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넷플릭스에서 <한국이 싫어서>를 봤습니다.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짐작되는 내용이라 보고 싶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있었네요. 고아성이 나오길래 상업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독립영화였습니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딱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주계나’는 무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사는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사는 것도 만만치는 않지만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학위도 따지만, 이런저런 현실의 문제가 발목을 계속 잡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 결말은 두가지 중 하나가 될거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일단 1) 어딜가든 다 똑같다, 한국만큼 좋은 나라가 없다 이거나 2) 한국을 나갔더니 진짜 좋더라. 이 영화도 영화가 전개상 1)로 흘러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비교적 일찍 뉴질랜드로 떠나는데다 거기에서도 온갖 인종차별, 법적 이슈로 고생하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1)도 아니고 2)도 아닌 결말로 마무리 합니다. 어딜가든 똑같이 괴롭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사는게 나았냐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연인이 그립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언제든지 돌아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나는 돌아오지 않기로 선택합니다.(정확히는 영화상에서 선택을 내리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런 부분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결론도 내리지 않고 교훈도 주지 않습니다. 그저 한국에 있을 때 겪는 현실적인 문제와 뉴질랜드에서 이민자로서 겪는 문제들을 보여주고, 이후는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기로 합니다. 어딜가든 괴로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문제는 ‘어디에서 사는게 견딜만할까’ 인 것 같습니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해본적은 없지만 나름 유럽에서 한달동안 돌아다녀본 결과 실제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계나처럼 20대 여성으로서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를 겪는 경우는 더 힘들겠죠. 그렇다고 고향인 한국은 지옥이고. 언젠든 돌아올 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 없는 처지인 경우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덧. 주인공 계나를 연기한 고아성의 연기도 좋았지만 영화상에서 같은 유학생으로 나오는 재인(주종혁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유학생이 그렇진 않겠지만 웬지 나사가 빠지고 막 사는 것 같은데 또 나름 뚜껑 열어보면 열심히 사는 그런 캐릭터인데, 진짜 현실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