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이슈의 원인을 찾다

저에겐 Sonos 스피커의 Airplay 오류처럼 오랜 삽질 과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동으로 백업되는 타임머신 백업 환경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맥OS를 처음 썼던 때부터 시도해왔던 일인데 매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은건 타임 캡슐처럼 무선 환경으로 백업되는 환경이겠지만 제가 가진 장비 내에서는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애플도 타임캡슐 같은 악세사리는 중단한지 오래기도 하구요. NAS를 사면 될 일이지만 되도록 갖고 있는 장비에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iptime의 간이 NAS 기능으로 어떻게든 구축하고자 했지만 꼭 백업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디스크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무선 연결이 불안정하다보니 아무래도 연결이 되었다 끊어졌다하면서 발생하는 이슈로 보였습니다. 백업하다가 디스크 이슈로 매번 포맷하고 다시 하고 하다보니 이럴거면 뭐하러 백업하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이동식 컴퓨터의 역할을 주로 아이패드 프로가 맡게 되면서 요즘은 맥북 에어가 맥 데스크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적어도 맥북 에어가 거치되어있는 동안에는 USB 연결로 안정적인 타임머신 백업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맥북 에어랑 외장하드를 이용해 백업 환경을 만들었고 작년 4월부터 안정적으로 백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디스크 이슈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선으로 연결한 상황이었는데도 마운트가 해제되었다가 연결되기도 하고, 마운트 될 때까지 오래걸리다가 결국 마운트가 안되는 현상까지 발생한거죠. 디스크 복구까지 시도해봤지만 복구도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그동안의 백업을 다 날리고 다시 포맷해야 했습니다. 유선에서도 이러니 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그런데 오늘 집에 있는 낡은 외장하드를 폐기하기 위해 정리하다가 그동안 타임머신 백업용으로 썼던 하드 디스크의 제조일을 봤더니 무려 2012년 10월에 제조된 모델이었습니다(…) 무려 13년된 하드디스크에 백업을 하고 있었던거죠.

물론 하드디스크의 수명이야 사용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하드디스크의 경우 꽤 오랫동안 NAS에 연결되어있었던 하드디스크였기 때문에 사용량이 적지도 않았을겁니다. 즉 이미 언제 망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거죠. 게다가 고장율 높은 2.5인치 하드디스크라..

ChatGPT 등에 물어보니 일반적인 개인용 하드디스크의 수명은 3 ~ 5년(Backblaze 자료)이라고 하니 이미 2 ~ 3배는 더 오래쓴거였습니다. 그동안 고장나지 않고 백업되었던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던거죠.

지난 번 공유기 때도 그랬지만 주변 기기에도 엄밀히 수명이 있는데 그걸 간과하고 계속 끌어안고 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내줘야 하는 것들은 슬슬 보내주는게 안전한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쓰다가 중요한 데이터와 시간을 날리게 되는거죠.

이 하드디스크는 결국 폐기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SATA SSD로 타임머신을 만들어 백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SSD도 좀 오래된 것 같은데.. 그래도 SSD는 하드디스크보다 수명이 좀 더 길긴 하니까요.

하지만 이래도 완전한 백업은 어려워서 아무래도 조만간 백업 시스템을 SSD로 바꾸고 NAS도 들이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덧. 그러고보니 이 하드디스크 좀 알아보니 재생하드디스크였군요. 크로바 하이테크 업체 자체가 삼성 하드 디스크를 재생해서 만들던 곳이라고(…) 지금까지 어째 잘도 버텼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