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블로그에는 뒤늦게 지름신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지름 신고 할 때만 텀블러에 들어와서 포스팅하는 것 같네요 ㅠㅠ 꽤 긴시간의 고민 끝에 아이패드 미니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아이패드 미니가 아니라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입니다. 그동안 아이패드 미니를 보면서 레티나가 아니라는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레티나를 달고 나오고,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와 속도 차이도 거의 없는 A7을 달고 나왔으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이로서 저는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를 손에 쥔 자칭 애플까가 되었습니다.)
가장 고민했던 것은 역시 아이폰과 맥북 에어 사이에서의 사용 용도간의 간섭이었지만.. 의외로 한 2주 정도 들고다녀보니 명확하게 구분이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이 글에서는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리뷰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고민은 좀 했지만 결국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랑 아이패드 에어가 국내에 출시된 12/16에 온라인 애플 스토어에서 바로 구매하였습니다. 이미 에그를 쓰고 있고, 가격도 저한테는 상당히 중요한 측면이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그렇다고 해도 50만원..) 16기가 Wifi 버전으로 구매하였습니다.
아이패드 미니에 탑재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름답습니다. 아이팟 터치 4세대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봤지만 이렇게 큰 화면에서 본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 놀랍네요. 7.9인치라는 화면은 들고 읽기에 가장 적합한 사이즈라는 리뷰를 봤던 것 같은데 확실히 책을 읽거나, Flipboard로 만들어진 잡지 형태의 기사를 읽기에 좋습니다. Flipboard는 아이폰에서도 많이 쓰고 있지만 아이패드에서 오니 확실히 아이패드를 위한 앱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간편하게 손에 잡히면서 살아움직이는 잡지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정작 아이패드를 사고 가장 감동한 부분은 게임인데요 ==;; 아이폰에서 샀던 저렴한 게임이나 컨텐츠를 아이패드에서 더 큰 화면으로 해보니 PC에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맥북 에어로는 이동하면서 게임한다는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이패드로는 게임을 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더군요.(물론 아이폰으로 할 때보다 주변에서 화면을 훔쳐보는 일이 많긴 합니다.) 아이패드를 일부에서는 게임기로 부른다는 것을 이해하였습니다.(역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스프링필드)
아이패드 미니의 두께는 아이폰5와 똑같은 두께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전세대보다는 0.3mm 정도 두꺼워지고, 무게도 20g 정도 무거워졌습니다. 회사에서 전 세대를 쓰시는 분이 계셔서 비교해봤는데 두께가 두꺼워진 것은 별로 체감이 안되지만, 무게는 다소 체감이 됩니다. 아이패드는 오히려 절반정도 가벼워졌는데 아이패드 미니는 무게가 더 무거워진 셈입니다.(하지만 디스플레이랑 성능이 모든 것을 용서합니다.)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는 336g인데, 이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성 좋은” 맥북 에어의 1/3에 불과하며, 극심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이패드 에어와 비교해도 100g 정도가 가볍습니다. 다시 말해, 공기(Air)보다 가볍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서 쓸 때나, 침대에 누워서 쓸 때는 팔에 약간의 부담이 옵니다. 노트북이나 컴퓨터 같이 몸과 수직으로 세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다면 거치대나 스마트 커버 같은 제품은 반드시 필수일 것 같습니다.
A7이 64비트 CPU라 그런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iOS7에서 앱 튕김이나 OS가 재시작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기타 제품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지만, 아이폰5나 맥북 에어는 한달 정도를 재부팅할 일이 없었던 것을 보면 애플 제품치고는 좀 자주 일어나는 편인 것 같습니다. 64비트로 컨버팅을 한 사파리나 아이포토 같은 애플 기본 앱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Wifi 버전이라 인터넷 연결에 어려울 것 같지만, 연속 사용 시간 12시간에 달하는 에그가 옆에 있고, 또 아이폰과 테더링도 훌륭하게 붙기 때문에 생각보다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에그가 안되는 수도권 지역을 벗어나면 아이폰이랑 테더링을 계속 해야 되는데 데이터가 불안하긴 합니다.(하지만 이건 데이터 쉐어링을 해도 마찬가지..)
테더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5800에서도 Joiku Spot이라는 Wifi 테더링 도구가 있었지만 3G에 느린 두뇌를 갖고 있던 5800 때와 아이폰의 테더링 경험은 사뭇 다릅니다. 배터리도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편이라 그냥 핫스팟을 켜두고 다니다 아이패드를 켤 때마다 자동으로 붙으니 상당히 쓸만합니다.
다만 아이폰이나 에그로 Wifi 테더링을 할 때 이동 중일 경우 아이패드 미니에 있는 M7 프로세서가 이동 중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Wifi에 붙는걸 막아서 –– 연결하는데 살짝 오래걸리거나 수동으로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타블렛 PC 형태의 기기를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상당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1세대 타블렛 PC인 p1510도 있었지만 이 녀석은 키보드가 붙어있는 스위블 노트북이었으므로..) 처음 구매했을 때는 긴가민가 했었지만 앱스토어에 있는 아이패드 전용 앱들이 아이패드의 사용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53에서 만든 Paper 같은 앱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아이패드를 들고 뭔가를 하고 있는(주로 게임하지만) 제 모습을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SF 영화나 모 대기업의 미래 컨셉 동영상에서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휴일에 전화가 와서 화장실에서 아이패드로 회사 일을 처리했던 경험은 2000년 들어 처음으로 “21세기에 살고 있구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짜릿했습니다.
원래는 타블렛 PC가 주는 사용자 경험에 대하여 할 말이 좀 더 있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지금도 충분히 길거든?) 일단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리뷰랑 타블렛 PC를 처음 쓰는 소감을 나누어서 이 글에서는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리뷰만 올립니다.
PS. 그나저나 텀블러는 긴글 쓰기에 안어울려서 글 호흡을 줄이려고 일부러 텀블러로 이사온건데도 불구하고 장문을 쓰고 있네요. =_=
아이패드에 있는 Flipboard는 제가 클립 하고 있는 블로그와 동일한 이름의 잡지입니다. 구독 부탁드립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