를 선택했을 때와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아이폰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많이 사라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폰을 또 선택했는데, 이에 대한 이유는 제대로 대지 못하니 제 주변 사람들도 저를 아마 심각한 앱등이로 봤을 겁니다. 제가 아이폰을 선택한 이유를 굳이 꼽자면 아이폰의 하드웨어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 그것이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사용자 경험은 말로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경험은 막힘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 안에서의 경험 뿐 아니라 아이폰 밖의 태블릿PC, 맥북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다른 제품들은 웬만해서는 고려하지 않게됩니다. 애플 생태계 밖의 제품을 쓰게되는 순간 그 제품이 고립되고 웬지 경험이 불편해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대지는 못하고 자꾸 애플 제품을 사대니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면 앱등이가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애플 생태계의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아이폰을 선택하는 데는 “경험"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보통 아이폰을 추천하고 다니는 애플 팬들을 보면 "아이폰은 써보면 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말도 바로 이 "경험"에서 오는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iPhone 7 Design
아이폰7은 여러모로 특이한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넘버링이 올라가는 2년 마다의 업그레이드는 디자인 변화와 함께 많은 변화를 동반합니다. 아이폰3G –> 아이폰4 –> 아이폰5 –> 아이폰6와 같은 식이죠. 그런데 아이폰7은 디자인 자체는 거의 아이폰6와 유사합니다. 안테나 선을 라인에 따라 숨기는 등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디자인 변화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하지만 아이폰7에 새로 도입된 블랙과 제트블랙은 개인적으로 선택할만한 충분한 디자인 변화였습니다. 아이폰5의 스크래치 게이트 이후로 "블랙"이라는 색상은 아이폰 라인에서 사라졌었습니다. 아이폰 뿐 아니라 아이패드, 맥북 등에도 "블랙"이란 색상은 사라졌죠. 대신 스페이스 그레이라는 짙은 회색이 검은색을 대신해왔습니다. 스페이스 그레이는 저도 아이패드 미니에서 쓰고 있지만 나름대로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폰5의 블랙이 전 좋았습니다. 이건 제가 아이폰5에 계속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했죠.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아이폰7은 블랙 옵션을 두개나 제공해주었습니다. 블랙과 제트블랙이라는 컬러죠. 둘 다 블랙이지만 쉽게 구분하여 블랙은 ‘무광 블랙’이고 제트 블랙은 ‘유광 블랙’입니다. 기존 아이폰5의 블랙도 검었지만 아이폰7의 "블랙"은 정말 검습니다. 그보다 더 검은 제트블랙은 진정한 검은색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마감입니다.
아이폰7의 블랙은 스크래치에 강하고, 제트블랙은 마모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써본 결과로도 블랙은 기본적인 스크래치에 흠집이 거의 안나지만 제트블랙은 미세한 상처가 많이 남습니다. 오죽하면 애플도 미세한 스크래치를 조심하라고 홈페이지에 써놓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본 결과 블랙은 깊은 상처가 나면 오히려 쉽게 눈에 띕니다. 제트블랙의 미세한 상처들은 기스보다 잘 나는 지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_-;; 그래서 의외로 제트블랙을 생폰으로 써도 스크래치가 눈에 잘 안띕니다. 빛으로 비춰봐야 미묘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아이폰7에서 새로 추가된 제트블랙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마감이 매우 신기합니다. 자체는 알루미늄이지만 촉감은 알루미늄 같지 않습니다. 유광의 바디는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마감이 되어있어 유리나 도자기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제트블랙 컬러를 보자면 아이폰 3GS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이폰4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도가 약했던 플라스틱 마감의 아이폰3GS나 강화유리의 아이폰4와 달리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로 튼튼하죠. 그래서 제트블랙을 보자면 역대 모든 아이폰 디자인이 모두 거쳐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물론 아이폰 3GS의 문제였던 스크래치와 아이폰4의 문제였던 지문문제는 모두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스크래치가 신경 쓰이면 케이스를 씌우라는 애플의 충고를 무시하고 제트블랙을 생폰으로 쓰고 있습니다 – _-;; 하단에 미세한 기스들이 나고 있지만 아직 3주 째인데 괜찮은 것 같네요.
iPhone 7의 용기(Courage)
새로 추가된 블랙과 제트 블랙 외에는 디자인 변화가 미미하다는 아이폰7이지만 제가 보기엔 역대 아이폰 중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모델입니다. 애플은 제품을 설계할 때 무엇을 더 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아이폰7에서 없앤 것들 중엔 이어폰 단자가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5에서 충전 단자 규격을 바꾼 전례가 있습니다. 아이폰5에서 처음 등장한 라이트닝 단자는 단지 충전 단자 크기를 줄인 것 뿐 아니라 아이폰에서 아날로그 단자를 크게 없앴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라이트닝이 도입됨으로 인해서 아이폰은 더이상 화면이나 오디오 출력을 아날로그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무선 전송을 지원하는 에어플레이를 쓰라고 권고했죠. 애플에서 지원하는 라이트닝 비디오 출력 단자도 에어플레이처럼 화면 정보를 디지털로 전송합니다.
