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이팟 터치에 iOS6을 올리고 무선랜과 사투했던 비슷한 글을 올렸던 것 같습니다. iOS6은 그 이후로 최근까지도 저를 무선랜 문제로 괴롭혔습니다. 최근 버전인 iOS6.1.4에서는 좀 나아진듯해보였으나, PC가 무선랜을 과도하게 쓰고 있거나 무선랜으로 유투브에 연결해서 볼 때는 여지없이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투브 문제는 유투브에서만 특정한 현상이라 더욱 불가사의 했지요. iOS6은 확실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iOS7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OS7을 상당히 기다렸었는데요, 처음 나온 날 베타1을 올렸다가 벽돌될뻔한 사연이 있어서..-_- 중간에 개발자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정식 버전이 업뎃 되었을 때 바로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당일날은 거의 세시간이 걸리길래 그냥 업데이트 걸어놓고 잤던 것 같네요.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폰의 화면이 스르르 켜졌다가 스르르 꺼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iOS7이 얼마나 바뀌었고, 얼마나 이뻐졌으며,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이미 다른 블로그의 많은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굳이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문제는 배터리가 엄청나게 빨리 닳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업데이트 하고 난 직후는 추석 당일이었으므로 차례를 지내러 가느라 LTE로만 썼었는데, 쓴지 한시간정도 지나자 배터리가 50% 정도 밖에 안남은 것이었습니다. -_-; 결국 차례 잠깐 지내고 오는 동안(약 네시간 정도) 아이폰은 방전되어 버렸습니다.
업데이트 초기라 인덱싱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제가 워낙 만지작 거리느라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LTE를 너무 소모해버려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좀 심하다 싶더군요. 확실히 업데이트 이후로 많이 심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iOS7과 새로이 전력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첫번째 의심 서비스는 확실히 위치 서비스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iOS7에 추가된 위치서비스들(특히 배터리를 쳐먹는)을 아래와 같이 꺼주었습니다.(아예 안쓸 수는 없으니..)
1. 설정 > 개인정보보호 > 위치서비스 > 시스템 서비스로 이동하여 내 주변 인기 항목, 자주 가는 위치 등을 비활성화 해줍니다.(더불어 iOS6부터 말 많았던 시간대 설정도 꺼주면 좋습니다.)
2. 그 외에 위치 서비스를 사용하는 앱 중 필요 없는 앱들도 꺼줍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치서비스를 아예 꺼버리는 것입니다.(하지만 위치서비스를 끄면 지도에서 내 위치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적용결과 효과는? 0 이었습니다. 광탈 배터리는 여전했고, 폰을 조금만 쓰면 뜨거워지는 것도 그대로였습니다. 그때 저는 페더리기가 키노트 때 말했던 “백그라운드에서도 이제 앱들이 죽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iOS7에는 백그라운드앱 새로고침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게 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1. 설정 > 일반 > 백그라운드 앱 새로고침으로 이동합니다.
2. 백그라운드 앱 새로고침을 끄거나 필요한 앱만 켜놓고 나머지는 다 꺼버립니다. 저는 참고로 다 껐습니다.
적용 결과는?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Siri도 꺼보고(설정 > 일반 > Siri) Spotlight에서 항목도 줄여보고(설정 > 일반 > Spotlight 검색) 을 했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위치서비스나 시리 같은게 아니라 무엇보다 평소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검색한 것은 iOS7의 시각차(parallax) 배경화면(움직이면 공간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폰5의 CPU에 부하를 주어 전력이 많이 손실된다는 글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이폰5s 별도의 모션 프로세서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이 없다는 그럴듯한 주장과 함께!
바로 이거다 싶어서 아래와 같이 시각차 배경화면과 iOS의 반투명 효과까지 꺼주었습니다.
1. 설정 > 일반 > 손쉬운 사용으로 이동합니다.
2. 여러 옵션 중 동작 줄이기를 ‘켬’으로 바꿔줍니다. 이렇게 하면 더이상 기기 기울임에 배경화면이 반응하지 않습니다.
3. 더불에 바로 위에있는 대비 증가를 켜게 되면 전반적으로 적용되어있는 반투명 효과가 적용되지 않아서 가시성과 그래픽 프로세서의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4. 그냥 보너스로 볼드체 텍스트 옵션도 켜주면 iOS7의 폰트가 iOS6 수준으로 두꺼워 집니다.
