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스마트 워치 Ai-Watch Z20 리뷰

어느날 집에 와보니 못보던 시계가 하나 있었습니다. 단박에 스마트워치라는 것을 알았죠. 아버지가 중국에서 오시는 길에 사오신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때론 저보다 신기술을 받아들이시는 속도가 빠릅니다.(그러고보면 아이폰도 저희 아버지가 저보다 훨씬 먼저 구매하셨습니다.)

아마 이 시계는 제가 세계 최초로 리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조사도 불분명하고, 인터넷에서는 변변한 리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Shenzen 등에서 제조되는 짜가 중국산 제품들이 이렇구나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일단 이 시계, 처음에 봤을 때는 중국산 치고 디자인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다 싶었죠.

전원을 넣어 보니 조금 더 확실해집니다. 이건?!

위 이미지는 갤럭시 기어2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제품은 말그대로 “짝퉁” 갤럭시 기어2입니다. 디자인 싱크율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이 시계에는 제대로된 제조사 설명이나 모델명도 없습니다. 대표적인 중국산 짝퉁 제품의 행태입니다.

다만, 이 제품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배터리 커버를 열어서 보면 SIM 카드를 넣는 곳이 보입니다. 이 시계, 아니 전화기는 시계 모양의 전화기입니다. SIM 카드가 들어가기 때문에 핸드폰 연동 없이 시계 자체로도 전화를 할 수 있고 무려 문자도 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스마트워치처럼 블루투스 연결로 전화를 하거나 음악 재생앱을 컨트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 아이폰이라 테스트할 수 없었지만 안드로이드의 경우 전용 앱을 설치하면 알림 연동과 원격 카메라 셔터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계를 착용한 모습입니다. 디자인은 갤럭시 기어2와 거의 같기 때문에 꽤 좋아보입니다.

이 시계는 운영체제가 별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피쳐폰 수준입니다. 시계는 미리 설치되어있는 시계 정도 밖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액정 수준이 조악하기 때문에 바늘 시계를 설정해두면 웬지 더 허접해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판매 사이트 등에서 IPS 디스플레이라고 나오는데 누가봐도 시야각에 따라 색상 반전이 돋보이는 TN 패널입니다.)

이 시계에는 30만화소 짜리 카메라도 달려있지만 품질은 조악한 수준입니다. 다만 신기한 기능이 하나 있는데 화면이 모두 꺼진 상태에서 화면을 두번 두드리면 사진이 찍힙니다. 중국에서 만들었으니 셔터음이 나지도 않죠. 좀 위험한 기능일지도 모르겠네요.

위 사진은 시계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왼쪽에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는 부분이 보이는데요, 저 부분은 카메라 렌즈 위치를 지나치게 위쪽으로 잡아서 가려지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마감의 한계가 보입니다.

나름대로 있어야할 기능은 다 있는데요, 카메라 뿐 아니라 동영상 촬영, 동영상 재생, 미디어 갤러리, 녹음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도 지원합니다. 1인치 화면에서 보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뭐 있으나 마나겠지만 녹음 정도는 쓰일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참, 이어폰을 연결하면 FM 라디오도 수신할 수 있습니다.

나름 웨어러블이니 건강 관련 기능을 빼놓을 수 없겠죠. 이 시계는 건강 관련 기능으로 만보계(…)와 슬립 모니터 툴을 제공합니다. 만보계는 사실 거의 기본에 가까운 툴이고 슬립 모니터 같은 경우 시계를 차고 자지 않으니 거의 있으나 마나한 기능입니다.

밖에서 나름 하루종일 차고 돌아다녀 봤는데요, 배터리가 벌써 1/3이 닳았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G센서를 이용해서 시계를 볼 때 액정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되어있지만 실제로 기능이 잘 동작하지도 않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전용 앱을 설치할 수 없어서 알림을 받을 수 없지만, 어차피 한글은 다 깨져서 나오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입니다. 전화 받는 용도나 문자알림, 음악 리모컨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이어팟에 비해 무선이라는 것 빼곤 그 어떤 메리트도 없습니다.

이 시계는 여러모로 제대로된 스마트워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당분간 사용할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과 무게입니다. 일단 제대로된 스마트 워치를 사기 전까지 사용해보는 용도로는 충분할 것 같고, 디자인도 갤럭시 기어2를 완벽하게 카피했기 때문에 일단 차고 다니기에 모양과 착용감이 꽤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무게 부분이 꽤 인상적인데요, 이 시계의 무게는 45g입니다. 스스로 전화까지 되는 장비 치고는 상당히 가볍습니다. 흑백 디스플레이의 페블이 38g, 갤럭시 기어1이 75g, 갤럭시 기어2가 55g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가벼운 무게임을 알 수 있죠. 심지어 제가 원래 차고 다니던 아날로그 시계보다 훨씬 가볍네요.

이 시계는 아마존 등에서 $ 58 ~ 89 정도에 판매중입니다. 이 시계가 갖고 있는 스마트워치로서의 기능을 봤을 때 썩 매력적인 가격은 아니지만 시계 모양의 전화기라고 생각해보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라면 절대 돈주고 사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사실 여러모로 공격하긴 했지만 연동되는 스마트폰 필요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시계 모양의 전화기라는 점은 정말 독특합니다. 사실 중국에서 나오는 이런 스마트 워치들은 대부분 이런 시계 모양의 전화입니다. 전화 기능을 이 작은 장치에 구겨 넣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알림 연동 기능 밖에 없는 안드로이드 웨어에 비하면 정말 많은 기능을 지원하지만 가격은 절반 정도입니다. 디자인은 완전 카피라 떳떳하지 못하지만 이런 제품을 양산해내는 제조 능력은 살짝 무서워질 지경입니다.

더불어 이 허접한 기계를 써보니 애플 워치가 좀 더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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