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비디오 감성으로 추억 여행하기, Cassette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던 2007년만하더라도 스마트폰 초기라 아무 쓸데 없는 재미있는 앱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션 센서와 큰 화면을 이용해 가짜 맥주잔을 만들어주는 앱이나 휘두르면 광선검 소리가 나는 앱 같은 것들이 있었죠.

이제 20년이 지나 스마트폰에서 더이상 이런 재미있는 앱들을 찾아보긴 어려워졌습니다. 그냥 장난감 같은 앱이 나오기엔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일상에 너무 중요한 물건이 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돌다가 하나 그 시절 감성의 재미있는 앱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Casstte(카세트), 앱 이름부터가 벌써 추억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이 앱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사용자의 사진 보관함에 저장되어있는 동영상을 랜덤으로 가져와서 홈비디오 스타일로 재생해주는 겁니다. 어떤 영상을 볼지는 고를 수 없고(수동 선택 기능은 유료 기능) 연도별로 혹은 전체 보관함에서 랜덤으로만 재생할 수 있습니다.

연도를 선택하면 비디오 테이프가 나와서 TV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됩니다. 그러고보면 저렇게 TV랑 비디오가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TV를 어릴 때 되게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렇게 선택하면 영상이 작은 TV에서 재생됩니다. 아래에는 영상을 컨트롤하는 버튼도 있는데 워크맨 같은 카세트 컨트롤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상을 저 작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건 아니고 TV를 터치하면 옛날 홈비디오 느낌의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날짜랑 시간이 찍히는 저 부분도 정말 옛날 감성이네요. 저희 집에도 옛날에 저렇게 날짜가 표시되는 캠코더가 있었더랬죠. 물론 저거보다 글씨도 훨씬 크고 투박했지만요.

이 앱의 기능은 이게 다입니다. 최첨단 장비에서 옛날 감성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진 보관함 속 잠들어 있는 영상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거죠. 무료 버전에서는 랜덤 재생 밖에 안되지만 오히려 이게 더 의외성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한참동안 옛날 영상을 보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캠코더를 TV에 연결해서 이렇게 홈 비디오를 봤어야 했습니다. 일반 비디오와 호환되는 비디오 테이프와 호환되는 캠코더도 있었지만 이러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휴대성 좋은 캠코더(주로 일본 쪽)는 독자 규격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캠코더를 통해서만 봐야했죠.

요런 느낌이지만.. 예전 캠코더는 이것보다 훨씬 컸다는

그러고보면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 찍었던 그 많은 영상들은 디지털화가 되어있지도 않고 호환되는 재생기도 없어서 그냥 장롱 속에 묵혀 있네요.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풍화 때문에 언젠가는 손실될텐데 말이죠.

80년대 90년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요즘 유행하는 가짜 레트로 감성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앱은 랜덤하게 영상을 가져와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컨셉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왕이면 화질도 그 시절 홈비디오 영상처럼 다운그레이드 해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네요.

이 앱의 이름은 ‘Cassette’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카세트’라고 하면 워크맨이나 라디오에 들어가던 카세트가 떠올라서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권에서는 “비디오 테이프”를 “Video Casstte”로 더 많이 불렀던 모양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질대로 성숙해진 요즘이지만 에전처럼 이런 재미있는 앱들도 더 많이 나와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Cassette앱스토어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