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iPadOS 26 퍼블릭 베타를 올렸다가 다시 다운그레이드해서 쓰고 있는 중입니다. 버벅거리는 애니메이션이랑 불안정한 동작 때문에(자꾸 리스프링 되거나 재부팅되는) 다운그레이드한 것도 있지만 주요 이유 중 하나는 iPadOS 26의 새로운 창관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이패드를 진정한 생산성 기계로 만드는 역대급 업데이트라는 이야기가 자자하지만 아이패드를 오래 쓴 입장에서는 갑자기 적응하기는 어려운 창 관리 방식이었습니다. 베타 올리기 전만해도 그냥 자유로워진 스테이지 매니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Space 없는 맥OS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아이패드에서도 맥OS처럼 창을 이리저리 쌓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겼습니다. 아이패드에서는 창 크기를 조절하거나 창이 겹치지 않도록 이리저리 쌓을 필요도 없었는데 뭔가 예전 PC나 맥에서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이패드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어차피 SplitView도, SlideOver도 사라진 마당에 곧 9월 쯤에 업데이트 되면 싫어도 받아들여야하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매일 쓰는 기기에 베타를 설치할 수는 없으니 일단 iPadOS 18에서 미리 스테이지 매니저로 창 방식의 멀티 태스킹에 미리 익숙해져보기로 했습니다.
맥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는 창이 많아졌을 때 가끔 켜놓는 기능이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이패드의 작은 화면에서는 SplitView의 기존 방식이 좀 더 편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일주일동안은 아예 스테이지 매니저를 켜놓고 사용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전에 썼던 것보다 훨씬 괜찮아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iPadOS 26을 쓰다와서 그런지 몰라도 스테이지 매니저는 확실히 iPadOS 26의 달라진 창 방식보다는 충격이 좀 덜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몇가지 장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장점 : 창이 절대 가려지지 않는다
제가 생각하는 스테이지 매니저의 가장 큰 장점인데, 이건 맥OS에는 없고 iPadOS에만 있는 기능입니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켠 상태에서는 전체화면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창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습니다.

스테이지매니저는 아무리 여러 앱을 실행해서 창을 가리려고 해도 앱의 일부가 빼꼼하고 나오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큰 창에 다른 창이 가려져 있어도 창 뒤에 조금 삐져 나온 부분을 터치해서 해당 앱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거죠.

애플이 기존 PC나 맥의 멀티태스킹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이패드에서의 멀티태스킹에서만큼은 기존 PC 환경에서의 멀티태스킹 문제를 재현하고 싶지 않았던 의지가 옅보입니다. 결국 실패했지만.
iPadOS 26에서는 이 기능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iPadOS 26이 아무리 맥처럼 멀티태스킹이 변한다고 해도 이 부분은 유지될 줄 알았는데, iPadOS 26은 그냥 맥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입니다.
사실 저렇게 창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으려면 문제가 하나 있는데, 창 배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겁니다. 전체화면 상태에서 다른 앱을 띄워서 멑티태스킹을 하더라도 뒤에 가려진 창이 완전히 가려지면 안되기 때문에 좌우로 일정 공간이 필요해서 자동으로 작아집니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써보면 일정한 위치로는 절대 배치 안되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iPadOS 26에서는 기존 멀티태스킹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가지 시도를 포기하고 그냥 맥OS의 멀티태스킹 요소를 iPadOS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창 배치의 자유도는 얻었지만 PC나 맥처럼 창 테트리스를 해야하는 것도 그대로 가져오게 되었으니 아쉬운 부분입니다.
장점 : 아이폰 앱을 굳이 전체화면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패드에서도 가끔 아이폰 앱을 써야할 때가 있습니다. Bluesky나 인스타그램처럼 공식 아이패드 앱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아이패드는 맥OS와 달리 아이폰 앱을 설치해서 쓰는데 제한은 없지만 불필요하게 전체화면을 차지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그냥 큰 아이폰이 되버리는데 딱히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영 답답하기 짝이 없죠.
스테이지매니저도 그렇지만 iPadOS 26에서는 아이폰 앱은 무조건 창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사라졌습니다.(물론 원하면 다시 기존의 전체화면 방식으로도 실행 가능)

