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7 애플 발표에 대한 생각들 :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애플의 고민

9월은 아이폰을 위하여 완전히 헌신하는 달이라면, 10월은 애플의 컴퓨터 라인이 소개되는 시기입니다. 보통 6월에 맥북 에어 새 모델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애플의 주요 맥 라인과 아이패드 라인은 10월에 소개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발표 전반부는 iOS8과 OSX 10.10의 기능과 서로간 연동 기능에 대한 WWDC 복습이었습니다.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라 별로 새로운건 없이 흘러갔습니다. 대신 페더리기의 개그가 역시 돋보였던.

이번 발표의 주인공은 당연히 모든 신 기술을 때려박은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맥 레티나 모델이겠죠. 아이패드 에어 2는 기존보다 성능이 향상된 A8X 칩을 탑재하고 있지만 두께는 더 얇아져서 6.1mm가 되었습니다. 무게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이맥 레티나도 괴물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4K 해상도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대에 5K 해상도를 때려박은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습니다. HD 해상도의 7배이며, 4K 해상도보다도 큽니다. 묘미는 4K 해상도의 동영상을 창 모드로 1:1 픽셀 그대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기존 4K 모니터 가격이 약 200만원 ~ 300만원 정도 하는데 아이맥의 가격은 기본형이 309만원입니다. 4K 살돈으로 5K 디스플레이를 가진 고성능 컴퓨터 하나를 살 수 있습니다. 필요한 분야에서는 분명 크게 어필하겠지만 300만원짜리 컴퓨터는 저 같은 사람에겐 거리가 좀 멉니다.

저에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이패드 미니3이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 3은 디자인과 성능 모두 아이패드 미니 2세대 그대로인데 터치 ID만 탑재했습니다.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리프레시 수준의 업데이트입니다. 필 쉴러의 아이패드 라인 발표 때도 슬라이드 한장에 27초 정도의 시간만 할애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현재 아이패드 미니가 용량이 영 애매해서 아이패드 미니가 업그레이드 되면 용량을 높여서 옮길 생각이었는데 그 계획이 애매해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나온 애플 제품은 여러가지 조건으로 구매로 이어질만한 물건이 보이진 않네요.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구미레로 불립니다)는 아이패드 미니2로 개명하고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어쩌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는 기존 아이패드2처럼 꽤 오랫동안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리지날 아이패드 미니도 아이패드 미니 1로 개명하여 아이패드 라인업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이제 애플의 아이패드 라인업은 5개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제품 라인이 소비자에게는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바로 선택의 여지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5개 중에 "살만한 모델"을 고르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중 살만한 모델을 고르라면 아이패드 에어2와 아이패드 미니2를 추천하겠습니다.

아이패드 에어2는 말할 것도 없는 최신 태블릿이고, 아이패드 미니 2는 미니3과 사양이 동일한데 터치 ID만 빠진 모델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약 100달러(한국 가격 14만원정도)가 쌉니다. 터치 ID가 좋긴 하지만 저라면 걍 용량 높은 아이패드 미니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셀룰러를 살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미니1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격도 아이패드 미니2에 비해 6만원정도 밖에 싸지 않고 동일한 7인치 태블릿에서 저 정도 가격에 훨씬 좋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아이패드 미니로서는 2012년에 처음 야심차게 등장했다가 2013년에는 풀사이즈 아이패드와 동일한 사양을 탑재하여 경쟁했으나 이젠 다시 풀사이즈 아이패드보다 한세대 뒤쳐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같은 옆그레이드를 당한 맥북 에어처럼, 라인업이 정리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애플로서도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7인치 태블릿처럼 한세대 뒤쳐지게 해서 가격을 저가로 출발했지만 실제로 미니는 저가도 아니었고 사양도 좋지 않았죠. 그래서 다음 세대에는 레티나도 달고 사양도 동일하게 하여 고급화를 시도했지만, 다른 7인치 태블릿을 압도하기 보다는 아이패드 에어와 경쟁하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아이패드 미니의 세대를 한세대 늦춘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보다 휴대성이 좋은 애플 태블릿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아이폰 6 플러스도 충분합니다. 미니3보다 성능도 좋고 똑같이 터치 ID도 달고 있죠. 아마 이번에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면서 애플로서는 미니의 비중을 줄이기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번 발표로 오히려 아이패드 미니2가 가격이 내려가면서 7인치 태블릿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이 되었습니다. 만약 저도 이번에 아이패드 미니를 사게된다면 미니 3이 아니라 미니 2로 용량을 높여서 사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