이렇게 하여 iOS7의 신기술을 못누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이폰을 오래 쓸 수 있다면 충분하리라…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배터리 문제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런저런 옵션을 적용한 덕분에 좀 더 오래가는 것 같았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짧았습니다.(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할 때쯤 되면 방전..)
웹에서 이런저런 글을 검색해도 iOS7에서 배터리 이슈가 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있긴 있었지만 매우 적은 경우였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었다고 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점점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삽질을 하다보니 한가지 깨달은게 있었습니다. 아이폰에서 전력이 닳는게 쓰고 있는 동안이 아니라 꺼져있는 동안에도 심각하게 닳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시간당 거의 5%씩(아무것도 안쓸 경우). 그리고 점심에 지하 식당에서 밥먹는 동안에 아무것도 안했음에도 10% 가량이 감소하고 폰이 뜨거워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뭔가 확실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아이폰5 사고 초기 때 배터리 때문에 LTE를 꺼놓고 다녔다는 사실을 회상하고는 LTE를 한번 꺼보았습니다. 비싼 요금 내면서 쓰는데 3G를 쓴다는게 좀 걸렸지만, 어차피 대부분은 무선랜을 쓰면서 지내기 때문에.. 걍 꺼버렸습니다.
1. 설정 > 셀룰러 로 이동해서 LTE 활성화 옵션을 끄면 LTE를 안쓰고 3G를 쓰게 됩니다. 어차피 아이폰은 음성이나 SMS 전송을 위해 3G에는 항상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빨리 받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끄고 난 후.. 확실히 범인은 LTE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LTE를 끄고 난 후 퇴근할 때까지 버티지도 못하던 배터리가 퇴근할 때까지도 70%대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퇴근하고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약 40%의 배터리가 남아있습니다.(실 사용시간 4시간 55분, 대기시간 11시간 23분) 이정도면 사실 iOS6 시절에 LTE를 켜놓고 쓰던 때보다도 훨씬 오래쓰는 것입니다.
LTE는 3G에 비해 아직 망이 안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수신율도 서울 시내가 아니면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KT는 더 심함) 게다가 저희 회사는 빌딩 거의 꼭대기에 있고(30층..) 밥먹으러 갈 때는 지하에 식당이 있었죠. LTE 수신율이 낮은 지역에 거의 최적화 되어있는 동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전파가 잘 안잡히는 지역에서는 수신율을 올리기 위해 신호를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핸드폰은 배터리가 쭉쭉 닳게 된다는 것은 이미 피쳐폰 시절의 상식입니다. 아마 LTE 음지 지역에 최적화된 제 동선 + LTE 망 구축을 제일 늦게 시작한 KT..라는 점이 아이폰 배터리를 잡아먹는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 LTE폰이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라는 상식도.. 대부분의 지역에 LTE가 3G 망만큼 안정적으로 깔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신호가 잘 잡히는 지역에서는 LTE도 3G폰만큼의 대기시간과 사용시간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LTE를 쓸 때 iOS6에 비해 사용시간이 왜 많이 줄어든 것인지는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iOS7에서 LTE 모듈 드라이버가 최적화되지 않은걸까요? KT가 네트워크 사업자 업데이트를 해주면 나아질까요? 확실한건 이 이슈는 iOS7이 업데이트 될 수록 해결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덕분에 제 아이폰은 배터리 수명을 원래 수준으로 되찾은 정도가 아니라 예전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iOS6에서 3G를 쓰던 때보다도 오래가는 느낌이니 iOS7을 올리고 배터리 수명이 향상되었다는 의견도 이해가 됩니다.(같은돈으로 3G를 쓰고 있는게 걸리긴 하지만 필요할 때만 켜면 되겠죠)
혹여 저와 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고 계실 분들이 계실까 하여, iOS7과의 전력 싸움 일지를 길게 적었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가 7.0에서 잡혔으니 iOS6의 무선랜처럼 오랫동안 저를 괴롭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무선랜을 연결한 아이폰에서 유투브만 느렸던 증상은 iOS7에서 해결되었습니다. 나름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