아이패드에서 창 모드가 도입되면서 아이폰 앱을 실제 크기의 창 모드로 실행할 수 있게 된건 분명 장점입니다. 맥과 달리 아이패드에서는 아이폰 앱 실행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iPadOS 26에서는 한 화면에 실행되는 앱 제한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아이폰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단점 : 왼쪽 스와이프
일주일동안 쓰면서 생각보다 잘 적응해서 썼는데, 한가지 적응 안되는 문제는 왼쪽 스크롤이었습니다. 아이패드에서 뒤로가기를 할 때 사파리를 비롯해 여러 앱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를 하는데 이때마다 최근 실행한 앱 모음이 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테이지 매니저를 편하게 쓰면서도 이 부분만큼은 적응이 잘 안되었습니다. 위 사진에도 있지만 왼쪽 가운데 부분을 스와이프하면 최근 실행한 앱이 나오고 가운데를 피해서 스와이프하면 뒤로가기를 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쓰다보면 정확하게 스와이프하지 못하다보니 약간 복불복 느낌으로 써야 했습니다.
iPadOS 18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를 항상 켜놓고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모양인지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은 많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참고로 이건 설정에서 ”최근 사용한 앱“을 비활성화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행인건, iPadOS 26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는겁니다. 아 근데 iPadOS 26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를 활성화했을 때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지를 테스트해보지 못했네요. 이건 정식 버전 올라오면 한번 테스트해봐야겠습니다.
스테이지매니저를 다시 써보니 알게 된 것들
iPadOS 26에 미리 적응하는 차원에서 스테이지매니저를 일주일동안 켜놓고 써봤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오히려 아이패드에서는 몰랐던 창 방식 멀티태스킹의 장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iPadOS 26에서는 그렇게 충격이었는데 왜 iPadOS 18의 스테이지매니저는 잘 적응할 수 있었는지?
물론 스테이지매니저는 기존 아이패드가 가진 장점을 멑티태스킹으로 녹이려했던 시스템이니 아이패드를 오래 썼던 입장에서는 적응이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동안 스테이지매니저를 써보니, 결국 iPadOS 26 멀티태스킹의 문제는 Space가 없는게 문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눅스에서는 가상 데스크탑, 윈도우에서는 가상 작업공간이라고 불리는 Space 기능은 작은 화면에서 여러 창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맥에서는 각각의 공간에 용도에 맞게 창을 배치해놓고 트랙패드로 휙휙 넘나들면서 오갈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매니저는 이 공간을 창 그룹이라는 개념으로 현대화했습니다. 같이 작업해야하는 창을 같은 공간에 가져오면 자동으로 그룹이 만들어지고 이 그룹별로 작업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그룹화 해놓으면 창을 다른 그룹으로 꺼내오기가 Space보다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iPadOS 26에서는 이 Space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앱이 전체화면으로 실행될 때는 앱 간에 전환을 트랙패드로 휙휙 전환할 수 있지만, 멀티태스킹이 시작되면 아이패드에는 오직 하나의 작업 공간만 쓸 수 있습니다. 여러 창을 용도별로 다른 스페이스에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iPadOS 26에서도 스테이지 매니저를 활성화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매니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창을 그룹핑할 수 있으니 맥의 Space와 비슷하게 쓸 수 있죠. 하지만 이럴 경우 스테이지 매니저의 단점인 다른 그룹에 묶여있는 창을 자유롭게 다른 그룹에 가져오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다시 발생합니다.
맥OS의 Space는 좁은 화면일 수록 더 유용한 기능인데 맥보다 더 작은 화면을 갖고 있는 iPadOS에서는 왜 가져오지 않은걸까요? Space까지 도입되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았던걸까요? 결국 제가 iPadOS 26의 창 관리가 번잡하다고 느끼게 된 것도 Space 개념이 따로 없어서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무리
어쨌든 iPadOS 26에 적응하기 전에 해본 훈련이었는데 약간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기존 SplitView나 SlideOver 에 익숙해져있던 워크플로우를 좀 더 창 관리 방식에 맞게 바꿀 수 있게 되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확실히 기존 방식보다 더 편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iPadOS 18에서 스테이지매니저를 써보니 iPadOS 26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제야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iPadOS 26은 스테이지매니저에 있었던 여러가지 제약들을 없엔 멀티태스킹 방식이었거든요. 아마 기존 윈도우의 멀티태스킹 방식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iPadOS 26에서도 문제 없이 적응하실 듯 합니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Space 가 없다는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적응 기간이 꽤 오래될 것 같습니다. iPadOS 26으로 올린 뒤에도 스테이지매니저를 계속 켜놓고 써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물론 아이패드에서는 대부분의 앱은 전체화면으로 놓고 쓰기 때문에 괜한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