아날로그 출력의 단점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용 단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개는 그 단자의 크기가 매우 크죠. 이것은 작고 얇은 기기를 만드는데 방해가 됩니다. 또한 아날로그 신호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기 설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큽니다. 그에 비해 디지털로 전송할 경우에는 작은 데이터 전송 단자 하나로 해결이 가능하며 외부 요인에 의한 간섭도 적습니다. 라이트닝이 도입되면서 애플은 단자의 크기를 크게 줄이고 영상 신호 전송 등에 있어서도 외부의 요인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 남아있는 유일한 아날로그 단자가 있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3.5 이어폰 단자입니다.
사실 3.5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일입니다. 100년(!) 이상된 규격이고 기존 이어폰 시장에도 표준처럼 널리 퍼져있습니다. 아이폰에서 이 단자마저 없앤다면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외면해버리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아이폰7에 와서 드디어 3.5 이어폰 단자마저 제거해버립니다. 이로서 아이폰에 남아있는 아날로그 단자는 이제 없습니다.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고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 이어폰과 무선 이어폰을 대신 추천했죠.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아이폰 경험은 처음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아이폰을 쓰면서 번들인 이어팟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어폰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 번들로 주는 라이트닝 이어팟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지요. 게다가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쓰다보니 의외로 충전하면서 이어폰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배터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라이트닝 유선 이어폰을 써야하는데, 라이트닝 이어폰을 쓰면 충전을 할 수가 없죠. 자는 중 혹은 회사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충전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예상 외로 꽤 불편한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사용 경험에서 이 부분이 큰 사용자라면 아이폰7을 사신다면 예상외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임원인 필 쉴러는 이어폰 단자 제거를 "용기"라고 표현했는데, 애플 입장에서는 확실히 큰 모험이었을 겁니다. 이어폰 단자가 제거됨으로 인해 그동안 갖고 있던 악세사리를 못 쓰게되고 충전도 동시에 못하는 것은 큰 경험의 변화입니다. 아이폰7은 이런 경험을 바꾸라고 사용자에게 강요합니다. 뒤에서 언급할 에어팟을 쓰게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긴하나, 역시 사용경험의 변화를 많이 요구합니다. 해당 경험에 대한 비중이 아직 크거나, 혹은 관련 악세사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아이폰7은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아이폰7의 전적으로 볼 때 이런 애플의 용기에 시장의 반응은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만한 변화입니다.
iPhone 7 Home Button
아이폰7은 이어폰 단자 뿐 아니라 홈버튼도 사라졌습니다. 홈 버튼은 아이폰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아이폰의 정체성과도 같은 부분이었습니다. 아이폰7에도 홈버튼 역할을 하는 부분은 있지만 실제 "버튼"이 아닙니다. 애플은 이어폰 단자를 제거해서 사용 경험을 많이 바꿔놓았는데 반면 홈버튼은 이전의 경험을 최대한 유지해주려고 한 노력이 많이 보입니다. 아이폰7의 홈버튼은 아이폰6s에서 도입한 탭틱 엔진을 이용해 버튼을 최대한 흉내냅니다.
이것은 맥북에 도입된 트랙패드 클릭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맥북에 있는 트랙패드의 버튼도 실제로 눌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정교한 진동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실제로는 기기가 눌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이폰7의 홈버튼도 이렇듯 실제로 눌리는 것은 없지만 마치 홈버튼을 누르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맥북의 트랙패드는 눌린다고 생각되는 면적이 넓어서 실제로 눌리는 느낌이 들지만, 아이폰의 홈버튼은 눌리는 면적이 좁은데도 눌리는 느낌은 생각보다 넓어서 아래 부분 전체가 눌리는 느낌이 납니다.
생각보다 홈 버튼이 눌리는 느낌은 정교합니다. 예전 삼성폰이나 블랙베리 터치 모델에 있던 햅틱 반응과 달리 정말 누르는 느낌이 나는 이유는 바로 6s에서 도입된 3D 터치 덕분입니다. 아이폰7은 홈버튼에도 3D 터치가 적용되어있어 세게 누르면 센 피드백이 오고 살짝 누르면 그만큼 약한 피드백이 옵니다. 이런 정교한 피드백 구조에 피드백 시간 간격도 매우 짧아 사용자는 정말 버튼이 눌린다고 착각합니다. 6s에서 3D 터치를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도입했나 싶었는데 이렇게 활용하다니 절묘합니다. 홈버튼 뿐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버튼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홈버튼을 없애면서도 역시 장점이 몇가지 있는데요, 일단 아이폰에 기계적으로 눌리는 부분이 제거되어 홈버튼이 마모에 의해 망가질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아이팟 터치를 홈버튼 고장으로 인해 한번 수리했었고 그 다음 아이패드도 홈버튼이 거의 눌리지 않는 일을 겪어서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요, 아이폰7은 아무 걱정 없이 막 누릅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홈버튼이 다른 물체에 눌려서 동작되는 경우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아이폰7의 홈버튼은 터치스크린처럼 전기가 흐르는 생체정보에만 반응합니다. 이것은 실수로 홈버튼이 눌려서 동작하는 문제를 줄여줍니다.
또 항간에 떠도는 베젤리스 아이폰 루머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생각도 듭니다. 홈버튼이 화면 부속과 하나로 통합 되면서 베젤 부분을 액정으로 만들 여지가 매우 높아진것이죠. 아이폰7의 새로운 홈버튼은 아이폰의 미래를 위한 첫 계단과 같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