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 Guy”를 데려다 M1 맥북을 디스하는 인텔

인텔이 한창 맥을 디스하는 중입니다. 어쩐지 애플이 인텔을 버리고 ARM 기반으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조용하다 싶었죠. 생각보다 애플 자체 프로세서를 쓴 맥들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보니 인텔도 조바심이 난 모양입니다.

인텔이 진행하는 비교 광고 대부분은 맥의 나쁜 점들을 이야기하고 PC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서 PC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하는 패턴입니다. 여기에서 재밌는 것 하나는 인텔이 맥과 PC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맥도 PC의 일종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맥과 PC를 구분해서 부르곤 합니다. 일단 애플부터도 “Get a Mac”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Mac과 PC를 구분했었습니다. 기억하시죠? “Hello, I’m a Mac”하던 광고요. 하얀 배경에 각각 PC와 맥을 의인화한 인물들이 등장해 PC의 안좋은 점을 이야기하고 맥의 장점을 이야기하던 비교 광고였죠.

해당 광고에서는 마치 맥과 PC가 서로 다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해당 광고가 나오던 시기의 맥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PC와 비슷했습니다. PC랑 똑같이 인텔 CPU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광고 중엔 맥이 “나는 맥이지만 PC이기도 하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맥이 인텔 CPU를 쓰면서 부트캠프를 통해 윈도우 설치도 가능했기 때문이죠. 이 시기의 맥은 어쩌면 PC이기도 했던거죠.

그런데 애플이 맥에서 인텔을 버리고 자체 프로세서를 쓰기 시작하자 인텔은 새삼 맥과 PC를 구분해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저 광고를 정면으로 패러디한 광고를 시작했죠. 바로 Go PC 캠페인입니다.

Get a Mac 광고에서 Mac 역할을 맡았던 사람은 Justin Long 이라는 배우인데요, 인텔은 이 배우를 기용해서 맥은 안좋고 PC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로 한거죠. 과거의 “맥”이 이제 인텔 CPU가 탑재된 PC를 사라고 하다니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요!

광고의 시작도 마치 예전 Get a Mac 광고처럼 하얀 배경에서 시작합니다. 다만 Justin Long은 자신을 맥이 아니라 그냥 Justin, 비교를 할 수 있는 진짜 사람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현실 세계(?)로 넘어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 때 Mac Guy로 불리던 Justin Long은 맥의 단점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인텔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 광고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별로 똑똑한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광고로 인해 인텔의 위치만 드러나버린 꼴이 되었거든요.

광고에서는 PC는 맥에 비해 선택지가 보다 다양하고, 터치스크린도 있으며, 게임에 유리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건 사실 인텔 CPU를 써서 얻어진 장점이 아닙니다. 이런 장점들은 맥OS에 비해 윈도우가 갖는 장점입니다. AMD 프로세서를 사용한 PC에서도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죠.

게다가 이 광고에서 말하고 있는 맥의 단점은 인텔 CPU를 사용한 맥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단조롭고, 게임에 적합하지 않고, 터치스크린도 없다는 단점들은 고스란히 인텔 맥에도 적용되죠. 인텔 CPU를 쓰던 시절에 없던 단점들이 애플 프로세서를 쓰면서 생긴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 인텔 CPU가 적용된 맥이 판매되고 있는데..(이쯤되면 셀프디스..?)

이 광고에서 PC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프로세서랑 관계가 없는데, 오히려 맥은 인텔 CPU를 버리면서 발열도 줄어들고 배터리도 오래가는데 속도는 훨씬 빨라졌습니다. 프로세서를 바꾸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만 얻은 셈이죠.

결국 인텔은 이 광고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절박한지만 광고한 셈입니다. 왜냐구요? 비교 광고는 보통 2인자가 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Get a Mac 광고를 중단한 시기는 2009년에 아이폰이 출시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맥이 중심 제품이었지만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경쟁의 축이 옮겨갔고, 더이상 시장에서 애플은 2인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아이폰 출시 이후로 한번도 애플은 맥이 PC보다 우월하다는 광고를 한 적이 없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애플은 컴퓨터 중심에서 디바이스 중심으로 나아갔죠.

결국 인텔은 이 광고를 통해 현재 시장 입지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시장은 인텔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거든요. 맥 뿐 아니라 윈도우도 ARM 버전을 더 강화시키고 있는데다, 그렇게 자신있던 PC 시장에서조차 AMD에게 서서히 밀리고 있는 중입니다. 과연 이런 위기 상황을 인텔이 잘 극복할 수 있을지.. 하지만 광고를 보면 그리 희망적이진 않군요.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는 이 광고에 나오기로 한 Justin Long의 선택인데요, 한 때 “Mac Guy”로 불리던 그가 왜 인텔의 광고 제안을 수락했을까요? 애플 이벤트에 “PC Guy”였던 John Hodgman은 불렀는데 자기는 안부른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요? 물론 배우는 출연할 광고를 정할 자유가 있지만 뭔가 애플과 썸씽(?)이 있지 않았을까를 상상하게하는 재미있는 선택입니다.

정작 “PC Guy”는 M1 맥북 키노트 맨 끝에 출연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Justin Long이 한창 광고에 나오던 시기는 인텔 맥이 한창 도입되던 시기입니다. 인텔 CPU가 맥에 도입되었을 때 “Mac Guy”였는데 맥이 인텔 CPU를 버리자 인텔 광고에 나오는걸 보니 Justin Long은 원래 맥이 아니라 “인텔”이었던걸까요?

덧. Justin Long은 맥 광고에 나와서 저도 얼굴이 익은 배우인데 실제로 영화에서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에서 밖에 못 봤던 것 같습니다. 영화 출연은 잘 안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