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노트북은 왜 포트를 두려워할까

IT World의 기사

보급형 노트북에는 포트가 충분하고, 프리미엄 노트북은 포트를 제거해 가격을 올리고, 비즈니스 노트북은 다시 포트를 넣어 비싸게 판다. 이것이 지금의 시장 구조다.

이런 상황이 애플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맥북은 오히려 ‘럭셔리 윈도우 노트북’보다 더 많은 포트를 제공한다.

우선 모든 맥북에는 오디오 잭이 존재한다. 반면, 레노버 요가 슬림 9i 14와 요가 북 9i 등 일부 고급 모델에는 헤드폰 잭이 완전히 빠져 있다.

물론 애플은 USB-A 포트를 제거했으며, 기본형 맥북 에어에는 썬더볼트 4(USB-C) 포트 2개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북 프로 전 모델에는 HDMI 포트와 SDXC 카드 슬롯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애플은 문제가 아니다. 3,000달러가 넘는 전문가용 노트북에서 HDMI를 없앤 것은 PC 제조사다. 오디오 잭이 필요 없다고 결정한 것도 PC 제조사다. 심지어 애플조차 전통적인 3.5mm 단자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 노트북일 수록 포트가 사라져가는 추세에 대한 글입니다. 글에서는 노트북이 비싸질 수록 포트가 사라지는게 애플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저는 애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엄 노트북에서 포트가 사라지는 데 일조를 한건 최초의 맥북 에어였으니까요.

2008년에 출시된 맥북 에어는 지금의 맥북 에어처럼 보급형 라인이 아니었습니다. SSD 탑재 모델은 320만원이 넘어가는(지금 기준으로도 헉 소리나는) 최신 기술이 모두 집약된 프리미엄 모델이었죠.

당시에는 노트북이 휴대성이 미덕이었습니다. 무게와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이는데 모든 역량을 쏟았죠. 노트북의 본질은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였고, 사실 그 당시만해도 쓸만하게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장치는 노트북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당시만해도 내로라하는 제조사들은 휴대성을 높이는데 집중했죠.

상황이 바뀐건 스마트폰이 나오고 발전하면서 였습니다. 휴대하면서 쓸만하게 쓸 수 있는 컴퓨터의 역할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기기들로 옮겨가면서 노트북에서 휴대성 강화라는건 최우선 과제가 아니게 되었죠. 노트북이 스마트폰보다 잘하는건 “생산”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결국 노트북에서는 휴대성보다 책상이나 무릎에서의 사용성과 기능성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애플도 맥북 프로를 점점 맥북 에어처럼 만들다가 조너선 아이브가 퇴사한 이후 HDMI 포트와 SD 카드 등의 포트를 다시 부활시켰죠. 휴대성 영역은 맥북 에어 쪽이 맡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맥북 에어도 요즘 휴대용 노트북 치고는 무거운 편이라 휴대성보다는 사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프리미엄 노트북에서 포트를 없애기 시작한건 애플이었지만, 정작 애플은 달라진 노트북의 역할을 깨닫고 휴대성보다는 사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돌아선 반면, 다른 제조사들은 아직도 2008년의 맥북 에어처럼 휴대성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26년에는 맥북 프로가 새롭게 리뉴얼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기사처럼 다음 맥북 프로에서도 HDMI 포트와 SD 슬롯을 남겨둘지, 아니면 이번에는 변덕으로 휴대성을 강화할지 기대 됩니다. 솔직히 아무리 휴대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맥북 프로는 요즘 노트북 치고 좀 무겁긴하거든요.(…)

덧.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휴대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전히 맥북 에어 11인치(또는 12인치 맥북)의 후속기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