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대한 이야기

며칠 전 요즘 유행한다는 ChatGPT Roast 놀이를 가상 인물로 해봤는데, 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도 어느정도 제 프로필과 유사하게 만든 것인지,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을 쓴다는 내용, 블로그를 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가 있어서 좀 거시기 하더군요. 물론 제가 생산성과 관련된 글을 포스팅하지는 않으니 가상 인물이 맞긴 했지만요.

인공지능이 쓴 글을 보면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고 있다고 비꼬는데, 사실 그것도 어느정도 제가 바라는 삶이긴 합니다. 전세계 어디든 카페와 Wifi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고 있고, 제가 가진 장비들도 그에 맞게 세팅하는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버렸거든요. 여행용 장비 세팅을 최적화한다거나, 아이패드를 어디에서든 일하기 좋게 만들어놓는 것도 그 생각의 연장인 것 같습니다.(물론 현실은 매일 출근하는 삶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휴일에 카페 같은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취미도 가져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휴일이라도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내보는 거죠.

최근 동네 근처를 비롯해 여러 카페를 다녀보고 있는데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펴놓고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 대학교 졸업하고 난 다음에도 책 쓴다고 이런저런 카페를 다니면서 작업했는데 그때도 노트북하기 좋은 카페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영업을 안하다보니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는 곳도 달라졌고 말이죠.

원래는 동네 카페에서 주로 있었지만 이런저런 카페를 좀 더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계속 다녔던 동네 카페

여기저기 다녀보니 몇가지 기준이 생기더군요.

  1. 일단 넓은 카페여야 할 것
  2. 대형 프랜차이즈 또는 대형 카페의 직영점
  3. Wifi와 좋은 자리

1번 조건은 꼭 노트북을 하지 않더라도 제 취향인데, 서울 근교나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거대한 카페들을 좋아합니다. 서울에 있는 회사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좁은 카페는 웬지 답답하달까요. 작업하기에도 눈치 보이구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넓은 카페들에서만 가능한 인테리어도 좋고 넓은 자리 간격도 좋습니다.

<모모스 커피> 영도점

부산에서 갔던 모모스 커피가 대표적이죠. 선박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인데 카페 내 모든 공간이 카페와 연결되어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여기는 에스프레소 바와 같은 느낌이라 작업하기에 적합하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에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_-

서울에서는 이런 규모의 카페는 찾기 어렵..

하지만 어쨌든 사는 곳이 서울이니 서울에서 찾아봐야겠죠. 서울에는 저정도로 큰 카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생각보다 대형 프랜차이즈 아닌 카페도 큰 곳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보이는 서점형 카페들이 그런 의미에서 좋았습니다. 일단 책이 있어야 하니 공간 자체도 넓은 편이고, 인테리어도 예쁘고, 책도 많고, 공간도 좋고.

여의도에 있는 <아크앤북스>

서점형 카페 중에 최근 여의도에서 방문한 <카페 꼼마>는 그런 의미에서 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카페임에도 상당히 넓은 규모(빌딩 2층이 모두 카페)이고 서점과 같이 영업하고 있어서 굳이 컴퓨터를 하지 않아도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트북으로 뭔가 하고 있다

자리도 상당히 많고 모두가 대부분 같은 목적으로 방문한 느낌의 공간이었습니다. 서울에도 이런 규모의 카페가 가능한 곳이 있었다니.. 카페 내의 도서들은 모두 열람이 가능하고 구매도 가능합니다. 약간 서점이라기보다 도서관 같은 느낌의 카페였습니다.

저도 오늘 자리에 앉아서 아이패드 프로로 회사 업무도 보고 동영상도 보고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오늘이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꽤 좋았습니다. 집에서 멀지도 않고(부산에 비하면야..) 이렇게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갖고 나와서 시간을 보내기에 이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진짜 디지털 노마드였다면 매일 출근 도장 찍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커피를 종이컵에 주는게 약간 마음에 안들지만.. 워낙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다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커피에 맛들여서 마시고 있는 입장에서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구요.

어쨌든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앞으로 휴일에는 가끔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디지털 노마드인척 하는 가짜 노마드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도 이렇게 내보는 거죠.

어쩐지 이게 요즘 제 새로운 취미가 될 것 같습니다.