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untu Phone, 지금은 어디에?

예전 제 블로그에서 우분투 폰이라는 운영체제가 발표되던 날

우분투 폰에 대해 낙관만 할 수 없는 이유

에 대해 올린지 1년이 흘렀습니다. 그 1년동안 우분투 폰을 탑재한 폰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캐노니컬이 오픈 펀딩 형식으로 Ubuntu Edge 라는 폰을 만든다고 하면서 기금을 모았었죠. 상당히 높은 스펙의 폰으로 구성했지만 결국 목표한 모금액은 모으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우분투 폰이 처음 공개되고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MWC와 Linux Con 등의 행사에 우분투폰을 탑재한 폰들이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Meizu와 bq 등의 제조사에서 저가형 상용 모델을 발표했죠. 캐노니컬에 의하면

두개의 우분투 스마트폰이 올해에 출시된다

고 말했으니 이때 공개된 스마트폰이 우분투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서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스마트폰일 것입니다.아래는 Linux Con에서

Meizu 에서 만든 우분투 폰

을 갤럭시 넥서스에 우분투를 설치하여 시연하는 장면입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1년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제스쳐에 의존하는 인터페이스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Developer Preview에 비하면 훌륭한 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iOS나 안드로이드와 달리 대부분의 기본앱이 횡스크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이건 마치 윈도폰 같은 모습인 것 같네요.우분투 폰은 캐노니컬이 Wayland를 버리고 택한 Mir를 기본 디스플레이 서버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X 윈도보다 훨씬 가볍고, Direct Rendering을 기본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서버입니다. 데스크탑 우분투처럼 그래픽 가속을 Compiz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상당히 부드럽게 움직이며, 애니메이션도 인상적입니다.여기까지 봤을 때, 우분투 폰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매우 어려운 경쟁이 될 것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다 해먹고 있고, 우분투폰이 애플 디바이스에 탑재될리는 없고, 자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 우분투 폰이 노려야할 경쟁 상대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정확히는 “안드로이드가 구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싫은 제조사”들이 우분투가 노려야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모바일 OS는 시장에 이미 넘치는 실정입니다. 이미 3위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윈도폰도 있고, 우분투보다 1년정도 앞서서 상용폰을 발표한 Firefox OS도 있습니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Jolla에서 개발한 미고 기반의 SailFish OS도 있고 전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샘성이 리드하고 있는 Tizen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중 네개는 우분투폰과 똑같은 리눅스 기반입니다.(심지어 안드로이드도!) 우분투는 리눅스의 호환성을 내세우자니 너무 경쟁자가 많고, 그렇다고 무료 운영체제로 제조사에 어필할 수 있는 여지도 적습니다.(우분투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탑재시 일정량의 라이선스비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데스크탑도 마찬가지.) 생태계 측면을 보자면, 우분투 폰은 이미 iOS/안드로이드에서 킬러앱으로 평가받은 40여개의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웹앱입니다. 네이티브 앱이라고 할 수 있는건 기본 앱 정도겠죠. 기존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기존 리눅스 프로그램들은 모바일에 최적화되지 않았고 게다가 Mir에 맞게 설계 되지도 않았습니다. 전혀 새로운 토대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답은 통합과 가격



Ubuntu for Android를 기억하시나요? 안드로이드 폰을 Dock에 꽂아 모니터에 연결하면 완전한 우분투 운영체제가 실행되는 프로젝트였지요. 우분투 폰이 나오면서 이 프로젝트도 자연히 잊혀졌지만, 우분투 폰이 가야할 길은 저는 결국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가 유연하며, 어떤 장치에도 호환성이 뛰어난 리눅스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컨셉이 바로 이런 모습이라고 봅니다.어차피 화면이 자유자재로 접혀지거나 늘려지지 않는 이상, 모바일 컴퓨터는 어느 하나의 형태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데스크탑 정도의 조합은 필수이죠. 그래서 애플은 서로 다른 폼팩터의 기계를 여러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iCloud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끊김없이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듭니다.(게다가 애플 장치는 하나같이 비쌉니다)만약 우분투 폰을 탑재한 저렴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하나로, 모니터나 모니터와 키보드가 결합한 랩탑 형태의 주변기기에 연결하면 데스크탑 우분투 OS가 되는 모습은 어떨까요? 마치 모토로라의 아트릭스처럼 말이죠! 당시는 하드웨어 수준과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했지만, 지금의 빠른 모바일 CPU와 우분투라면 가능합니다. Mir가 데스크탑 리눅스에서도 자리잡고, 리눅스 생태계가 ARM CPU로의 이주를 끝낸다면 말이죠. 그리고 오픈된 우분투 생태계는 윈도RT 같은 재앙을 불러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하나의 디바이스로 여러 폼팩터를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겠죠.물론 미래가 밝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고,

데스크탑 리눅스에 Mir가 완전히 적용되는 시기는 2016년은 되어야 할 것

으로 보입니다. 일단 경쟁 구도에 들어서기엔 너무 늦었습니다.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우분투가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현재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러다가 “그날”이 오기도 전에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덧. 개인적으로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건 FIrefox OS입니다. 웹앱이라는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운영체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초등학교 2학년 학생도 HTML을 통해 핸드폰에 Hello World를 쉽게 띄울 수 있는 세상이죠. 사용하기 쉬운 HTML의 특성과 어느 장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호환성은 분명 아이폰이 만든 “앱 시대”의 다음 대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