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ace for the Unbound

오랜만에 인디 게임을 하나 구매해서 즐겼습니다. A Space for the Unbound 라는 제목의 인도네시아 게임입니다. 그러고보니 인도네시아 게임은 처음인 것 같네요.

이 게임을 접하게 된건 앱스토어에 새로 나온 게임 항목이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할 게임을 찾던 중에 사연 많아 보이는 여학생의 얼굴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뭔가 이 장면 때문에 시작하게 된..

픽셀 기반의 게임에 요즘 보기 힘든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라 더 관심이 갔고, 프롤로그 플레이 후 바로 구매했습니다.

픽셀 그래픽 게임 답게 주인공은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는 평면적인 게임입니다. 물론 정해진 장소나 다른 길을 갈 때 위 아래로 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아래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고전적인 방식의 게임 방식이 좀 답답할 때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가 중요한 이 게임에서 이야기 자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주인공 “아트마”는 “니르말라”라는 소녀와 함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니르말라”는 집에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캐릭터입니다. 아트마는 그런 니르말라 옆에서 니르말라가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도와줍니다.

어느 날 비가 많이 와서 불어난 강물에 빠진 니르말라를 구하려다 아트마가 오히려 강물에 휩쓸립니다. 강물에 휩쓸리다가 정신 차려보니 아트마가 다니는 학교에서 눈을 뜨게 되었고 아트마의 앞에는 “라야”라고 자신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학생이 나타납니다.(맨 위 스크린샷의 처자) 아트마는 기억에 없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라야와 학교 생활을 이어 갑니다.

…까지가 무료 버전에 포함된 프롤로그의 내용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붉은 책이라든지, 시공간의 균열을 열 수 있는 마법봉이라든지 아트마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비합리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걍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주인공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게 꽤 많습니다) 딱히 세계관에 대한 설명도 없어서 초반과 중반에 몰입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저도 스토리의 구조가 어느정도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몰입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문제가 생기면 마법책을 열고 —> 심층 다이빙(마음 속으로 들어가기) —> 문제 해결의 패턴이라 살짝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려다보면 결국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어서 자세히 언급은 어렵지만, 제가 10대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어쩌면 지금도 갖고 있을지 모르는) 마음의 문제와 게임의 내용이 맞닿아 있어서 와닿는게 좀 남달랐습니다. 게임 속 주인공은 결국 용기를 내서 맞서기로 하고 극복하지만 저는 아직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 했다는게 차이랄까요.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 때문에 인디 게임임에도 메타 크리틱 88점을 받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그래서 온갖 플랫폼으로도 다 출시되었는데, 닌텐도, 엑박, 플스, PC, iOS, 안드로이드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되었습니다.

어드벤처 장르와 간단한 퍼즐을 좋아하시고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쯤 플레이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게임 답게 90년대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장점입니다.

덧. 게임 개발자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요상한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놨는데, 마을에서 만나는 고양이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쓰다듬어줄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20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등장하는데 지나치지 않고 한마리씩 이름을 지어주어야 달성할 수 있는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진 엔딩을 보려면 달성 필수)

덧2. 저 같은 경우 게임을 접한건 iPadOS 쪽이었지만 실제 구매는 스팀으로 구매했습니다.(할인 땜에..) 스팀 여름 세일 기간인 현재 45% 세일 중입니다.(현재가 최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