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결산…이라기 보다는 회고

역시 올해의 마지막은 결산으로 끝내야할 것 같아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 인생의 결산*사실은 회고)을 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기술 블로그에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마지막으로 점프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올해의 습관

작년부터 시작한 제 습관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하기” 입니다. 1년이 넘어가니 이젠 진짜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하루에 어떤 글이라도 꼭 쓰고 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매번 짧게 써야지.. 오늘은 그냥 몇줄만 쓰고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쓰다보면 그냥 할 말을 다해버리다보니 평균적으로 글 하나 올릴 때 최소 한시간 ~ 세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길게 쓴다고 좋은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 개인 공간이니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고 생각하고 막 쓰고 있습니다.

포스팅할 때는 AI를 아예 안쓰는데, 이건 제 취미 생활을 기계 따위가 대신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물론 번역할 때는 AI의 힘을 빌리긴 합니다) 글을 AI로 써버릴거면 뭐하러 포스팅을 할까요.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문장을 다듬고 그래도 읽을만한 글로 다듬어내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의 지식 노동자의 수행 방법 같은거랄까요.

그래도 제 공간이라고는 하나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이므로 약간이라도 의미가 있는 글을 올려야 하는데 요즘은 글 소재 찾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계속 의미 없는 글을 포스팅하는 것 같아 동시에 반성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불안

작년에도 결산에 썸네일에 “불안”의 얼굴을 크게 붙여놨었죠. 좀 불안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요. 작년의 바람과 달리 올해도 불안과 스트레스는 여전히 저와 같이 함께하는 동반자적(?) 생활을 같이 했습니다.

올해는 거의 대부분(특히 하반기)은 회사 일 때문에 극한의 스트레스를 경험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맡고 있던 파트의 업무에 더해 퇴사한 다른 팀 팀장 업무까지 넘어오면서 팔자에도 없는 겸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양까지 늘어나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매주마다 주요 임원 회의에 보고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오랜만에 회사 생활 위기라고 할 정도로 최악의 난이도로 치닫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뭔가 인정 받아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 영양가도 없습니다.

결국 조금씩이나마 불안을 이겨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상황은 다시 초기화되었고, 하반기는 몰려드는 일을 처리하고 불안과 싸워야 했습니다. 7월 8월 쯤은 거의 밥도 잘 못 먹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2024년에는 그래도 내년엔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보자했는데 감사는 커녕.. 원망의 1년이 되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의 건강

이렇게 살다보니 당연히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도 병원과 가까이하는 삶(?)을 살고 있었지만 어쩌다보니 이번 연말, 특히 12월은 병원을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하다보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졌습니다.

어차피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건강에 영향이 가면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래 맡고 있던 파트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놓은 팀이라 계속 끌고 가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는데, 결국 그건 제 욕심이었습니다. 어차피 새로 겸임한 쪽이 지금은 회사 입장에서 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다 버리고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버린다고 바로 버려지진 않겠지만 제가 놓을 수 있는 선택지는 이 것 밖에 없었고, 결국 제가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그러면 정말 더 중요한걸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올해의 지름

올해는 상대적으로 지름 포스팅이 적었는데 사실 인생 역대급 지름을 위해서였습니다. 올해의 최대의 지름은 바로 ”집“이었거든요.

올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덕분에 저희도 6년 동안 살던 전세집에서 나와야 했습니다.(집주인이 다주택보유자라서) 안그래도 계약이 종료되면 이사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이번에는 집을 사서 이사하고 싶었습니다. 결혼하고 계속 전세를 옮겨다니다보니 저희도 약간 지긋지긋했거든요. 이 불안정함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대부분 은행 것이라도) 내 집을 갖고 싶었습니다.

새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미 시행된 이후였지만 그래도 운 좋게 어찌어찌 잘 살 수 있었습니다.(타이밍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서울 안에서 말이죠.

결혼 초반에는 원룸에서 시작했었고, 언젠가는 산 꼭대기에서도 살았던 적도 있었던걸 생각해보면 이번 지름은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지름이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거의 받지 않고 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서요.

사실 불과 몇 년전만 생각해도 아득한 일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 집 걱정으로 남의 아파트 단지에 앉아서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있던게 불과 10년도 안된 일이었으니까요.

아득하기만 했던 일인 것 같은데 버티고 버티니 그래도 이런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정도면 스스로한테 잘했다고 칭찬해줘도 되겠죠.

올해의 이별

올해는 개인적으로 누군가와 이별해야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슬퍼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저한테도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계속 다가오고 있다는 감각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또 위의 회사 문제와 건강 문제가 같이 겹치면서 “이래 살아 뭐하나” 하는 슬럼프가 실제로 올 뻔 했습니다. 어차피 나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는데 이런데서 시간 낭비하는게 맞나 싶어서요.

하지만 어차피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없겠죠. 이런 이별 속에서 저희는 그저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많이 보고 싶어도 참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수 밖에요.

올해의 쓸데없는 고민

올해는 이 블로그에서도 흔적이 여실히 있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사이를 오가면서 어떤걸 주력으로 써야할지 고민해야했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2024년은 아이패드 프로를 살지 말지 고민했는데, 그때 고민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확히는 아이패드 프로를 주력으로 쓰는게 정말 맞는가 하는 고민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반쪽짜리 컴퓨터인 아이패드 프로를 메인으로 쓰는게 맞는가 싶은거죠. 맥북 에어라는,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진짜 컴퓨터도 있는데 아이패드 프로는 좀 중복된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래서 사실 하나는 방출할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해도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요. 나온지가 좀 더 오래되었고 자주 안쓰게 되는 맥북 에어를 방출할 생각이었지만 맥북 에어는 맥 데스크탑으로서도 꽤 괜찮기 때문에 결국 지금도 둘 다 끌어안고 쓰는 중입니다. 맥북 에어는 (이동 가능한) 데스크탑으로, 아이패드 프로는 노트북 포지션으로요.

문제는 이게 상당히 쓸데 없는 고민이긴 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여러번 생각해도 두 기기다 저한테 주는 가치가 분명 있고, 특히 아이패드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스마트폰보다도 오래 쓰는 기기임에도 여전히 반쪽 컴퓨터라는 다른 사람이 정한 프레이밍 때문에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교적 명확하게 정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제 주력 컴퓨터가 되었죠. 맥북 에어도 쓰긴 하지만 웬만큼 맥OS가 필요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의 작업은 아이패드 프로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해서 써야하나’ 싶을 때가 가끔 있지만 그래도 시장에 이정도 성능에 이정도 휴대성을 갖춘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서요.

마무리

2024년에 바랐던 것과 달리 올해도 불안과 건강, 그리고 쓸데 없는 고민들이 함께했던 한 해였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불안이 좀 줄어들기를 바랐지만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져서 제 올해 하반기를 거의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안해도 우선순위라는게 있습니다. 일단 제가 있어야 모든 게 있는거니까요. 그래서 저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걸 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게 제가 2025년에 배웠던 교훈입니다.

2026년은 이 교훈을 잘 살려서 좀 더 열심히 하는 척하며 설렁설렁 살겠습니다.

검색이 아니라 이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어주시겠죠. 2025년에도 감사했습니다. 염치 없지만 2026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덧. 딴소리지만 오늘은 국가 건강 검진을 받는 날이었는데, 수면 내시경 약의 효과인지 시원하게 넘어졌습니다. -_- 수면 내시경 받는 날은 운전하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