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는 아이패드 미니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폰6에 더 관심이 가지만, 애플이 만든 최초의 패블릿(폰 + 태블릿)인 아이폰6 플러스의 존재에도 관심이 간다. 과연 아이폰6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어느정도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에서는 이미 갤노트가 패블릿 시대를 처음 열었고, 7인치대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상당 부분에서 대체하고 있다. 애플 생태계로 넘어와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글을 진행하기 전에 밝혀둘 사실은 내 수중에는 아이패드 미니만 있지, 아직 아이폰6 플러스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실물을 보지도 않은 상태이다. 철저히 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실제 물건을 보게 된다면 달라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용도

먼저 아이패드 미니가 하는 일과 아이폰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좀 간단해질 것 같다.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나는 주로 컨텐츠를 보는 일을 하지만, 간단하게 컨텐츠를 편집하는 역할도 한다. 아이폰은 주로 메시징, 전화, 음악 등의 작업을 하며, 게임은 주로 아이패드로 하는 편이다.

아이폰은 주로 이동 중에 사용하며, 아이패드 미니는 집에서 소파, 침대에 앉았을 때 많이 활용하는 편이고 대중교통 사용 중에도 꺼내놓기에 좋다. 아이패드 미니의 크기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이동 중에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각자 하는 일과 사용하기에 어울리는 장소를 종합해보면, 아이폰은 아이팟 + 전화기 + 미니 컴퓨터가 결합된 디바이스로서 어울리고, 아이패드 미니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앉아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전자책, 혹은 가벼운 랩탑 정도까지 대체하는 느낌이다.

화면 크기

일단 아이폰6 플러스와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크기를 비교해보자. 아이폰6 플러스는 5.5인치고, 아이패드 미니는 7.9인치로 수치상으로는 2.4인치 정도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화면 크기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인치라는 단위는 화면의 대각선 길이를 재는 단위로서 실제 화면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는 아니다. 수치상으로는 2.4인치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iOS 기기의 크기를 비교한 PDF 파일로 비교해보면 아이패드 미니 위에 아이폰6 플러스를 가로로 눕힌 상태에서 아이폰6 플러스를 두대 정도 더 놓을 수 있다. 실제로 아이폰6 플러스에 비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크기가 2.5배 정도 더 크다.

인치 단위에 비해 화면 크기가 저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아이폰 6 플러스의 화면비는 16:9인데 반해, 아이패드의 화면 비는 4:3이기 때문이다. 이 화면 크기는 문서나 책을 볼 때 큰 차이가 난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종이의 가로 세로 비율이 4:3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거나 문서를 보는 목적에서 아이폰 6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16:9 화면비는 동영상 재생시 화면에서 낭비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영상을 볼 때 체감되는 화면 크기는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폰6 플러스가 서로 비슷할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에서는 동영상 재생시 많은 부분이 검은색 여백으로 낭비된다.

게임을 보자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크기도 충분히 장점이 되지만, 조작이 많이 필요한 액션 게임이나 어드벤쳐 등에는 화면이 너무 커서 조작하기 오히려 힘든 경우가 있다. 반면 리뷰를 보면 아이폰6 플러스는 마치 휴대용 게임기 같이 손에 착 감긴다.

가로 키보드(Landscape On-Screen Keyboard)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비슷하지만 UX와 디바이스 크기의 차이로 인해 사용하는 형태가 많이 달라지는데, 그 중 하나가 가로 키보드이다.

아이폰(상단)에서는 화면비가 16:9이기 때문에 가로 상태 키보드를 사용할 때 키보드 외 영역은 거의 한줄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패드(하단)에서는 화면 비가 4:3 이기 때문에 가로 상태에서도 키보드 외 영역이 꽤 많이 남는다.

