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fox Hello 사용기

파이어폭스 35에 재미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통해 영상 통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최근 추가된 웹 브라우저간의 실시간 통신 방식인 WebRTC API를 이용하기 때문에 꼭 파이어폭스끼리만 되는게 아니라 WebRTC 를 지원하는 크롬이나 오페라 등의 브라우저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영상 통화라는게 개발된지는 엄청나게 오래되었지만 생각보다 대중적으로 잘 쓰이는 기술은 아닙니다. 현대인에게는 “너무 자신을 까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철학적 접근은 차치하고라도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벽 같은게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통신 요금의 벽이 있을 겁니다.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3G가 도입된 후 처음엔 영상통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많이 밀었죠. 하지만 당시엔 영상통화를 사용하던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반 통화에 비하여 요금이 매우 비쌌기 때문입니다. 간혹 영상이 필요할 통화 요금 때문에 잠깐 얼굴만 보고 마는 수준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통화를 거는 사람(송신자)과 통화를 받는 사람(수신자)이 모두 같은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카카오톡으로 전화걸기 같은 기능을 쓰려고 해도 저는 카톡을 쓰지 않기 때문에 받을 수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애플 사용자가 거는 페이스타임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일반 전화는 서로 다른 통신사여도, 제조사여도 받을 수 있지만 데이터망을 사용하는 영상 통화(혹은 IP 전화도 마찬가지)는 서로 같은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가입되어있지 않으면 서로 통화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대부분 특정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에 언제 어떤 환경이든 전화를 걸기에 번거롭습니다. 해외 출장 중에 가족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영상 통화를 시도할 경우 컴퓨터에 세팅하는 시간이 통화하는 시간보다 더 길 정도입니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인터넷만 연결되어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쓸 수 있다면? Firefox Hello는 그 답을 웹에서 찾은 것 같습니다. 사용하는데 별도의 플러그인이 필요하지도 않고 심지어 회원 가입조차 필요 없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영상 통화를 하는데 필요했던 기술적인 벽이 일차적으로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플랫폼간의 벽이 한차례 사라진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Firefox Hello를 사용하려면 파이어폭스 35 버전 이상이 설치되어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Firefox Hello 대화를 처음 시작하기 위해서만 필요할 뿐, 받는 사람이나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파이어폭스를 설치할 필요도 없이 WebRTC를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됩니다.(현재로서는 크롬, 파폭, 오페라 정도입니다.)

Firefox Hello를 처음 시작하려면 브라우저에서 스마일 모양의 아이콘을 선택하면 됩니다.

파이어폭스에서 스마일 모양의 아이콘이 보이지 않을 경우 메뉴를 눌러서 “사용자 설정”을 클릭하면 스마일 아이콘을 파이어폭스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폭스 헬로를 처음 클릭하여 “대화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영상 통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화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브라우저 구석에 영상 통화 창이 작게 표시됩니다. Firefox Hello를 시작하는 과정은 이게 다입니다. 물론 드래그하거나 화살표를 클릭하여 창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대화에 초대하고 싶으면 “링크 복사”를 클릭하여 통화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면 됩니다. 받는 사람이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고 있다면 별도의 설정 필요없이 해당 URL로 접근하면 통화가 시작됩니다. 영상 통화를 시작하기 전에 공유할 오디오와 비디오 장치를 묻는 창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상의 품질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물론 네트워크 속도에 영향을 받겠지만 이정도면 다른 서비스에 비해서도 상당히 훌륭한 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상 공개의 경우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을 경우 오디오로만 통화할 수 도 있습니다.(그리고 당연히 리눅스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대화나 브라우저를 종료해도 URL이 유지되기 때문에 URL을 유지해놓고 다른 컴퓨터에서 URL만 입력하여 접속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걸 이용하면 일종의 실시간 방송 같은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URL을 삭제해주면 완전히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페이스타임 수준의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사용하는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대역폭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웹 브라우저 상에서 이정도 실행이 가능하다는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용하기 위해서 가입해야하거나 설치해야하는 것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좋습니다.

맥OSX와 우분투 같은 마이너한 컴퓨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이러한 플랫폼 간의 벽을 허무는 시도 하나하나가 의미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플랫폼 독립(?)을 꿈꾸는 괴짜들에게도 또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가 되겠죠.

세상은 점점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그 너머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이 중요해질 수록 세상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특정 한 기업 혹은 주체를 종속되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앱스토어의 앱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힘겹게 개발한 앱이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앱스토어의 심사에서 탈락하거나 구글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내려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건 비단 개발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도, 서비스 벤더들도, IT 세상을 이루는 모든 주체가 어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세상은 좋을 수 없습니다. 어떤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될 수록 이런 상황은 심해지겠죠.(90년대~200X년대를 지배했던 윈도우즈를 보면 더 확실해지겠죠)

플랫폼을 넘을 수 있는 대안은 현재로서는 제가 보기엔 딱 두가지, 웹과 리눅스입니다. 웹상의 모든 코드는 어떤 플랫폼에서 실행하든 동일합니다. 웹 세상에는 Firefox Hello처럼, 한번 만들어두면 어떤 운영체제에서든 동일하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로컬 자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우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HTML5와 새로운 웹 표준은 이런 한계를 빠르게 돌파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독립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기업에게도 필수입니다. 외국의 유명 서비스를 가진 기업들은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를 특정 플랫폼 탈출의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마존, 스팀, 구글 크롬 같은 사례들이 좋은 예입니다. 아무리 스팀 서비스가 훌륭해도 윈도라는 플랫폼에 종속되어있다보면 윈도 자체의 앱 플랫폼에 언제가는 밀릴 위험이 있습니다. 밸브는 스팀OS로 스팀을 윈도라는 플랫폼에서 독립시키려 하고 있죠. 구글의 크롬 OS도 이런 비슷한 예입니다.

플랫폼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기존 시장에서 플랫폼으로 경쟁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에서도 기존 플랫폼 경쟁자들(구글과 애플)이 너무 강력해서 아마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살아남긴 힘들겁니다. Tizen이나 우분투폰 같은 시도도 성공하기엔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을 넘어서는 시도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최근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진 MS가 플랫폼을 넘어서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파는 것처럼 말이죠.

마무리가 쓸데 없이 길어졌는데 -_-;; 그런 세상에서 Firefox Hello의 시도는 그만큼 의미가 큽니다. 구글이 플랫폼 악마가 된 지금, 웹 세상에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곳도 Mozilla 밖에 없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