아이폰6 플러스에서는 아이패드처럼 가로 화면 모드(Landscape Mode)를 지원하지만, 키보드의 크기는 아이폰5와 똑같다.(대신 남는 공간에 다른 키들이 들어간다.) 화면이 커지긴 했지만 화면비는 아이폰5와 동일하기 때문에 키의 크기 자체를 늘릴 경우 화면에서 보이는 영역이 남아나질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로 키보드만 비교해봤을 때 아이패드 미니는 책상에 놓고 랩탑처럼 타이핑이 가능하지만 아이폰6 플러스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두 기기의 생산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태블릿 앱(Apps)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둘 다 지원하는 앱이라도 태블릿 앱과 아이폰 앱은 서로 다른 UI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패드 쪽 앱이 아이폰 앱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갖고 있고, 큰 화면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


아이폰용 에버노트 앱


아이패드용 에버노트 앱

아이폰6 플러스에서 실행되는 앱은 당연히 아이폰 앱이다. 만약 앱이 아이폰6 플러스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아이패드처럼 가로 모드나 넓은 화면을 제대로 이용하는 앱이 나올 것이다.(iOS8의 애플 앱이 그렇듯)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앱은 아이폰6 플러스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최적화되지 않은 앱은 기존 아이폰 앱을 늘려놓은 것처럼 생겼다. 아이폰6 플러스의 넓은 화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UI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앱의 최적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빠른 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설계부터 새로해야하기 때문에 아이폰5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작은 화면을 가진 아이폰과의 호환성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완전히 동떨어진 UI가 나오긴 힘들 것이다.

결국 결론은 아이패드 미니의 태블릿 앱을 아이폰 6 플러스가 대체하긴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안드로이드와 가장 다른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는 핸드폰의 앱을 늘린 형태의 앱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패블릿이 상당 부분 태블릿을 대체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결론

아이폰이 화면이 커지다가 결국 아이폰 6 플러스까지 나오게 되었고, 아이패드의 화면이 작아지다가 결국 아이패드 미니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 두 기기는 화면 크기만 봤을 때 비슷해 보이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생각보다 구분이 뚜렷하다. 아이패드 에어와 맥북 에어 11인치처럼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성격히 상당히 구분된다.

내가 간접적인 정보를 통해 내린 결론은 아이폰 6 플러스는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아이패드 미니를 대체하긴 힘들 것 같다는 것이었다. 게임이나 동영상, 웹 페이지 같은 컨텐츠를 보는 것에서는 어느정도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앱과 사용성에서 여전히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이패드 미니나 혹은 아이패드 에어를 갖고 있다면 아이폰 6 플러스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은 그정도만 대체해도 이미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 6 플러스에 상당 부분 잠식될 것이다. 아이폰은 핸드폰으로서 “필수품"에 가깝지만 아직까지 아이패드는 없어도 되는 "사치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태블릿이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 나라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 커다란 iOS 기기가 필요한데 태블릿을 따로 사긴 싫다 : 아이폰 6 플러스가 적합하다.
  • 커다란 iOS 기기가 필요한데 이미 스마트폰이 있다 : 아이패드 미니가 적합하다.
  •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업무 외에 사용할 시간이 없다 : 눈에 털날리게 바쁜 당신에게는 아이폰 6 플러스가 적합하다.
  • 소파나 침대에서 사용할 컴퓨터가 필요하다 : 당신은 아이패드 미니(혹은 에어)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동영상을 많이 본다 : 아이폰 6 플러스가 적합하다.
  • ebook이나 만화책 등을 많이 본다 : 아이패드 미니가 적합하다.
  • 게임을 많이 한다. : 어떤 게임이냐에 따라 다른데, 조작이 많이 필요한 액션, 레이싱, 플랫포머 류의 게임은 아이폰 6 플러스가 더 적합하고 시뮬레이션 류의 게임은 아이패드 미니가 더 적합하다.

나는 결국 이미 아이패드 미니가 있고 아이폰5도 아직 쓸만하기 때문에 아이폰6 형제는 패스하기로 했다. 아직 앱 최적화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여러 게이트가 터지고 있어서 모든 상황이 안정될 S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간접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아이폰 6 형제를 실물로 본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고 돈이나 받으라고 외칠 여지가 충분히 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